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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커스 코끼리와 여주시 지역축제

칼럼- 서커스 코끼리와 여주시 지역축제

  • 기자명 이장호 발행인
  • 입력 2023.10.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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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여주신문 발행인 /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이장호 여주신문 발행인 /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서커스에 출연하는 코끼리 이야기를 아십니까?

그렇게 큰 몸집을 가진 코끼리가 체격에 비하면 작은 쇠사슬에 묶여 꼼짝 못하는 이유가 어릴 적 처음 묶였을 때 아무리 힘을 써도 벗어나지 못하고 아프기만 해 포기했던 기억 때문에 어른이 됐어도 작은 쇠사슬을 끊을 엄두를 못 내기 때문 이라고 합니다.

서커스 코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필자는 여주시의 일부 지역축제가 생각났습니다.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축제가 있습니다. 오죽하면 ‘축제박람회’라는 행사까지 생겨날 정도입니다. 따라서 여주에서도 여주도자기축제와 여주오곡나루축제와 같이 규모가 큰 축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축제가 한해에도 여럿 열립니다.

지역축제의 공통된 명분은 지역과 지역특산물을 홍보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문화와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축제 메인 행사에서 연예인 공연이 필수고, 마무리는 불꽃놀이 등으로 장식되고 있습니다. 축제 비용 전체에서 이런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쓰이는 돈은 거의가 우리가 흔히 혈세라 부르는 여주시의 예산입니다. 소위 ‘피 같은 세금’으로 연예인 주머니를 채워주고, 밤하늘에 펑펑 쏘아대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여주시의 일부 읍면동에서 열리는 축제는 ‘야시장’이라 불리는 전국을 떠돌며 장사를 하는 외지상인들이 빠지지 않습니다. 어떤 축제는 처음 시작할 때 이들이 무대 공연과 행사 천막을 제공해 자체 부담금이 적어서 이들에게 자리를 내줬다고 하고, 또 다른 축제는 처음에는 마을 자체 축제로 시작하다가 규모가 커지면서 이들이 가세한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엔 예산 지원도 없다시피 했고, 방문객 집객 능력도 부족했기에 ‘야시장’이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축제의 인지도도 높아졌고 행사를 거듭하면서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축제를 치르는 주체들의 능력도 성장했고 여주시의 예산 지원이 늘어나면서 축제 행사비 규모도 커졌습니다.

축제 예산을 늘리면 굳이 ‘야시장’을 불러들이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였는데, 여주시가 지원하는 축제 예산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축제에서 ‘야시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야시장’ 문제를 거론하면 ‘그러면 방문객이 줄어든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서커스 코끼리의 사연과 비슷합니다.

‘야시장’을 불러 축제를 시작했기에 서커스 코끼리처럼 혹시 ‘야시장’이라는 쇠사슬에 발목이 묶인 것은 아닐까요? 축제의 경험도 쌓였고 축제의 명성이 높아져 이제 어른 코끼리가 되었으니 아기 코끼리 때 묶었던 쇠사슬을 끊어내고, 서커스 코끼리가 아니라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자연의 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음에도 아직도 서커스의 아기 코끼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우리 여주시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야시장’이 없이도 많은 관람객이 찾아오는 축제도 있다는 점에서 지역축제에 ‘야시장’은 필수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야시장’이 없으면 방문객이 없는 축제라면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만두는 것이 마땅합니다. 축제의 주제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지 못한다면 그 주제는 잘못 선정한 것이니 다른 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축제를 포기하면 됩니다.

지역축제가 성공하려면 ‘주제’가 경쟁력을 가져야 합니다. 

지역축제가 ‘야시장’에 의존하면 축제의 이익이 행사기간 내내 교통체증과 행사장 소음 등으로 고통을 분담한 지역상인과 주민들이 아니라 야시장 상인들에게 돌아가니,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도 지키지 못하게 됩니다.

내년에 여주시에서 열리는 모든 축제에서는 야시장이라 불리는 떠돌이 상인이 없는 축제가 열리길 기대하며, 지역문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축제를 지금부터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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