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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대에 허조의 역할
  • 추성칠(본사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09.01.0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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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왕정과 독재가 위험한 것은 권력자가 남의 의견을 듣지 않는 편향성 사고 탓이다. 문제를 흑백논리에 귀결시키거나 권력유지를 위한 방편으로만 생각할 때 나라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생사여탈권을 가진 제왕과 독재자가 편향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자신을 추종하는 조직 때문이다. 집단적 사고(group thinking)의 장점은 개인의 생각은 한계가 있으므로 다른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이를 극복하는데 있다. 하지만 구성원 중에서 리더나 중요한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여 다양한 문제의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이 한쪽방향으로 치우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악마의 반론자 또는 쇠파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다수의 의견에 의도적으로 반대하는 견해를 제시함으로써, 편향된 의견이나 집단착각의 함정에 따른 의사결정의 문제점을 예방하는 것이다. 허조(許稠, 1369 ~ 1439)는 어질고 강직해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세종 때에는 10여 년간 세 번이나 이조판서를 지냈으며 공적인 인사제도를 확립했다. 세종의 유명한 어법 “그래 네 말도 옳다. 그러나...”의 “네 말도” 의 주인공이다. 세종대왕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지침 역할이었다. 세종대왕은 문제가 생기면 토론을 통해 결정함으로써 정책의 불량률을 최대한으로 낮추었다. 토론은 혼자 정책을 결정할 경우에 문제의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는 우(愚)를 예방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하게 하여 실행력을 높이는 멋진 점이 있다. 절대왕권시대에 제왕의 권위에 도전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목숨을 걸만큼 위험하다. 더구나 어두운 시대 탓에 문제의 발단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만큼 허조는 능력이 탁월하였고 세종대왕의 신뢰는 두터웠다고 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허조는 1,021번이나 거론된다. 청백리로 유명한 황희도 1,218건이다. 허조는 10여년간 이조판서와 우의정을 역임했으며 황희의 천거로 태종의 신임을 얻었다. 태종이 세종에게 양위하면서 “이 사람은 나의 주춧돌이다”라고 하였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야위고 어깨와 등이 굽은 듯한 데다가 깐깐한 업무처리로 “말라깽이 송골매 재상”으로 불렸다. 이조판서로 재직하는 동안 천거된 인재들을 꼼꼼하게 검증하였고 선발된 인재들을 보호하는데 힘을 썼다. 어전회의에서 제안된 정책이 잘못될 소지를 지적하는 일은 종종 그의 몫이었다. 그가 마련한 인재검증 시스템은 어떤 것일까. 첫째는 ‘간택(揀擇)’단계로 해당 후보자의 경력과 자질, 부패혐의는 물론 가족관계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다음은 ‘평론(評論)’으로 이조 내부의 관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 후보보다 나은 적임자는 없는지 재차 의논을 거듭하는 단계다. 최종 과정이 ‘중의(衆議)’단계다. 인사부서의 적합판정에도 불구하고 조정안팎의 의견이 좋지 못한 경우에는 반드시 이를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허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인사담당자의 공적인 자세와 선발된 인재를 지키는 일이었다. 세종대왕이 허조에게 사사로이 좋아하는 사람을 임용한다고 하자 허조는 그 사람이 재목이라면 친척이라도 피하지 않는다면서 공적인 자세를 견지하였다. 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거나 나라정책을 비판하다가 곤경에 처한 관리들을 구하는데 있는 힘을 다했다. “태평한 시대에 나고 죽으니 천지간에 굽어보고 쳐다보아도 호연히 부끄러운 것이 없다. 세종대왕의 은총은 만나 간(諫)하면 행(行)하시고 말하면 들어주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나라의 임금은 세종이지만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생각한 허조의 당당한 유언이다. 세종대왕은 부왕 태종의 정치적 걸림돌 제거와 허조와 같은 보좌진, 백성을 사랑하는 어진 마음이 있었기에 위대한 시대를 열 수 있었다. 여주의 도시 브랜드가 “세종 여주”로 결정되었다. 겉만이 아닌 내면도 세종대왕의 뜻을 받드는 고장이 되었으면 한다.

추성칠(본사 객원논설위원)  webmaster@yeoju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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