음성적 사생활침해 극복이 과제, 등록 후 경찰이 철저히 관리해야 1992년 처음 가본 도쿄의 뒷골목에는 ‘탐정(探偵)’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깃발이 펄럭였다. 추리소설 속 민간자문 탐정 ‘셜록홈스’에게나 붙던 이름이 복덕방 숫자보다 더 흔하게 볼 수 있다니 놀라웠다. 이제 며칠 뒤 8월부터 대한민국에도 탐정 간판을 달 수 있게 된다.탐정업의 허용은 필요가 절실함에도 오래도록 묵혀온 숙제다. 검찰과 경찰의 갈등구조 속에서 정작 탐정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국민의 권익은 침해당한 채 흘러왔다.1977년 신용조사업
‘아라뱃길’에 배가 없다. 아라뱃길은 경인운하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하루 두 세 차례 유람선만 떠다닐 뿐 컨테이너선의 위용을 구경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운하의 시발에도 종점에도 제풀에 지쳐 색이 바래 버린 하역크레인이 졸고 있다. 굴포천 유역 부평의 홍수와 서해 바다 간·만조 사이의 역학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 경인운하는 허풍스런 토목공사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서울은 항구’라는 가슴 벅찬 스토리를 만들지 못한 속 좁은 행정도 한몫한다. 한강에서 서해까지 달려갔다 돌아오는 자전거 행렬마저 사람이 만든 이 자연의 축복을 경험하
노송 위로푸른 기운이 살아났다벽에 그린 소나무 위로담쟁이가 마저 그림을 그린다드디어 풍경이 말을 건다고목에도 꽃이 피듯 * 자전거여행을 하던 김용석 님이 사진을 보내왔다. 경남 하동군 북천면을 지나가다 만난풍경을 한 컷했다고.... 여행길에서 만나는 뜻밖의 재미는 소소한 데 있다. 벽화 위를 기어오르는 담쟁이가 딱 맞춤처럼 자란 순간이다. 노송에 푸르름을 더한 조화가 인상적이다. 경전선 열차가 지나가는 하동 북천역은 ‘코스모스축제’로도 유명하다.
집값의 등락, 1가구 2주택 그런 말은 남의 이야기 ‘아파트 거래허가제’를 발표했더니 틈새 아파트는 일주일 사이 2억이 올랐다고 한다. 서울 아파트 매수세의 주력이 30대라더라. 달랑 아파트 한 채인데 재산세가 올라 죽을 지경이다. 전망 좋은 아파트 분양 기회 놓치지 말라는 광고, 그런 건 남의 이야기인 사람들이 있다. 영구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것이 꿈인 사람들이다. 영화 ‘기생충’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코리아의 반지하’는 관심의 지상으로 잠시 올라왔다. 기생충 가족은 햇빛이 드는 곳에서 살고 싶
책 『따뜻한 식사』를 발간한 출판사 ‘출판 스튜디오 껴안음’의 대표 심채윤, 강하라 작가는 이런 말을 합니다.“출판시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완고한 시스템이다. 마치 견고한 방어막으로 싸인 거대한 성처럼 느껴졌다.” (, 667호)견고한 방어막이나 완고한 시스템이란, 온 오프라인 대형서점의 판매 전략과 출판유통구조와 각 출판사의 책 출고 관행 등을 말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각 출판사에서 서점에 입고되는 책의 가격을 들 수 있습니다. 대형서점과 작은 동네 책방에 출판사가 공급하는 책 가격이 다릅니다. 보통
