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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만든 ‘한글보도블록’ 보셨나요?

장애인이 만든 ‘한글보도블록’ 보셨나요?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23.06.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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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도자기 만들어 온 조정오 씨의 새로운 도전

한글의 아름다움...보도블록과 벤치, 볼라드 등에 접목해

“제품이 잘돼서 장애인 일자리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난 5월 19일부터 29일까지 경기 여주시 신륵사관광지 일원에서 열린 제35회 여주도자기축제의 여러 전시 중에 눈길을 끄는 전시가 있었다. 특히 축제장을 찾은 유치원 어린이들이 유독 재미있어 했던 이 전시는 한글 자음과 한글문장을 구성하는 여러 글자를 도자기로 만든 ‘한글 도자기 포인트 보도블록’이다. 

왼쪽부터 이형우 여주 도예명장, 이충우 여주시장, 조정오 센터장, 이순열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이사장
왼쪽부터 이형우 여주 도예명장, 이충우 여주시장, 조정오 센터장, 이순열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이사장

 

도자기 보도블록에 한글 자음과 한글을 새긴 제품을 만든 사람은 여주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정오 센터장으로, 조 센터장은 이 도자기 보도블록을 특허출원해 올해 여주도자기축제가 시작되기 직전인 5월 16일 특허청으로부터 ‘한글 문자 성형 타입 보도블럭 및 제조방법과 그 보도블럭 시공방법’에 대한 특허를 여주시에 있는 버팀목사회적협동조합의 이름으로 받았다.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조정오 센터장은 지난 2008년부터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해 그동안 도자기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폐도자기로 빗물이 통과하는 보도블록을 비롯해 도자기를 이용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며 이번에는 ‘한글’을 모티브로 한 도자기 보도블록을 만들었다.

야외에 시험 설치한 한글 도자기 포인트 보도블록
야외에 시험 설치한 한글 도자기 포인트 보도블록

 

한글 도자기 포인트 보도블록의 용도는 보도블록이지만 제조과정은 일반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을 거치면서 보도블록의 기능을 위한 공정이 추가된다.

이 도자기 보도블록을 본 한 관람객은 “유약이 코팅된 세라믹 소재의 포인트 보도블럭은 기본 보도블록에 비해 디자인 품질이 우수하다”며 조정오 센터장에게 제조과정에 대해 꼼꼼하게 묻기도 했다.

조 센터장은 “알고보니 그분도 이런 분야의 사업을 하시는 분으로 여러 조언을 해 주셨다”며 “제조와 시공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팁을 알려주시고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고 밝혔다.

조 센터장이 한글 도자기 포인트 보도블록을 만들게 된 것은 우리나라 도시에 한글을 이용한 보도블록으로 장식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왼쪽부터 여주시의회 박시선 의원과 진선화 의원, 조정오 센터장, 이규택 전 국회의원, 여주시의회 유필선 부의장
왼쪽부터 여주시의회 박시선 의원과 진선화 의원, 조정오 센터장, 이규택 전 국회의원, 여주시의회 유필선 부의장

 

그동안 여러 차례 도자기를 이용한 제품을 만들었던 그가 만난 첫 번째 난관은 비용이다. 

“한글 자음과 모음의 글자 개수가 많다 보니 금형을 그 개수만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글자 모양은 공개폰트를 사용하면 되지만 보도블록이라는 특성상 금속으로 금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라며 개발에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처음에는 일반 도자기처럼 석고로 금형을 만들었는데 보도블록이 일정한 강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 헛돈을 쓴 이야기부터 프레스 성형과정의 시행착오와 도자기 보도블록의 유약처리 과정 등에서 겪은 어려움 등으로 매우 힘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조정오 센터장이 한글 도자기 포인트 보도블록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여주시 도예명장인 이형우 명장과 도자기 제조시설과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 명성세라텍 박종철 대표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 센터장은 “여러 분들이 조언과 도움을 주셨으며 특히 이형우 명장님과 박종철 대표님은 본인들의 일도 바쁜 분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도움을 주셨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는 “여주도자기축제에 참여했을 때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모나 유치원 등에서 단체로 오신 분들은 꼭 저희 홍보 부스에 와서 사진을 찍고 가시는 것을 보고 자라나는 어린이들한테는 큰 교육이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한번 하게 되었다”며 “한글 도자기 포인트 보도블록이 아직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새로운 개선점을 찾아 더 나은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조 센터장이 도자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장애인 일자리 때문이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의 경우에도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에 비유되는 농촌지역인 여주시에서 그가 장애인 일자리의 한 방편으로 생각한 것이 도자기였다.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완성된 도자기에 그림이나 글자를 넣는 작업 일명 ‘전사지 가공’이었다. 그러면서 공장 한 구석에서 손으로 빚은 화분으로 여주도자기축제에 참여하면서, 폐도자기를 활용한 물이 통과하는 보도블록과 습기를 먹는 화분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한글 도자기 포인트 보도블록까지 만들게 됐다.

 

조정오 센터장은 “한글 도자기 포인트 보도블록이 잘돼서 장애인 일터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이며 꿈”이라며 “한글 볼라드, 한글 벤치, 한글 벽장식 등에 대한 제품도 개발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한글 도자기로 만든 제품이 쓰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버팀목사회적협동조합은 공공기관이 물품 또는 용역 구매 시 우선구매를 정한 법률에 따른 조직으로 6월 5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도자기(세라믹) 제품 생산 및 판매를 기타사업으로 추가하는 정관변경을 인가받음으로서, 한글 도자기 포인트 보도블록의 공공기관 납품의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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