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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인 교수의 Coffee Life – 7

구자인 교수의 Coffee Life – 7

  • 기자명 구자인 교수
  • 입력 2023.07.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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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마시는 사이폰(Syphon, Siphon) 커피

구자인 교수
구자인 교수

“소년은 맨발로 산호바다 위를 걸어 미끼로 맡겨 둔 얼음집으로 걸어갔다. 노인은 언제 부터인가 먹는 것이 귀챦아져서 점심 도시락은 잊은지 오래였고, 그가 종일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뱃머리에 있는 물 한병 뿐이었다 .오늘도 종일 견뎌야 하기 때문에 소년이 한 잔 더 권하는 커피를 거절하지 않고 천천히 마셨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1952) 중에서-

 

에스프레소가 과학과 기술로 커피의 심장 같은 영혼을 이끌어낸 커피라면, 진공커피포트 혹은 액체를 거르다라는 의미를 가진 사이폰 커피는 감탄의 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로 시각적인 효과,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커피다. 

 

장마가 시작된 요즘 잘 어울리는 사이폰 커피 추출기구에 대해 알아보려한다. 사이폰은 진공여과 방식으로 커피가 추출되며 베쿰(Vacuum Brewer)라고도 불린다. 추출 시간은 드립방식보다 시간이 짧게 걸리며, 약 1분정도 소요된다. 커피 추출 방법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1975년 후반~1980년대 대학가 주변 커피숍에서 많이 취급되어서 사이폰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중년분들도 종종 만나곤 한다.

 

다음은 사이폰 커피의 구조와 기구, 추출 방법과 특징이다.

- 구조 

사이폰은 상부 로트, 필터, 하부플라스크, 알코올램프로 구성된다.

- 특성 

1. 침지, 보일링식, 진공여과 방식, 하부 플라스크에 물을 넣고 가열램프를 이용하여 고온에서 물이 끓여지고, 이때 중기의 압력으로 인해 물이 상부 로트의 유리관을 통해 올라온다. 상부 로트에 담긴 커피가루가 물에 잠기게 되고 어느 정도 우려낸 후 불을 끄면, 압력이 없어지고 상부 플라스크에 장착된 필터로 커피가루는 걸러지고 추출 커피액만 하부 플라스크로 내려오게 된다.

2. 기구의 형태와 추출 과정으로 인해 연출력이 뛰어나 밤이나 특별한 날에 더욱 잘 어울린다.

3. 1분 정도의 짧은 추출 시간은 장·단점이 있는데, 향은 좋으나 커피의 깊고 진한 맛보다는 가볍고 산뜻하며 깨끗한 맛을 표현할 수 있다.

4. 중간에 커피가루를 우려내는 시간과 커피의 양, 물의 양으로 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

5. 알코올, 할로겐램프나 가스스토브를 사용하여 물이 끓여지는 고온 추출 특성상 원두 선택은 약배전 상태의 원두를 사용하며, 이때 향이 좋은 원두를 선택한다면 더 좋다.

6. 상부 로트에 장착될 여과 필터는 종이를 끼워 사용하는 플라스틱과 융 필터가 있다.

7. 추출 시 스틱을 젓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스틱 젓기를 잘해줘야 하며, 추출이 용이하도록 스틱 재질이나 모양에도 신경을 쓰도록 한다.

8. 유리 제품으로, 깨지기 쉽고 불을 다루는 작업도 병행해야 하므로 추출 시 주의해야 한다.

 

- 추출방법

2인용 기준으로 원두의 양은 15∼20g 사용하고, 물의 양은 드립 추출보다 30∼50㎖정도 더 많게 사용한다.

1. 커피를 분쇄한다 (드립보다 약간 가는 분쇄 입도).

2. 상부 로트를 하부 플라스크에서 분리한 후 여과필터를 정중앙에 장착해 준다.

3. 하부 플라스크에 정량의 물을 붓고 알코올램프로 가열하기 전 플라스크의 물기는 반드시 닦는다.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는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 램프로 물을 끓이게 될 경우, 미리 뜨거운 물을 준비하게 되면 끓이는 시간이 단축된다.

4. 불을 붙인다. 이때 화력은 너무 약하지 않게 심지로 불꽃의 높이를 조정한다.

5. 준비된 하부 플라스크에 상부 로트를 살짝 걸쳐 놓는다.

6. 물이 끓으면 로트에 분쇄된 커피를 넣고 좌·우로 흔들어서 수평을 맞춘다.

7. 로트를 하부 플라스크에 장착한다. 너무 강한 장착은 강한 압에 의해 추출한 후 분리가 어려워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8. 하부 플라스크의 물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멈추면, 상부 로트 안으로 스틱을 넣어 저어준다(스틱 횟수는 10회 정도).

9. 스틱 회전 후 15∼30초 경과한 후 불을 끄고 2차 스틱을 저어준다(동일 수).

10. 추출액이 하부 플라스크에 내려오고 로트를 분리시킨다. 로트 여과필터 위로 커피가루만 남고 추출액은 하부 플라스크로 내려오게 되는데, 잡미성분이 내려오지 않게 추출액이 내려올 때는 거품이 많이 생겨야 잘된 것이다. 로트를 하부 플라스크에서 분리해주어야 한다.

※ 커피의 부드러운 맛을 원할 때는 커피가 물에 잠기는 시간을 줄여주고 2차 스틱 횟수도 줄여준다. 반대로 진한맛을 원할 때는 2차 스틱 회전 전인 불 끄기 전의 시간을 늘려주고 스틱 횟수도 늘려준다. 이때 커피의 농도 조절이 가능하며, 커피의 사용량이나 물의 양으로도 조절이 가능하다.

 

주문과 동시에 사이폰을 세팅후 테이블 위에서 직접 추출해보는 이 커피로 비가 잦은 오후의 커피를 경험해보는건 어떨까. 

사이폰 커피는 직접 경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릴렉스함과 동시에 원두의 향미도 가까이에서 맡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사람의 감정을 좌우하는 것 중 하나는 날씨가 아닐까 싶다.

비 내리고 흐린날 우리는 왠지 센티멘탈해지고 실제로 저기압 상태인 흐린날 커피향도 그윽하다. 

대기압은 기체가 분산되는 정도가 깊은 관련이 있어 비내리는 날은 대기 중으로 쉽게 날아가지 않고 커피향은 넓게 퍼진다. 

그래서 향의 여운을 더욱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무심한 듯 하지만 섬세한 사람 만날 때가 행복하다.

그냥 7월 하면 커피와 함께 떠오르는 사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여름날 아침에.

 

구자인 교수
여주대학교 외래교수
더 자인 식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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