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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부리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 기자명 조대현(본사 객원논설위원)
  • 입력 2008.09.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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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분들의 연령층은 80세 전 후가 대부분으로, 1910년부터 1940년대 일제 강점기 시대에 출생하신 분들이다. 독재의 수탈과 핍박으로 어렵게 살다 해방을 맞이 하였지만, 국토는 38선으로 갈라지고 서로 다른이념 논쟁으로 급기야 6. 25전쟁이 발발하여 국토 산하를 폐허로 만들고 숱한 생명을 앗아가는 동족상잔의 깊은 상처를 남긴채, 남북의 국민이 철천지 원수지간이 되어 서로 반목하며 헐벗고 굶주림의 수렁에 빠져 꽃다운 청춘을 조국건설과 경제개발에 다 바친 장본인이 바로 이분들이다. 그 덕분에 오늘과 같이 세계 10위권 내외를 오르내리는 경제력을 가질만큼 잘사는 사회를 만들게 되었다. 혈기 왕성한 청춘시절 이들은 목숨을 초개같이 던져 일제에 항거하고 전쟁의 국란을 수습하였으며, 전후 폐허가 된 이땅에서 헐벗고 굶주리며 뼈빠지게 일한 분들이 지금은 과거사의 숱한 사연을 묻어놓고 병마와 고독과 무위에 시달리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말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잘 살아 보려고 안해본 고생 없이 파란만장한 인생의 고락을 경험하며 살아 왔는데, 이제 그때 건장한 육신과 기백은 다 어데로 가고 자기 몸조차 추스르지 못하는 형편이 되었단 말인가? 옛부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그런데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은 강산이 변하는 것은 물론 사람도 변하고 사회도 변하고 인륜도 따라 변한다. 그래서 요즈음의 유아와 어린이 그리고 10대의 아이들은 칠 팔십여년 전 어린이였던 그들과는 천양지차가 난다. 60대 이상의 노인들 보다 대 여섯 살짜리 유치원생의 지식 수준이나 전자기기 다루는 솜씨와 재능이 더 앞선다. 요즈음 할아버지 할머니가 유치원생인 손자 손녀의 지식적 도움을 받고 때에 따라서는 가르침을 당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손주와 손녀가 귀엽기보다도 어른 빰칠 만큼 상상한 것 이상의 말과 행동이 겁이 날 정도라고 한다. 과연 그것이 지능지수가 높고 재주가 뛰어난 영재이기 때문일까? 나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시대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천륜과 인성의 바탕이 채 성숙되기 전에 살아가는 앎 만 앞서 익혀 마치 모래위에 지어진 누각 같이 선후가 뒤바뀌고, 뿌리보다 줄기가 걸커 가림없는 햇볕과 바깥 찬 바람을 쏘이면 금방 시들어버리는 온실속의 화초 같다는 생각이다. 부모재산 덕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은 미래에 대한 준비보다는 당장 현실의 안락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 삶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일하는 것보다 즐기고 소비하는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고 어릴 적부터 생활에 본보기로 삼았던 우화이지만, 지금은 개미같이 무조건 열심히 일만 하는 것보다 베짱이 삶처럼 인생을 즐기며 살다가 음악을 특기로 큰 돈을 벌어 더 잘 먹고 잘 살아간다는 현대판 우화로 바뀌어 해석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강산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다 보니 가정에서 어버이와 자녀는 서로 다른생각으로 세대차이가 나는 생활을 한다. 때문에 수족이 멀쩡하고 생활에 자기 앞가림을 할 만큼 정정할 때 별 걱정없이 각기 하고싶은 일을하며 더불어 살아 왔지만, 수족이 온전치 못하고 활동이 자유스럽지 못하여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생활하기 힘들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의지해야 되는데, 서로 다른 생각이 만나면 충돌이 잦아들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노인들은 고독과 무위로 고생하면서도 자식곁으로 흔쾌히 가려하지 않고 혼자 삶을 꾸려가고 있다. 자식에게 짐을 지우는 것이 안쓰럽고 그리고 변해버린 자식이 야속하기 때문에 부대견스럽다고한다. 구전하는 말에 “『재주는 곰이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라고 하였듯이 숱한 고생을 하고 이제 살만하니까 육신이 늙어 그간 벌어놓은 돈으로 제대로된 삶을 누려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아쉽다!”어느 환자분의 독백의 말이다. 물론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이다. 세월 잘못 만난것도 팔자소관 이겠지만 그래도 그 공은 알아주어야 하지않느냐며 유행가 가사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흐르는 내인생에 애원이란다 못다한 그사랑도 태산같은데”를 응얼거리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과거라는 바탕없이 어떻게 지금이 존재할까? 이분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이만큼 잘사는 사회로 만들어 바톤을 넘겨주고 생의 트랙을 떠나려는 순간이다. 아무리 사회가 변했더라도 앞선 주자가 전력질주로 릴레이 레이스한 공은 인정되어야 하지않을까? 그야말로 재주부린 곰에게도 편안히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보장과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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