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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무분별한 대책에 반응하는 집단적 이기심

독자기고-무분별한 대책에 반응하는 집단적 이기심

  • 기자명 강대필 여주신문 독자
  • 입력 2020.08.2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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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10년간 4000여명의 의사를 추가 배출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항의하여, 의사들의 진료거부가 진행되고 있다. 의료인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중요한 바로 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의사들이 총파업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의료인들의 파업은 다른 직종의 파업과는 달리 환자들의 생명 위협을 초래하게 된다. 대유행으로 감염자가 급증하면 코로나19 검사 수요가 폭증할 것이고, 이는 의료진, 시설, 병상부족 속에 일반환자들에 대한 의료서비스가 약화나 코로나 검사의 축소를 야기할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의사들의 진료거부나 파업이 이를 모르기 때문에 진행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볼모로 하여 진행된다는 데에 바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본다.

문제의 발단은 의대정원 확대에 있었다. 국민들이 코로나19의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열악한 수준의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인력 증원을 요구했다. 2019년 OECD가 발표한 보건의료통계에 의하면 2017년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천명당 의사수는 2.3명으로 OECD 37개 회원국 중 하위 2번째! OECD 평균 3.5명의 66% 수준에 불과하고 의대 졸업자의 수는 58% 정도이다.

여기에 착안하여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대안이라고 내놓았다. 정작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 강화인데, 정부의 대안은 현실적 대안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근본적이었다. 정부는 현재 연 3,058명 수준인 의대정원을 1년에 400명씩 늘려나간다는 대책을 세웠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한국의 인구당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의사증원 필요성이나 공공의대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진료거부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정부와 의사협회 간의 의대정원 싸움이 되었고, 중간에서 국민과 환자들의 고통만 가중되게 생겼다. 그야말로 무능한 정부의, 무분별한 대책과 너무도 민감하게 대응하는, 집단적 이기심이 빚은 의료고통의 종합예술이 피어나게 되었다.

필자는 일단 양비론에 설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의대증원 안은 유치하기 짝이 없고, 의사협회의 진료거부는 파렴치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의대 정원을 늘리면 공공의료가 확대되는가? 기껏해야 사립의대-민간병원 중심으로 의사가 증가할 것이고, 국민의 의료서비스는 개선될 리 만무하다. 이 정책이 성공해서 의사가 많아진다면 수입이 떨어져 사명감이 없어진 의사들이 마지못해 진료하는 상황만 벌어지게 될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파업이나 진료거부가 문제가 아니다. 파업하고자 했던 전공의들이 코로나19 진료에는 참여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바보들아, 문제는 국민이 행복한 의료서비스를 만들어, 국민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 본질이다.

의사들을 일방적으로 대도하거나, 비난하거나, 의사들에게 읍소하거나, 호소하는 것은 해결방안이 아니다.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의학이 발달하는 상황에서 의료서비스는 행복한 삶의, 아니 최소한의 삶의 근본조건이 된다. 비상시에만 허둥지둥 댈 것이 아니라, 의대입시의 개선부터 시작해서 의료교육체계, 의사규제, 공공의료의 확대 등 일련의 중장기적 최적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공공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공공병상 확충, 공공의대학 설립, 공공의료인력 확충, 중환자실 확충, 상병 수당과 같은 대안을 지속적으로 찾아나가야 한다. 이런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국민의 요구에 응하는 길이라고 본다.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에,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의대졸업자들의 이 선서가 효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편,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일꾼이 되겠다는 정치인들의 양심을 믿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양쪽 이기주의자들이 벌이는 싸움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이제 우리가 받아야 할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어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헌법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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