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칼럼- 청심루 복원을 꿈꾼다

칼럼- 청심루 복원을 꿈꾼다

  • 기자명 안동희 여주문화원 사무국장
  • 입력 2021.08.23 12:16
  • 수정 2022.01.15 11:42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동희 여주문화원 사무국장
안동희 여주문화원 사무국장

“내가 사방에 유람하면서 누관樓觀의 좋은 것을 본 것이 많은데, 전망이 트여 끝이 없는 것으로는 이 다락만한 것이 없다. 남방의 아름다운 것으로는 안동의 영호루, 울산의 태화루, 김천의 연자루, 진주의 촉석루, 합천의 함벽루인데, 모두 이 다락에 비견할 수 없고, 여강驪江의 청심루淸心樓, 평해의 망양루, 단양의 봉소루와는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신증동국여지승람, 밀양도호부) 

경남 밀양의 영남루嶺南樓를 읊은 성원도成元度의 시 서문에 나오는 글귀다.

우리나라는 가히 누정의 나라라고 할만하다. 우리나라의 누정에 관한 기록은 신라 소지왕이 488년 정월에 천천정天泉亭에 행차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에 처음으로 나타난다. 가장 최근의 기록인 1929년에 발간된 ‘조선환요승람’에 의하면 경상도가 1천 295개로 가장 많고, 전라도가 1천 70개로 그 뒤를 잇는데 전국의 누정을 모두 합하면 2천 700여 개가 넘는다. 이보다 앞선 기록인 신증동국여지승람 국역본은 전국의 누정을 855개로 기록하고 있다.

흔히 조선시의 3대 누정으로 평양의 부벽루와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를 꼽는다. 성원도는 남방의 촉석루를 영남루에 비견할 수 없고 다만 여강의 청심루와는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고 했으니, 기호지방에서는 청심루가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청심루는 역대 왕들이 오른 곳으로도 이름을 떨친다. 세종대왕을 비롯해 성종·중종·숙종·영조·정조대왕이 행차를 했으니 조선의 누정 중에 이만한 명예를 누린 곳도 없을 것이다. 이밖에도 내로라하는 시인묵객들이라면 한 번쯤 청심루에 올라 시를 읊어야 소원을 풀었던 까닭에 그 시문만 200여 편에 달하며 기호지방의 누정 제영시 중에 그 수가 가장 많다.

오늘날 애통하게도 우리는 청심루를 볼 수가 없다. 해방이 되던 해에 성난 군중들이 일본인 군수의 관사에 지른 불이 청심루에 옮겨 붙으면서 800여년을 일기로 소실되고 만 까닭이다. 그동안 여주의 보물 중에 보물인 청심루를 복원하고자 하는 지역 인사들의 노력과 염원이 간간이 이어져 왔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고 복원의 길은 아득하기만 하였다.

한편으로, 빈곤한 기록 탓에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이나 옛 그림만으로 상상하던 여주초등학교 어디쯤의 청심루 위치를 어떻게 비정하고 복원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있었다. 그러던 차에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제 강점기에 청심루 터에 들어선 여주공립보통학교(현 여주초등학교)의 운영과 관련된 조선총독부의 문서가 발굴된 것이다. 국가기록원에서 찾아낸 이 문서에는 당시 학교 부지의 경계선과 함께 건물들 사이로 청심루가 선명하게 도면위에 나타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면의 축척과 청심루의 면적을 추정할 수 있는 표기가 있어, 당시에 측량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면 ‘청심루의 정확한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는 놀라운 기사였다.

정면 21.21미터에 측면 9.21미터, 면적 198.3평방미터(60평)인 청심루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동안 백방으로 찾던 자료가 천만 뜻밖에도 학교와 관련된 기록에서 발견된 것이다. 알고 보니 여기에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인터넷과 고문서를 뒤지고 근대사 기록들을 뒤져도 보이지 않던 기록을, 청심루를 학교로 썼고 소실된 뒤에는 그 자리에 학교를 세웠다는데 착안해 자료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여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눈물 나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우연한 발견이 아니고 끈질긴 발굴이었던 것이다.

여주의 속살을 아는 사람들은 청심루를 마음에서 놓지 않는다. 근래에 들어서 여주처럼 지명에 주州자가 들어가는 소위 잘 나갔던 도시들이 앞 다퉈 관아를 복원하고 있다. 옛 문화를 복원해 미래의 동력으로 삼고자하는 까닭이다.

이제 다시 청심루 복원을 꿈꾼다.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