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여강여담- 탐정, 수면 위로 떠 오르다

여강여담- 탐정, 수면 위로 떠 오르다

  • 기자명 조용연 주필 
  • 입력 2020.07.27 08:2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년 넘게 금지해온 탐정, 한국도 ‘사실관계파악서비스’ 가능해져

음성적 사생활침해 극복이 과제, 등록 후 경찰이 철저히 관리해야

조용연 주필 

1992년 처음 가본 도쿄의 뒷골목에는 ‘탐정(探偵)’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깃발이 펄럭였다. 추리소설 속 민간자문 탐정 ‘셜록홈스’에게나 붙던 이름이 복덕방 숫자보다 더 흔하게 볼 수 있다니 놀라웠다. 이제 며칠 뒤 8월부터 대한민국에도 탐정 간판을 달 수 있게 된다.

탐정업의 허용은 필요가 절실함에도 오래도록 묵혀온 숙제다. 검찰과 경찰의 갈등구조 속에서 정작 탐정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국민의 권익은 침해당한 채 흘러왔다.

1977년 신용조사업법(현 신용정보법)이 제정되며 탐정이라는 명칭은 아예 사용하지도 못하게 법으로 금지했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탐정명칭 사용가능결정’을 내리자 올해 2월 ‘신용정보법’도 ‘탐정명칭 사용 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늦었지만 너무나 당연한 조치였다.

탐정은 필요했으나 외면한 채 40여년이 흘러

모든 사법적 판단을 위해 기초자료를 모으고 증거를 확보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특히 형사사건의 경우, 최초의 사법서류를 만드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인력과 시간의 한계는 이해당사자에게 ’사적인 의문과 궁금증‘을 낳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한 사건에만 매달릴 수 없는 경찰은 때로는 소위 ‘둘둘 말아서’ 넘기고, ‘쌍방이 가해자이고 동시에 피해자’라는 손쉬운 논리에 무책임하게 숨기도 했다. ‘사법적 정의’는 희생되고 경찰 수사, 더 나아가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옮겨붙는 배경이기도 했다. 결국 이해 당사자 개개인이 발로 뛰거나 돈을 들여서라도 관련 입증자료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탐정제도를 만들지 않은 채 수요를 방치하다 보니 ’심부름센터‘는 기생충처럼 창궐했다. 물론 순기능도 있었으나 불륜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추적 같은 음성적 수요의 유혹은 거셌다. 소위 ‘심부름 애들’로 불리는 조직은 분노, 흥분, 보복심리로 휩싸인 의뢰자가 한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라는 말을 뒷배로 믿고 활약한다. 최신장비로 무장하고 미행, 감청, 촬영, 녹취 등 ’처음부터 끝까지‘가 모두 불법투성이였다. 위험한 만큼 단가도 높았다. 그 과정에 알게 된 개인의 사생활, 집안 내력 등을 밑천으로 협박, 공갈까지 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들의 표적은 잃을 게 많은 사람, 명예를 소중하게 여겨 부끄러운 집안일을 입 밖에 낼 수 없는 사람들이 밥이었다. 거대한 암시장이 존재하지만 처벌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탐정은 허용하되 제도권 안에서 철저히 감독·징벌해야

이미 2년 전 헌법재판소의 ’탐정허용 결정‘이 나면서 탐정업의 가치를 내다보며 난립한 9개 관련 협회가 경찰청에 등록을 하고 소정의 교육과 시험을 거쳐 민간자격증을 주기 시작했다. 경찰청도 ‘탐정학술지도사’, ‘실종자소재분석사’, ‘생활정보지원 탐색사’ 등 다양한 전문분야를 인정하고 있지만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관리, 감독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기존 ‘심부름센터’ 간판을 걸고 영업하던 업체까지 본격적으로 탐정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간조사원을 겸업하면서 사실상 활동하고 있는 사람만 해도 8000명이 넘는다.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위치정보법’이 있으니 현행법으로 규제가 된다고는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사생활침해 소지가 충분하고, 비공인 탐정의 음성적 활동 등 폐해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일본처럼 경찰이 일반적으로 관리·감독하는 ‘보편적 관리제’로 제도권 안에서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불법 사례가 적발되면 개별 형사책임과 해당 업체의 등록취소는 물론 징벌적 배상책임까지 명시한 ‘탐정업무 관리법’을 만들어야 한다. 음성적 사건이 터지고, 문제가 만연된 후 사후약방문식으로 끌려가며 내놓는 대책은 하수 중 하수(下手)다.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