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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76. 열 경찰이 한 도둑 못 잡는다

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76. 열 경찰이 한 도둑 못 잡는다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20.07.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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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 작가

처마 깊숙한 곳에 제비가 집을 지었습니다. 논흙을 한 모금 물어다 벽에 붙이고 침을 뱉어 부리로 꼼꼼하게 다지더군요. 저렇게 한 모금씩 물어다 언제 집을 다 지을까 걱정하며 보고 있는데, 세상에! 일주일 정도에 아주 거창한 집 한 채를 뚝딱 지어냈습니다. 제비 부부가 쉼 없이 움직인 결과물입니다.

집이 완성되자마자 암컷은 알을 낳고 수컷은 사방을 경계하며 지키더군요. 마당에 고양이가 나타나면 수컷은 포탄을 쏘듯 낮게 날아 위협을 합니다. 어떤 고양이는 앞발을 들어 제비를 공격하고, 어떤 고양이는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땅에 붙이고, 어떤 고양이는 풀숲 사이에 들어가 제비 공격을 피합니다. 집과 새끼를 지키기 위해 자기 몸을 포탄으로 쓰는 부정이 놀랍습니다.

올해 우리 집에 집을 지은 제비 부부는 첫 번째 낳은 알 다섯 개를 모두 부화시키고 훌륭하게 날갯짓시켜 힘차게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해 뜨기 직전에 집을 떠났다가 해질무렵 집으로 돌아옵니다. 몸집이 큰 다섯 마리 새끼에게 집을 내어주고 제비부부는 처마 위에서 노숙을 합니다.

그런데 어제부턴가, 암컷이 다시 집에 들어앉았습니다. 아마도 두 번째 알을 낳고 품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날이 더워지면 부화도 어렵고 새끼가 잘 성장하기 어렵다는데 걱정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감탄합니다. 저렇게 튼튼한 집이 있으니 안심하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 분가시킬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집은 평안과 행복을 주는 곳입니다. 그러니 집을 갖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늘 불안하고 불행하다는 생각마저 들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도시, 그중에서도 서울은 집 문제가 참 심각한 곳입니다. 새롭게 뽑히는 대통령과 정부나 국회의원들도 부동산 문제 해결을 소리 높여 외칩니다. 하지만 구호를 높이 외친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서울만 해도 날마다 해마다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갑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나는 생각합니다. 집이 ‘돈벌이 수단’ 된 것이 첫째 원인라고 말이죠. ‘부동산 투자’라는 말 자체가 우리 사회의 부도덕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평안과 평화를 주는 주거 공간’이라는 집의 목적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니까요. 부동산을 사고팔아서 차익을 남기고 또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다양한 꾀를 부립니다. 이 부도덕한 세력이 부끄러움을 모르고 활개를 칩니다. 아니 부끄러움은 커녕, 당당하게 거들먹거립니다.

어쩌면 우리가 시급하게 해야 할 부동산 대책은 ‘도덕성 회복’ 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난 정부들도 그렇지만 현 정부도 ‘강력한 규제’를 부르짖습니다. 현 정부도 3년 동안 무려 21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건 2020년 6월 17일자 대책인데요, 서울과 수도권 포함 지방도 투기규제지역 추가, 주택담보대출 추가 규제, 법인 투자 세제 강화,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 강화 등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규제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언론들은 이런 기사를 쏟아냅니다.

<6.17 부동산 대책 후 아파트 가격 상승률 역대 최고>

<6.17 부동산 대책 발 나비효과, 전세대란 폭풍 몰려온다.>

<6.17 부동산대책에 슬픈 사연 속출, 대출 규제에 발 동동>

하나같이 정부 대책을 비판하거나 비관적인 뉴스들입니다. 대책의 좋은 점은 무시하고 문제점만 부각시키는 언론의 기사도 문제입니다만, 강력한 규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이쯤에서 노자 이야기를 들어 보지요.

“무기가 강하면 이길 수 없고 나무도 강하면 부러지고 꺾인다”

꼭 필요한 곳에 정확하고 날카로운 방법을 쓰는 일은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인체의 병을 고칠 때도 우리는 환부만 생각하질 않습니다. 병증이 나타난 곳만 치료하면 다른 곳에 더 심각한 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병증이 나타나는 근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있게 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이 위에 있게 된다.”

여기서 ‘부드럽고 약한 것’에 주목하게 되는데요. 바로 이 유약(柔弱)이야말로 병증이 나타나는 원인을 제거하고 치료하여 몸을 안정시키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드럽고 약한 것,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을 불안과 불만으로 몰아넣는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요? 강하고 딱딱한 규제법만이 아니라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지만 진정 강한 방식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생각해 봅니다.

첫째 도덕성 회복입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행위가 얼마나 부도덕한 일인지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일이지요.

둘째 인구집중을 분산하는 일입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만 인구가 집중하는 현상을 완화시키는 정책을 펴는 일입니다. 지방 소도시와 시골마을은 한 집 건너 하나씩 빈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방 소도시와 시골마을에서도 아이를 키우며 젊은 부부가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면 됩니다. 가계소득을 중위소득에 가깝게 기본소득으로 주는 것도 한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이미 많이 검토된 정책이 있지만 추진하지 않고 있을 뿐이죠.

셋째 정책을 왜곡하고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를 배격하는 일입니다. 원래 가짜가 더 진짜 행세를 하는 법입니다. 가짜에 속지 않으려면 내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은가를 살펴보면 됩니다. 가짜는 뭔가 따로 노리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진실을 숨기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는 표현들이 더 번지르르 하니까요.

주거 공간 가지고 장난을 치지 않는 사회, 집 때문에 불안하지 않은 사회야말로 평화의 시작입니다.

 

<노자 도덕경 76장 : 人之生也(인지생야)는 柔弱(유약)하고 其死也(기사야)는 堅强(견강)이라. 萬物草木之生也(만물초목지생야)도 柔脆(유취)하고 其死也(기사야)는 枯槁(고고)하나니라. 故堅强者(고견강자)는 死之徒(사지도)요 柔弱者(유약자)는 生之徒(유약자생지도)라. 是以兵强則不勝(시이병강즉불승)하고 木强則兵<折>(목강즉병<절>)이니 强大處下(강대처하)하고 柔弱處上(유약처상)이니라.>

 

사람이 살아 있을 때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단단하게 굳어진다. 만물과 풀 나무도 살아 있을 때엔 부드럽고 무르지만 죽으면 바짝 말라 굳어진다. 그러므로 단단하고 굳은 것은 죽음의 무리이며 부드럽고 무른 것은 살아있는 무리이다. 그러므로 무기가 강하면 이길 수 없고 나무도 강하면 부러지고 꺾이니,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있게 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이 위에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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