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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가 명성태황후 승하 130주년 추모 학술대회 열어야

여주시가 명성태황후 승하 130주년 추모 학술대회 열어야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24.03.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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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이장호 / 한국문인협회 회원 / 시인. 수필가
발행인 이장호 / 한국문인협회 회원 / 시인. 수필가

이번에 여주 명성황후기념관의 히젠토(肥前刀) 복제 유물 전시 중단을 취재하면서 무언가 가슴에 걸린 듯이 답답한 때가 많았다.

우선은 명성황후 살해한 칼이기에 ‘끔찍하니 치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졌다는 것에서부터 갑갑했던 가슴은 연이어 등장하는 여러 낱말들로 인해 그 무게가 더했다.

그중 대표적인 말이 ‘시해’다.

인터넷 검색 포털에 ‘히젠토’라고 입력한 후 관련 이미지를 검색하니 ‘구시다 신사 히젠토’, ‘을미사변 칼’, ‘쿠시다 신사’, ‘명성황후 죽음’이 추천키워드로 제시되고, 일본 후쿠오카의 구시다 신사(櫛田神社)와 히젠토(肥前刀), 명성황후 관련 사진들이 가득하다. 어떤 이는 블로그에 ‘구시다 신사(히젠토)’라는 설명을 붙였고 어떤 이는 ‘그리고 명성황후 시해 당시 사용됐다 알려진 칼인 히젠토가 보관되고 있다고 합니다’라는 설명도 한다. 물론 히젠토를 보기 위해 일본 후쿠오카까지 가는 사람은 극히 일부겠지만, 이 지역을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은 일본에 가서도 명성황후와 관련된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의 설명에 붙은 ‘시해’라는 낱말이 황당하기만 하다. 시해(弑害)의 ‘시(弑)’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죽이는 것’이라는 뜻으로 ‘부모나 임금을 죽인다’는 시역(弑逆)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명성황후 시해’라는 말은 ‘일본인이 계획적으로 일으킨 황후 살인 사건’이 아니라, 조선 백성 또는 신하가 명성황후를 죽인  의미가 되기에 잘못된 쓰임이라는 생각이다.

그러고 또 하나, 대화 중 상대에게서 불쑥 튀어나온 ‘민비’라는 표현이나, 명성황후의 죽음이 시아버지인 대원군과의 갈등에서 빚어진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가슴은 점점 갑갑함이 더해갔다.

내년이면 약칭해 명성황후로 불리는 여주 출신 명성태황후가 승하한지 130주년이 된다. 그리고 광복 80주년이 된다. 두 세대가 지났음에도 일제 식민지 정책으로 만들어진 왜곡된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우리 곁에서 어른거리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여주 명성황후 생가 유적지의 명성황후기념관에서 20년 넘게 전시되던 히젠토(肥前刀)는 단순한 칼 한 자루가 아니다.

조선을 침탈하기 위해 러시아와 전쟁을 준비하던 일제가 가장 방해된다고 판단한 인물이 명성황후였기에 일본공사 미우라의 지휘로, 일본군 수비대와 일본공사관원, 영사경찰, 일본인 신문기자, 낭인을 동원해 타국의 왕비를 살해한 19세기 최악의 반인륜적 범죄의 증거물이다.

을미사변은 러시아를 통해 일본의 침략을 막으려 했던 고종의 가장 큰 조력자인 명성황후 뿐 아니라 대한제국 근위대와 조선인 궁중 인사들을 일본 정부가 집단 살해한 사건이다.

이번 명성황후기념관 히젠토 전시 중단을 통해 필자는 우리가 역사를 바라볼 때 사실을 그대로 봐야하지, 특정 이데올로기를 통해 보면 진실과 거리가 있는 허구의 역사를 만들기 쉽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객관적으로 역사를 허심탄회하게 볼 수 있는 학문적 자세와 함께 현실적으로 주관적 가치가 개입되는 것은 불가피하기에, 역사를 바라보는 눈은 객관성과 주관성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보하기 어려운 것은 역사 기록을 보관하는 여주시가 설립한 공립박물관인 명성황후기념관 설림 목적에 비춰볼 때 중요한 전시품인 히젠토(肥前刀) 복제 유물 전시 중단은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명성황후기념관을 존치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갖게 된다.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이 위탁 운영하지만 명성황후기념관은 엄연한 박물관이다.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은 명성황후기념관의 히젠토(肥前刀) 복제 유물을 치우는 것보다 명성태황후가 승하한지 130주년이 되는 내년에 추모학술대회를 준비하는 것을 먼저 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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