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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주는 이천이나, 용인의 ‘봉’이 아니다

칼럼- 여주는 이천이나, 용인의 ‘봉’이 아니다

  • 기자명 이장호 발행인 /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 입력 2022.07.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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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이장호
발행인 이장호

경기도 여주를 가로지르는 한강을 여주 사람들은 여강(驪江)이라고 부른다.

여주사람들은 수천 년의 세월동안 이 강과 강으로 흘러드는 물줄기 부근에서 살면서 물에서 고기도 잡고, 꼭두새벽에 강에서 정성스레 떠온 맑은 물로 천지신명께 치성도 드렸다. 그리고 그 물을 떠 밥도 짓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강의 윗물줄기에 댐이라는 것이 생겼고, 이제는 댐이 생겼다는 이유로 여주사람들에게 물값을 내라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물이 깨끗해야 서울사람이 마실 수 있으니 강물을 더럽히지 말라며 이런저런 것을 하지마라는 법을 만들어 속된 말로 화장실 하나 마음대로 짓지 못하게 해왔다.

대한민국이 생기기 전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생기기 전에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생기기 전부터 이 강의 이름이 무엇이었던 간에, 강 옆에 살아온 여주사람들은 그 물을 내 것으로 쓰고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확히는 1985년 12월 충주댐이 완공된 후부터 여강(驪江)은 유행가 가사처럼 ‘내꺼 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와 같은 존재가 됐다.

댐이 생기기 전에도 물이 있었고 지금 이 강을 흐르는 물은 온전히 충주댐이나 화천댐의 물만이 아니라 여주지역의 여러 작은 하천에서도 유입되기 때문에 댐 하나 지어놓고 물값을 특정 기관에 몰아주는 법과 정부의 정책은 봉이 김선달의 환생이 아닐 수 없다.

여주시는 강물로 흘러가는 물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지천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개천의 수량과 수질, 생태관리 등에 상당한 예산을 쓰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정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이르면 분통이 터진다.

여기에 이천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물을 끌어가 수돗물로 쓰기 위해 여주 땅에 더 큰 용수관을 묻겠다고 설치고 있고, 정부와 경기도, 용인시는 용인반도체산업단지에 쓸 물을 끌어가기 위해 여주시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집안의 강물을 떠가는 사람들에 대해 아무런 요구를 할 수 없고, 거기에 땅속에 용수관로를 묻는 것에 협력한다고 해도 여주의 사정은 별반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 집안을 흐르는 물에 대한 권리나, 내 땅으로 용수관로가 지나가는 것은 막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마디로 ‘개 같은 경우’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여주사람들은 크게 “이웃사이에 서로 도와야지, 나라를 위한 일인데 협력해야지”와 “다른 지역의 이익을 위해 또 여주가 희생할 수 없다”는 것으로 나뉜다. 이미 지역 일각에서는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물을 쓰는 것이고,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물을 쓰겠다는 것을 막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우아하게 포장하며 ‘상생방안’이라는 명목으로 쥐꼬리라도 받자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렇기에 이미 민선7기부터 경기도와 관련 기업에서 여주시에 상주하며 공무원과 주민 회유에 나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들은 여주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으면 또 다시 수도권과 상수원 법을 비난하고, 규제를 탓하다가 제풀에 지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 법을 탓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이것이 현실이라면 이제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을 수십 년간 여주사람들에게 고통을 준 수도권과 상수원 법의 폭압으로부터, 여주를 해방시켜 고통의 역사를 끝내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 5일 경기도에서 주관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현장 방문 행사에서 이충우 여주시장이 “상생이란 한쪽의 희생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용수관로가 지나가는 지역 민원 해결로는 부족하다. SK그룹 차원에서 이천 하이닉스 상당의 지역 상생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그야말로 여주시민의 마음을 그대로 투영한 것으로 시의적절하다.

그동안 여주시가 얼마나 봉 노릇을 했으면, 이천시는 여주시 세종대왕면 인접한 곳에 시립화장장 설치를 추진하면서도 물길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고, 용인시에 만드는 대기업 산업단지를 반도체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정부와 경기도까지 나서서 여주시가 협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이것은 당연하지 않다.

이충우 시장의 말처럼 상생이란 누구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민선7기까지 여주시가 ‘봉’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봉’이 아니어야만 여주가 살아난다.

이제 여주가 일어나 목소리를 높일 시간이 다가왔다.

“여주는 ‘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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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서 주민 2022-07-14 16:39:01
정말 x 같은 경우입니다
여주시청에는 관련문서가 안온건가요?
대응을 어찌했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후속취재 부탁드립니다
답답 합니다 정말 여주시는 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