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胎)에서 나왔다고 ‘태어남’이라지만 우리 옛말에는 생명이 알이나 뱃속에서 나오는 것을 ‘숨타다’라고 했습니다.‘타다’는 틈, 때, 계절과 같은 적절한 시기나 짐승의 등이나 줄을 타듯 조건이나 상태를 잘 이용하다의 뜻입니다. 그래서 물이나 불에 타기도 하며 용돈, 곗돈, 월급과 같이 자신의 몫 혹은 복이나 팔자 같은 것을 타기도 합니다.아무리 잘 타고났더라도 사람은 알을 깨듯 새로이 깨어나야만 합니다.
여주우체국장을 역임한 김정일씨가 늘 자랑해온 어머니께서 향년 100세를 누리시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고 알려왔다. 7남매의 장남인 김국장은 어머니께서 어려운 농촌생활에서도 7남매(4남3녀) 모두를 고등교육을 시키신 장하고 거룩하신 어머니라고 늘 자랑을 해온 분이다.1921년생인 문순임여사는 올해로 100세를 누리시고 자녀들인 장남 김정일 씨는 중앙부처 정보통신부(서기관) 국장으로 퇴임, 2남은 초등교 교감 명퇴, 3남은 중학교 교장퇴임, 4남은 효성중공업 현장소장, 이외 장녀와 2녀3녀도 우체국과 전화국에서 성실한 공직자로 칭
배호의 열성 팬들은 그의 생일이 들어 있는 4월에 술렁인다. 스물세 번째 ‘배호가요제’는 그가 짧은 생을 거의 보낸 서울, 장충단 공원에서 열렸다. 29살 봄꽃 같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한 가수의 노래가 50여 년이 넘도록 대중의 노래로 애창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가난과 병마, 그 신고(辛苦)의 세월에 기대어 부른 절절한 노래에는 모창으로는 복사할 수 없는 눈물의 비표(秘標)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내게 배호의 노래는 흘러간 노래의 절반 이상이다. 애국가속 남산, 목멱대왕(木覓大王) 남산을 한 바퀴 돌며 배호의 노래를 따라가
최초의 근대 교과서인 ‘신정심상소학’에서 학교는 각색으로 물들이는 집이고 생도는 백사(白絲)라서 가장 좋은 빛으로 염색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유하는 까닭은 배우다가 배다에서 온 말이기 때 문입니다. 염료가 흰 천에 배어들 듯이 학문에 힘써 우리에게 배도록 노력합니다. 그러나 학문에는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익히고 배워야겠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깨치고 나아가게 됩니다.
시·군 경계 혐오 시설 배치, 나쁜 관행에도 최소한 협의는 있어야 “여주 엿 먹으라고 화장장을 거기에?” “나는 때려도 너는 얻어맞고 참아라!” 면장의 제법 긴 투고는 분노에 찬 호소였다. 직업공무원은 여간해서는 분노를 글로, 그것도 과하다 싶은 표현으로 속내를 표출하지 않는다. 최근 이천시가 ‘이천화장장’을 여주시 능서면 매화리, 용은리 경계(이천시 부발읍 수정리)에 짓겠다고 발표를 하자, 여주시가 즉각 반발했다. 근래에 이처럼 한목소리로 여주시민이 분노하기도 보기 드문 일이다.아무리 봐도 여주 접경지역
SNS에서 활약하던 투사, 어느 날 절필 선언하고 사라져 어느 날 갑자기 백발백중의 표창 던지기 선수 같던 SNS 전사 하나가 허무한 탄식을 하며 화면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글은 핵심에 꽃혔고, 표현은 피가 철철 흐르리만치 강렬했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좌우 진영의 한편에 확실히 진지를 튼 그가 쓴 글이 분노의 화염에 휩싸이며 욕설로 변해갈 때 쾌감에 사로잡힌 추종자들은 높이 치켜든 깃발 아래로 더 몰려들어 ‘좋아요’를 눌러댔다.그가 보수의 열혈전사로 훨씬 더 상대의 살 속을 깊이 찌르고, 창끝을
이 봄 목포에 서성인다. 목포의 봄꽃이 여느 남쪽 항구보다 각별히 아름답지 않아도 애수가 넘치는 골목만으로도 따뜻하다. 본격적 유행가의 시발이라는 는 윤심덕과 현해탄 정사 스캔들에 가려진 목포사람 김우진의 걸작이다. 트로트 음악 절정의 70년대를 구가한 핸섬보이 남진과 이미자에 필적하는 매혹의 조미미도 목포가 생장 무대이자 ‘떠나가는 연락선’의 노래배경이다. 극작가 차범석, 춤의 명인 이매방, 소설가 박화성이 유달산 정기를 빌어 태어났다. 서정시인 노향림이 가곡의 무대에 올린 또한 따뜻한 목포가 안고 있는 검
새벽이 오면 하늘과 땅이 맞닿은 동이 틉니다. 동은 ‘서로 이어짐’을 말합니다. 그래서 발이 시리거나 안타까울 때 우리는 발을 동동 구릅니다. 또 북을 연달아 동동 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끈은 동여매고, 색이 서로 다른 천을 이어서 색동저고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한자어 洞里(동리)나 洞內(동내)에서 우리말 ‘동네’가 왔다고는 하지만 분명 동네는 집이나 사람이 이어진 곳입니다.
