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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이천 화장장 건설, 여주가 분노하는 까닭이천화장장 건설 부지, 여주 경계의 평야지대로 밀어낸 얌체 선정

시·군 경계 혐오 시설 배치, 나쁜 관행에도 최소한 협의는 있어야

조용연 주필

“여주 엿 먹으라고 화장장을 거기에?” “나는 때려도 너는 얻어맞고 참아라!” 면장의 제법 긴 투고는 분노에 찬 호소였다. 직업공무원은 여간해서는 분노를 글로, 그것도 과하다 싶은 표현으로 속내를 표출하지 않는다. 최근 이천시가 ‘이천화장장’을 여주시 능서면 매화리, 용은리 경계(이천시 부발읍 수정리)에 짓겠다고 발표를 하자, 여주시가 즉각 반발했다. 근래에 이처럼 한목소리로 여주시민이 분노하기도 보기 드문 일이다.

아무리 봐도 여주 접경지역 경사도 4도에 불과한 거의 평지에다 화장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천시가 오래도록 용인·안성 등 인접 시의 혐오 시설 건설에 맹렬하게 저항해 저지에 성공한 전과에 비추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혐오 시설이란 따지고 보면 ‘인간이란 존재’의 문제로 귀결된다. 하수·오·폐수 처리장은 인간이 먹고 싸는 배설에 관한 숭고하나 냄새나는 일을 처리해야 하는 종점이다. 화장장 역시 태어난 인간이 언젠가는 죽어야 하고, 사라져야 하는 과정의 통과의례를 담당하는 장엄한 의식의 종점이다. 꼭 필요하나 외면하고 싶은 존재를 떠안는 데는 그만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이천시도 100억 인센티브를 주고 공모한 결과, 이천 시내 6개 읍·면·동이 신청을 했다. 인접 시와 분쟁이 없는 지역도 있으나 수혜권 밖 주민이 “우린 뭐냐?”고 반발하자, 가장 한적한 여주접경으로 밀어낸 것은 얌체 정신의 끝판이다. 결국 위원회 결정이니 어쩌니 하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 표의 구걸을 해야 하는 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의 합작이 아니면 불가한 일이다. 문제의 핵심에는 “협의 한마디 없다니 , 여주는 호구냐?”라는 매우 유치하지만 원초적인 괘씸함이 깔려 있다.  

‘함백산메모리얼파크’의 교훈,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근원

오랫동안 끌어왔던 ‘화성광역화장장’ 문제는 인접 5개 시(화성·부천·안산·시흥·광명)의 문제를 화성이 끌어안아 이제 함백산메모리얼파크는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칠보산(238m) 이란 제법 큰 산 너머에 있는 서수원 호매실 주민들까지 나선 반발에 비하면 여주의 저항은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KTX를 타고 어천저수지 위를 가르면서 보이는 이 화장장은 얼핏 커다란 4만 평의 공원처럼 보인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유달리 직시하기 싫어하는 우리의 사생관은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 차라리 자녀와 함께 찾는 그 자연장 숲에서 아이들은 언젠가는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와도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실망스럽다.

다급해진 이천시와 달리 여주시는 화장장 문제를 이미 몇 해 전에 자연스럽게 풀었다. 하물며 도(道) 경계를 넘어 원주·횡성·여주 3개 지역이 공동화장장을 마련해서  2017년 ‘지역상생 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 이천시도 용인시가 단독 화장장을 지을 당시에 용인·이천 접경지역에 공동 화장장 건설을 추진했어야 했다. 주민 반발 등의 이유로 요리조리 피해 다닌 결과가 비싼 타관내 시설 이용료와 심지어 3일장도 넘겨야하는 주민불편이다.

어차피 혐오 시설의 문제는 하루 이틀에 해결되지 않을 고질병이다. 이를 기꺼이 떠안는 지역에 인센티브는 불가피하다. 폐기물처리장, 하수처리장 등 필수시설은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어느 자치단체라고 예외일 수 없으니 공동참여, 공동책임 아래 주민 이익을 지키면서 접경지역 배치의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님비의 늪에 빠져 KTX 역사 이름도 ‘천안아산’‘김천구미’식으로 어정쩡한 4자성어로 만들어 피해 가는 나쁜 선례에 중독되었다. 차라리 법을 고쳐 혐오 시설의 접경지역 배치도 행정구역으로만 따지지 말고 컴퍼스로 원을 그려 그 안에 들어오는 지역주민에게는 인센티브를 고르게 주어 “우리 동네만 호구냐” 소리를 안 듣게 하는 게 속 보이지만 현실적이지 않겠는가.

조용연 주필  yeoju@yeoju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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