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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지금 여주에는 나무은행이 필요하다

칼럼 - 지금 여주에는 나무은행이 필요하다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23.12.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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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여주신문 발행인 /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이장호 여주신문 발행인 /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몇 년 전부터 여주시에는 물류센터를 비롯해 주택개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등을 위한 각종 개발 사업으로 수십 년 된 나무들을 베어내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토지주가 자기 땅을 개발하기 위해 산지일시사용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 수십 년이 넘은 나무를 베거나 뽑아버리는 것을 사유재산권 행사이기 때문에 막을 수는 없다지만 이런 광경을 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필자만이 아닌 것 같다. 사무실에 있으면 간간히 마을 주변 산지의 나무를 베어내는 광경을 본 주민들의 불편한 마음을 전하는 전화가 걸려오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지금과 같이 나무가 흔하고 무성한 숲이 만들어 진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조선 정조 20년(1796년) 「일성록」에는 ‘지금은 온 산이 모두 화전(火田)으로 일구어져 벌거숭이가 되어 전혀 산의 형세가 없습니다.’ 등의 걱정이 자주 등장한다. 이 땅에서는 16~17세기를 거치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소금 생산이 늘고, 화전(火田) 성행과 온돌이 대중화되면서 나무의 수요가 급속히 많아져 조선은 산림 자원 고갈에 시달렸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인 일본강점기인 1910년 조선총독부가 조선임적조사사업 일환으로 제작한 ‘조선임야분포도(축적 50만분의 1)’에 나타난 조선의 숲은 ‘황폐’하기 그지없다. 숲이라 부를만한 산림은 32%에 불과하고 나머지 68%는 어린나무와 나무가 없는 땅으로 이루어졌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나무들은 대부분 60~70년대부터 심어지기 시작한 것들이다. 1960년대 중반에 박정희 정권은 산림녹화에 강력한 행정력을 투입했다. 식목일 행사를 나무 심는 기간으로 확대해 지역별로 기후에 알맞은 날짜에 나무를 심는 등 노력하면서 산림의 풍경이 바뀌었다. 이때 심어진 나무들의 수령은 이제 40~60년에 이른다. 사람의 나이로 보면 중년이지만 과일나무와 같이 일부 수명이 짧은 나무를 제외하면 많은 나무들의 수명은 대략 200~300년 정도다. 

양평 용문사의 1100살 된 은행나무나, 우리나라 공식 최고령목인 정선의 1400살 주목을 보면 나무의 나이가 대단해 보이지만, 호주 태스매이니아의 휴안파인의 나이는 1만500살이라고 하니 이 땅의 40~60살 나무는 아이에 불과할 따름이다.

나무는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원의 하나다. 나무 종류와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나무 한 그루는 연간 평균 8kg의 CO²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와 숲은 탄소흡수뿐 아니라 우리 생활 주변의 풍경으로서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소위 힐링(healing)의 매개체도 된다.

앞서 말한 여러 이유로 나무와 숲은 산림부서만의 일이 아니고 환경과 보건은 물론 잘 가꾼 나무와 숲, 정원 등은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할 영역인 셈이다.

여주시가 지난 12월 26일 여주시의 자연·인문·역사·문화·환경 등의 지역적특성과 여건을 감안하여 공원녹지 및 도시숲, 가로수 확충·관리이용·보전에 관한 장기적인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은 ‘2035 여주시 공원녹지 기본계획 및 도시숲 조성관리계획(안) 공청회’를 열고 여주시 공원과 녹지 도시숲의 중장기정책방향을 설정하는 첫발을 내딛었다.

필자는 앞으로 12년간의 계획을 세워 여주의 녹지 환경을 바꾸는 이 계획과 함께 여주시가 ‘나무은행’ 도입도 추진하길 제안한다. 

각종 개발 사업으로 뽑히거나 베어지는 나무들을 모았다가, 새로 조성되는 도시 숲이나 가로수에 쓰기 위해 나무은행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나무은행을 통해 뽑히거나 베어져 사라지는 나무에 새 생명을 주는 것은 여주시의 녹지계획 수행에 따른 나무 구입 예산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여주시가 직접 운영하기 어려운 경우에 나무은행을 전문기관에 위탁하면 이에 따른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그야말로 1석3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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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ㅇ 2023-12-29 06:49:27
나무은행 적극추천 입니다.
좋은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