미군이 지켜 보는 북쪽전쟁이 밀려오는 저 벌판누구를 위한 응시인가죽미령에서 생명을 다한 이국군의 애국죽어도 죽지 않으려 택한장렬한 산화의 언덕이 낮다멀리 보이는 수원공군비행장 활주로거기가 공군의 최전방이다. *죽미령 전투는 미군이 마주한 최초의 6.25다. 일본에서 투입된 스미스부대는 허무하리 만치, 176명이 전사·실종되며 몰살하다시피 무너졌지만 용맹했다. 이 사진의 저 뒤로 병점 벌판과 멀리 수원비행장 활주로가 선명하다. 한 나라의 번영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사실, 마침 한 세기를 산 백선엽 장군의 운명(
임진강이 이렇게 긴 강인 줄 몰랐다. 273km, 남·북한을 통틀어 우리나라 9번째인 강, 남한 구간이 90km 남짓하니 2/3가 북녘땅에 흐른다. 분단의 상징 임진강은 기어이 건너야 할 강이다. DMZ를 한반도의 대동맥으로 만들자는 구호도, 임진강 적벽 너머에 국제평화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해마다 남북의 신년사는 저마다 다른 언어로 통일을 말한다. 이 겨울, 흐르지 못하는 강이 유빙으로 솟아올라 분단의 충돌로 얼어붙어 있다. 그래도 강바닥엔 봄마중 물이 흐르리라. =조용필과 장파리 미군클럽
코로나19 일상 위협 속에 보다 구체적 공감 방역 제시해야 알림 문자가 떴다. 노란 바탕에 ‘여주 첫 코로나 확진자 발생’을 알리는 ‘#1’의 짧고 건조한 문자였다. 코로나로 반년을 가둬둔 채 살아온 사람들의 인사는 오랜만의 전화에도 “거기는 괜찮냐?”였다. “여주는 아직 확진자 한 명도 없어” 답하는 내내 조금은 뻐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야, 그래? 여주는 정말 청정지역이네. 살 만한 곳인가 보네.”여주만은 비켜 갔으면 하고 조마조마하던 기대는 일단 접어야 했다. 전국에서 하루 50명 선의 환자가
처마 깊숙한 곳에 제비가 집을 지었습니다. 논흙을 한 모금 물어다 벽에 붙이고 침을 뱉어 부리로 꼼꼼하게 다지더군요. 저렇게 한 모금씩 물어다 언제 집을 다 지을까 걱정하며 보고 있는데, 세상에! 일주일 정도에 아주 거창한 집 한 채를 뚝딱 지어냈습니다. 제비 부부가 쉼 없이 움직인 결과물입니다.집이 완성되자마자 암컷은 알을 낳고 수컷은 사방을 경계하며 지키더군요. 마당에 고양이가 나타나면 수컷은 포탄을 쏘듯 낮게 날아 위협을 합니다. 어떤 고양이는 앞발을 들어 제비를 공격하고, 어떤 고양이는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땅에 붙이고, 어
임진강이 이렇게 긴 강인 줄 몰랐다. 273km, 남·북한을 통틀어 우리나라 9번째인 강, 남한 구간이 90km 남짓하니 2/3가 북녘땅에 흐른다. 분단의 상징 임진강은 기어이 건너야 할 강이다. DMZ를 한반도의 대동맥으로 만들자는 구호도, 임진강 적벽 너머에 국제평화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해마다 남북의 신년사는 저마다 다른 언어로 통일을 말한다. 이 겨울, 흐르지 못하는 강이 유빙으로 솟아올라 분단의 충돌로 얼어붙어 있다. 그래도 강바닥엔 봄마중 물이 흐르리라. =언덕 밑으로 흐르는 강,
바다가 따갑다두 바퀴로 해방이다내 혼자 가는 길어디서든 발을 딛고숨을 쉴 수 있어 좋다바다가 붉어졌다가만, 두 바퀴가 아니다내 아래 견뎌주는 그대그대에게 목을 내준 나네 바퀴거나 여섯 바퀴그렇게 가는 동맹 * 박화진 포토에세이스트가 사진을 보내왔다. 코로나가 덮친 세상, ‘자전거가 대세’라며 보내온 사진 속 실루엣 자전거는 가만 보니 혼자가 아니었다. ‘비대면’,‘사회적 거리두기’속에서도 결국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바닷가 한 조형물에서 ‘인생길’을 조각한 작가나 이를 발견한 사진가의 눈이 남다르다는 데 감탄한다.