내년부터 10년간 4000여명의 의사를 추가 배출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항의하여, 의사들의 진료거부가 진행되고 있다. 의료인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중요한 바로 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의사들이 총파업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의료인들의 파업은 다른 직종의 파업과는 달리 환자들의 생명 위협을 초래하게 된다. 대유행으로 감염자가 급증하면 코로나19 검사 수요가 폭증할 것이고, 이는 의료진, 시설, 병상부족 속에 일반환자들에 대한 의료서비스가 약화나 코로나 검사의 축소를 야기할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의사들의 진료거
왼손잡이는 적고 오른손잡이는 많습니다.그래서 우리의 조상들은 왼쪽과 오른쪽을 수로 구별하였습니다.외지다, 외롭다와 같이 ‘적다’의 뜻을 가진 외는 외아들, 외동딸과 같이 ‘하나’의 뜻으로도 옮아갔습니다. 반대로 올은 ‘많다’의 뜻이기도 하지만 ‘바르다’로 뻗어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른쪽’을 ‘바른쪽’으로 말하기도 합니다.나중에는 ‘옳다’가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옳은 것을 바른 것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여주 대신면 보통리에 가면 조성환 생가가 있습니다. 조성환은 1875년에 태어나 1948년에 세상을 떠납니다. 73년 생애 가운데 37년간을 중국에 거주하며 해외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조성환은 대한제국 육군무관학교 출신 장교입니다. 그 경력에 맞게 주로 군사 관련 일을 했습니다. 임시정부에서는 독립군을 양성하는 최고 책임자였으며 군무부장 일을 오랫동안 했지요.조성환은 1945년 12월 2일, 임시정부 요인 제2진으로 환국합니다. 그토록 염원하던 독립된 나라에 돌아온 것이죠. 이때 조성환은 가진 재산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보통리 일
누가 뭐래도 목포는 항구다. 부산이, 여수가 항구가 아닐 리 없지만 항구와 아귀가 딱 맞는 한 문장을 만들기엔 목포만 못하다. 노래 한 곡의 강렬한 힘, 그 정의(定意) 때문이다. 남진이 “눈물 얘긴 그만하자”고 하지만, 눈물 없이 어떻게 ‘오래된 목포’를 말할 수 있겠는가. 수많은 목포의 노래들이 유달산과 노적봉, 삼학도와 영산강이란 삼각대 위의 견고한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연락선을 타고 사랑과 함께 사라져 남이 된 님이 거나 돈 벌러 화물선을 타고 떠나간 님이거나, 항구의 님은 쓰라린 이별을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눈물이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하는 코딩, 영상·음원 저작권이 첫 난관 그야말로 1인 크리에이터 유투버 세상 유튜브 세상이다. 열린 플랫폼에 편한 검색엔진 하나가 세상을 다 담고 있다. 전 세계 유투버가 2430만개의 채널을 가지고 분당 400시간 분량의 영상을 올리니 그야말로 ‘영상의 바다’라 할만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이미 코딩교육을 의무화하고,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선망하는 직종 상위에 랭킹되는 세상이다. 나도 이제 이러한 대열에 발을 담그면서 조심스레 물살을 헤쳐나가고 있다.을 주제로 트
물이민다그가 통째로온다내가 와 있다는 건아무것도 아니다나는 낭패라고 하는데그는 무심하다저마다 지쳐 갈 즈음에야짐짓 심드렁한듯제풀에 시침 뚝 따고썰고 있을 것이다* 세계를 무대로 자전거 여행을 하는 차백성 선생이 보내온 한 장의 사진이다.코로나가 그를 국내에 묶었다. 이골이 난 이국땅과 전혀 다른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고 있다 했다. 해남의 어디 육지 끝 바다 들머리에서 만난 노두길은 그렇게 “기다리라”고 한다. 바다가 밀고, 써는 그 이치, 절대의 힘은 절대적이다. 때론 절대인양 밀어부치는 힘의 군집 앞에 그저 할 수
