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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관과 안전을 고려한 하천의 선별적 벌목을 부탁한다

칼럼- 경관과 안전을 고려한 하천의 선별적 벌목을 부탁한다

  • 기자명 최새힘 작가
  • 입력 2024.01.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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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새힘 작가
최새힘 작가

지난 2023년 12월 29일 여주신문은 여주시청 하천과에서 장마철 강물의 흐름에 방해가 되는 물가의 나무를 모두 제거하였다는 소식을 전했다. 또 유량이 증가하면 나무가 넘어지거나 나뭇가지에 비닐과 같은 각종 쓰레기가 걸려 보기에 좋지 않아 민원이 발생한다는 반론도 함께 실었다. 그러나 강천섬 일대만 나무를 무차별적으로 베어버린 것이 아니라 남한강 본류와 지류 전부인 것으로 짐작한다. 한 시민은 여주시의 극단적 치수 사업의 잘못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강물의 흐름에 방해된다는 주장은 외눈박이의 견해이다. 하천가에 자연적으로 자라나는 나무는 환경용량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만약 홍수가 발생하면 유속을 낮출 수 있다. 마치 한 가지로 강천보, 여주보, 이포보 또한 자신의 한계용량까지는 가뭄에 대비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면 나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물의 흐름을 크게 방해한다. 같은 이유라면 여주는 가장 큰 방해물이 될 수 있는 세 개의 보부터 해체할 필요가 있을 터이다. 하천에 나무나 인공구조물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있다. 다만 슬기로운 치수는 빈도별 홍수 시나리오에 따라 비용과 편익을 따져 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대처하는 데에 있다.

다음으로 나무가 넘어지거나 쓰레기가 걸리면 당연히 미관을 크게 해친다. 똑같은 이유로 물가에 나무가 하나도 없어도 보기 매우 흉한 모습이 분명하다. 서울은 한강이 보이는 전망의 아파트가 그렇지 못한 집에 비하여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이는 아름다운 강의 모습이 우리에게 주는 편익이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강가에 나무가 하나도 없다면 강이 주는 경관 편익이 사라져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무도 콘크리트로 덮이거나 나무 하나 없이 황량한 둔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양화천 주변으로 사파리 여행을 다닌다. 크고 작은 새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양화천은 양쪽의 둑 위에서 자라난 나무도 모두 베어버렸다. 당연히 홍수가 발생하면 유속은 빨라지겠지만 그로 인한 침식은 어떻게 막을지 의문이다. 만일 유속이 너무 빨라 둑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피해는 급증할 것이 뻔한 일이다. 그래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다시 둑에 블록을 쌓거나 콘크리트로 덮는 따위의 치수 공사를 반복하게 된다. 현대인은 불필요한 관리 비용을 너무 많이 지출하면서 살고 있다.

모든 조류는 물 가까이에서 산다. 이러한 이유로 물이 없는 곳에서는 새를 볼 수 없다. 양화천에 나무가 모두 사라지면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바닥이나 물 위에서 쉬는 새에게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일런지 모르지만, 나뭇가지에 앉아 천적을 살펴야 하는 새는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양화천 일부 구간에는 조류가 하나도 없는 구간이 생겨났다.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천연기념물 재두루미는 넓고 빛과 사람을 피할 수 있는 물 안에서 밤을 보내는데 이번 벌목으로 이들의 잠자리는 완전히 파괴되고야 말았다.

이 겨울을 무사히 나는 조류의 개체수가 감소하는 것은 앞으로 농사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해충을 잡아먹을 천적이 급감하는 것을 뜻한다. 강물에 애벌레를 잡아먹는 물고기가 없어 매년 창궐하는 동양하루살이가 강가를 산책하는 사람의 얼굴에 혐오스럽게 달라붙어 괴롭히거나 자동차 바퀴 아래에서 우두둑 터지는 엽기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과 같이 전혀 기대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하천을 직선화하고 둑을 높이 쌓고 바닥을 파내는 치수 정책은 편익보다는 비용이 더 크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위험성이 있는 나무는 우선 제거하되 경관과 침식을 고려하여 일부 구간을 부분적으로 간벌하는 등의 선별적 사업이 아니라 모든 나무를 동시에 무차별적으로 벌목하는 것은 시대착오이다.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는 세련되고 과학적인 치수 정책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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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 2024-01-16 16:41:01
어느날 다 없어져서 웬일인가 했는데 그런 이유였다니 한심하고 안타깝네요.
안중찬 2024-01-16 15:08:40
옳습니다. 여주에 좋은 행정가나 생각 있는 공무원이 부족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