“내 꿈은 더 단단해질 테니, 다시 시작해!”6월 22일은 정의당 여주시양평군지역위원회 창당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 1년을 되새겨보니,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의 주제곡 ‘시작’의 가사가 떠오릅니다.지난해 6월 22일 정의당 여주시양평군지역위원회(이하 여주양평지역위)는 여주도서관에서 성황리에 창당식을 개최했습니다. 앞서 4년 전인 2016년 9월 10일에는 양평군지역위원회를 창당해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부터 단체장 후보까지 출마해 선거를 치렀습니다. 짧은 지역정치 경험이었음에도 정의당의 활동과
시원한 바람이 분다오랜만에 손님이 들었다가위로 깎는 무명초솔로 털어 낼 일도 없다바람이 가져가강가에 뿌린다.갠지스강의 윤회처럼내 근심의 버섯내 욕망의 자람그만큼의 절삭코로나로 그래도 몇 사람이푸른 의자에 몸을 맡겼다오래도록가위질만 소리를 키웠다.* 아라뱃길 초입, 굴포천 언저리에서 만난 풍경이다. 세계 자전거 여행가 국내 1호로 지명도가 높은 차백성 작가가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그도 심심하기는 했나 보다. 해외 자전거여행도 사실상 중단되어 국내, 집 가까운 곳을 다시 천천히 들여다 보고 있는 중이다. 오랫 동안 중동 건설 현장에서
안성이라는 이름은 ‘안성맞춤’이라는 명사로 우리 곁에 자리 잡았다. 조선의 3대 시장이라는 안성장의 자존이 안성에 ‘배타적’이라는 굴레를 씌운 것도 사실이다. 차령산맥이 맥을 죽인 언덕 삼죽에서 안성천은 출발한다. 이야기가 무성한 고장 안성을 거쳐 평원과 소택지가 주류라 산이 귀한 평택을 지나간다. 한강권역이라 그 휘하에 있다 해도, 한강과는 몸 한번 섞지 않는 오만한 강이다. ‘안성천 수계’라는 혼자만의 물길을 뽐내며, 국가하천인 황구지천, 오산천, 진위천의 물까지 모아서 아산만 방조제까지 뒷짐 지고 흐른다. 시인
‘공공의 이름’은 유행가가 아냐, 산 사람의 이름은 신중하게 붙여야 얼마 전 한 종편의 연예프로그램을 보다가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어가던 전통가요 트로트의 생명이 부활 되고 있는 요즘은 즐겁다. 노래에 관한 한 넘어설 수 없으리라여겼던 장벽이 무너지고, 남녀노소가 ‘트로트 음악’ 앞에 모여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개무량하다. ‘미스터 트롯’의 출연자는 대박이 터지고, 영탁의 막걸리에 재빨리 올라탄 시골 양조장은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 나간다”고 환호성이다. 그 경연에서 5위를 한 14세의 정동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후진국의 경우 성장이 중요하지만 선진국은 다르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에 포함시켜야 하죠. 선진국들은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에라도 성장을 안 하는 게 좋고요. 문제는 성장의 질입니다. 성장을 얼마나 공평하게 나누느냐에 있죠. 온 국민이 편안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 경제의 목표라면 성장은 수단입니다. 성장을 하면 덩치가 늘어나 나누기도 쉽고 목표를 이루기가 수월하죠. 문제는 신자유주의체계에서는 성장을 해도 그 열매
‘계획(計劃)’이라는 한자를 분석해 봅시다. 계는 ‘꾀하다, 계산하다, 세다, 헤아리다, 의논하다’라는 뜻을 같습니다. 획은 ‘긋다, 나누다, 쪼개다, 자르다’라는 뜻을 같습니다. 꾀하거나 계산하여 나누고 쪼개어 이미지화 할 수 있는 것을 ‘계획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계가 심상이라면 획은 수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각하고 고민하여 계산된 것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것이 그림이니까요. 그러니까 계는 획이 있을 때 객관화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영화 에서, 위조한 졸업증명서를 들고 나가는 아들에게 가난한 아버지가 이렇게
안성이라는 이름은 ‘안성맞춤’이라는 명사로 우리 곁에 자리 잡았다. 조선의 3대 시장이라는 안성장의 자존이 안성에 ‘배타적’이라는 굴레를 씌운 것도 사실이다. 차령산맥이 맥을 죽인 언덕 삼죽에서 안성천은 출발한다. 이야기가 무성한 고장 안성을 거쳐 평원과 소택지가 주류라 산이 귀한 평택을 지나간다. 한강권역이라 그 휘하에 있다 해도, 한강과는 몸 한번 섞지 않는 오만한 강이다. ‘안성천 수계’라는 혼자만의 물길을 뽐내며, 국가하천인 황구지천, 오산천, 진위천의 물까지 모아서 아산만 방조제까지 뒷짐 지고 흐른다. =죽주의 삼 형제 중
결코 잊을 수 없어 뼈아프게 기념하는 그날, 1950. 6. 25 ‘6. 25 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흘렀다. 정부도 6. 25전쟁 7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70년이란 세월은 짧은 세월이 아니다. 그 해 태어난 아이가 고희를 맞았다.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 그 전쟁의 참혹을 기억하는 사람의 숫자도 줄어가고 있다. 기억은 희미해져 가고 6. 25의 연대기를 기억하는 젊은이도 줄어가고 있다. 심지어 남의 나라 전쟁쯤으로 알고 있는 형편이니 지하에서 눈조차 못 감은 호국영령이 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