얼마 전 여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주장한 것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립니다. 짧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국회와 청와대를 모두 세종시로 옮기겠다.”오마이뉴스는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응답자의 53.9%는 이전을 찬성한다고 했고 이전 반대는 34.3%로 나왔습니다. 지역으로는 지방, 이념성향은 진보, 세대는 젊은층에서 찬성 비율이 높았고 지역으로는 서울과 수도권, 이념성향은 보수, 세대는 노년층에서 반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분석 결과를 보면 기득권
이건집념이 아니다단지생존일 뿐이다“죽어도” 라는 말만 했지이렇게 죽어보지는 못했다눈도 없다발도 없다본능의 화석으로 남아너를 가고 없는 가슴에 가두고 있다* 충남 서천의 송주현님이 장항 갯벌에서 보내온 한 장의 사진이다. 이 한장의 사진에서 나는 집념을 본다, 거열(車裂)의 고통에서 생존이 정지된 화면을 본다.‘죽어도’를 남발했던 나를 부끄럽게 하는 한 장의 증거, 그래도 놓지 못하는 마지막 순간나는 이렇게 처절하게 싸워본 일이 있던가. 내가 종국에 힘을 풀 때, 내게 물린 역사의 자리는 상처로 기록될 것인가. 이 안개의 바다에서 말
역사를 돌아보면 큰 원한을 가질만한 일은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가까이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습니다. 권력을 잡고 싶은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한 일입니다. 이때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과 유족은 말로 할 수 없는 큰 원한을 가지게 됩니다.민간인을 학살하고 권력을 잡은 군인집단은 위세를 떵떵 부리다가, 권력을 잃은 뒤에 법정에서 ‘내란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습니다. 그러나 곧 풀려납니다. 큰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권력을 잡았고, 그 권력을 이용해 ‘화해’를 했기 때문입니다. 지나간 묵은 원한을 털고
교차로의 빨간 점멸등은 ‘일단정지’가 우선, 통과는 나중몇 주 전 충남 서산에 볼일이 있어 가게 되었다. 충남 서부의 큰 도시답게 도심은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유난히 인상적인 장면은 주요한 몇 개의 교차로를 빼고는 모두 빨간 점멸등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다른 도시에서 노란 점멸 신호등은 흔히 보았지만 대낮에 빨간 점멸신호는 거의 본 적이 없다.빨간 점멸 신호등에서는 무조건 ‘일단 정지’해야우선 원칙부터 보자. “빨간 점멸등에서 일시 정지하지 않고 직진한 운전자는 100% 과실이 인정되어 사고로 인한 모든 손배를 배상해야
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듣기 좋은 소리’ 3가지가 있다고 하지요. 내 자식이 밥 먹는 소리, 내 논에 물들어가는 소리, 내 자식이 글 읽는 소리. 쓰고 보니까 좀 국한되는 느낌이 있군요. 조선 시대 그것도 농사꾼 아버지가 듣기 좋은 소리 같습니다.요즘 같으면 어떤 소리가 듣기 좋은 소리일까요? 물소리 바람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처럼 대자연의 소리도 있고 사람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음악도 있겠고요. 누군가 나와 내 가족을 칭찬하는 말도 참 듣기 좋은 소리일 겁니다. 물론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기분에 따라 듣기 좋은 소리는 달라지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