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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년 잃어버린 조상 묘(墓) 찾았다

400여년 잃어버린 조상 묘(墓) 찾았다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23.06.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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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말 두문동 72현 묵은공 정희...여주 흥천면으로

하동정씨익위공파종회...27년 노력 끝에 양주서 찾아

위로부터 묵은공(黙隱公) 정희(鄭熙)와 큰 아들인 군사공(郡事公) 정포(鄭抱)의 묘
위로부터 묵은공(黙隱公) 정희(鄭熙)와 큰 아들인 군사공(郡事公) 정포(鄭抱)의 묘

 

400여년 동안 실전(失傳 묘지·고적·내력 등 전하여 내려오던 사실이 중도에서 알지 못하게 되는 것)된 조상의 묘를 찾아내 경기 여주시의 선영으로 옮겨 온 하동정씨익위공파종회(회장 정해군)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11시 여주시 흥천면 웃다리실길 29-8 (상백리) 사의재(思義齋)에서 열린 ‘중효열 향사 및 묵은공, 군사공 묘비석 신도비 제막식’에는 이상면 여주시 흥천면장과 장삼현 전 가천대학교 교수와 하동정씨 문중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에 찾은 하동정씨 조상 묘는 고려말 두문동(杜門洞) 72현의 한사람으로 충절을 지킨 묵은공(黙隱公) 정희(鄭熙)와 그의 큰 아들인 군사공(郡事公) 정포(鄭抱)의 것으로 조선시대의 잦은 전란과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묘의 위치가 후손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하동정씨익위공파종회에 따르면 27년 전부터 잃어버린 조상 묘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관련한 문헌이 없어 진척이 없다가 ‘양주 서산(西山)에 장사지냈다’는 기록을 접하고 양주시 서산을 수년간 헤맨 끝에 올해 2월 13일 양주시 장흥면 삼상리에서 묵은공과 그 장자 군사공의 묘를 찾았다고 한다.

양주시 서산은 일영봉·제일봉·종래봉·매봉 등이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느 산을 가리키는 지명인지 명확하지 않으며 서산골짜기라고도 불렀으며, 장흥면 전체를 가리키는 지명이기도 하다.

정해군 회장은 장흥지역에는 묵은공 묘에 대한 오해가 있어 훼손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기에 그 근처를 둘러보고 내려오다가 작은 저수지 위쪽 연못에 신도비 기단석, 옥개석으로 추정되는 석물을 발견하고 그 근처에서 땅 속에 묻힌 문인석 등과 묘를 찾아냈다.

양주시 서산에서 발견된 묵은공(黙隱公) 정희(鄭熙) 비석 기단석과 옥개석
양주시 서산에서 발견된 묵은공(黙隱公) 정희(鄭熙) 비석 기단석과 옥개석

 

해당지역은 한양조씨 문중의 소유지라 한양조씨 문중과 양주시에 협조와 행정절차를 통해 여주시 흥천면 상백리 선영으로 묘를 옮기게 되었다.

『기우집(騎牛集)』 권2, 부록, [구정충록(九貞忠錄)] [출처-한국고전번역원] ⓒ 한국고전번역원
『기우집(騎牛集)』 권2, 부록, [구정충록(九貞忠錄)] [출처-한국고전번역원] ⓒ 한국고전번역원

 

묵은공 정희는 포은 정몽주의 제자로 『등과록전편(登科錄前編)』에 따르면 고려 우왕(禑王) 2년(1376) 병진(丙辰) 진사시에 1등으로 문과 급제하여 장령(掌令)과 사헌집의(司憲執義) 등을 지냈으며, 스승 정몽주가 선죽교에서 순절하던 날 유배되어 9년간 귀양살이를 했다. 해배 후 태종이 여러 차례 벼슬을 내렸으나 이를 거절하고 끝까지 고려 왕조에 충절을 지켰다.

두문동 72현중 한 사람으로 개성의 두문서원, 광주 화담사, 장성 경현사, 화순 예산사에 배향되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장삼현 교수는 “하동정씨익위공파는 조상의 묘를 찾기 위해 노력하여 기어이 묵은공과 그 아드님 묘소를 찾아서 조상에 대한 도리를 다했다”며, 조상을 숭배하고 친족간에 화목을 도모하는 숭조목종(崇祖睦宗)의 모범적인 실천을 한 하동정씨익위공파종회에 축하 인사를 전했다.

하동정씨익위공파종회 정해군 회장은 “묘소를 발견하던 날 반가움과 슬픔이 함께한 것은 비석이 훼손되고 방치되어 있고, 땅에 묻혀 엎어져 있고, 계곡에 쓸려가 간신히 나무에 걸쳐 있는 것을 볼 때였으며 그래도 다행이라 여겼다”며 “하동정씨 정승공파 5만 가족 중에 여주 문중은 1, 2천 가족에 불과하지만 문중의 현창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묵은공(黙隱公) 정희(鄭熙) 신도비 제막
묵은공(黙隱公) 정희(鄭熙) 신도비 제막

 

하동정씨익위공파종회는 지난 2012년에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무수한 왜적을 격퇴시켰으나 지평의 고라산에서 왜적의 대부대와 전투를 벌이다가 중과부적으로 큰며느리 청풍 김씨와 더불어 셋째 아들 정괄, 넷째 아들 정일과 함께 순절한 정응린(鄭應麟) 장군의 전적비를 양평군 지평면 대평리에 건립했다. 또 2014년에는 ‘고래산의 충혼 정응린 장군’ 도서발간, 2018년 재실인 사의재(思義齋) 건립, 2020년 500년 샘물 엄곡정(嚴谷井) 복원, 2022년 정응린 장군 추모 한시집(漢詩集) 발행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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