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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분노하는 이유

농민이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분노하는 이유

  • 기자명 전주영 /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농업인 단체 협의회 사무국장
  • 입력 2023.04.12 09:00
  • 수정 2023.04.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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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농업인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전주영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농업인단체협의회 사무국장

농민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첫째, 양곡관리법에 명시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대놓고 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쌀 수급과 가격의 관리는 1950년 양곡관리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법에 명시되어 있는 정부의 책무이다. 쌀이 남으면 사들이고 부족하면 풀어서 적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업무인데, “남는 쌀 강제 매수법” 운운하며 제 1호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할 일인가?

둘째, 작년에 발생한 45년 만의 쌀값 대폭락 사태는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정부가 저지른 참사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변동직불금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쌀 자동시장 격리제”를 도입하였다. 그동안에 없었던 쌀 시장 격리 요건을 명확히 법에 명시한 것이다. “초과 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일 경우 또는 쌀값이 평년 가격의 5% 이상 하락할 시에 남는 쌀을 시장 격리한다”고 정부가 법에 명시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2021년산 쌀 생산량은 388만 2천 톤이고 초과 생산량은 27만 톤이었다. 초과 생산량이 생산량의 7%를 넘어서는 양이었다. 법에 명시된 격리요건보다 2배를 훌쩍 넘어서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스스로 만든 법을 어기고 수확기에 쌀시장 격리를 하지 않았다. 쌀 값폭락 사태는 명백히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어떻게 정부가 풍년 농사 일군 농민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단 말인가?

셋째, “쌀 수급 관리를 확실하게 책임 지겠다”던 농민과의 약속을 깨는 것이며 쌀값 폭락의 손실을 몽땅 농민에게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0년 “쌀 자동시장 격리제”로의 양곡관리법 개정을 담보로 변동직불금 제도를 폐지했다. 법을 개정하기 이전에는 쌀값이 폭락하면 정부가 수급 관리 실패에 책임지고 변동직불금을 농민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쌀 수급 관리를 실패하면 고스란히 농민이 100% 손해를 보게 된다. 작년에 쌀값 폭락으로 농민이 짊어진 손실은 1조4천2백억으로 추정된다.

넷째, 앞에서는 “민생을 챙기겠다”고 외치면서 제대로 된 대안도 없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농민을 우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힘은 얼마 전에 “이제는 오로지 민생입니다”라며 민생을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조수진 국민의 힘 민생 119 위원장은 4월 5일 "남아도는 쌀 문제"의 해결책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제안하여 대책도 대안도 없다는 것을 온 세상에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단 거부권부터 행사해 놓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대책은 “수확기 쌀값을 20만원 수준으로 수급안정 대책을 수립하겠다”와 “농업직불금 예산을 내년에 3조 2027년에 5조로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농민을 두 번 우롱하는 것이다. 수확기 쌀값이 2020년에는 21만 6484원이었고 2021년에는 21만 4140원이었는데 올해 수확기 쌀값을 20만원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농민을 설득할 수 있는 대책이라는 말인가? 올해 직불금 규모가 2조 8000억원 수준인데 내년에 3조로 하겠다는 것이 대단한 대책이라는 것인가?

쌀 수급과 적정한 가격관리는 양곡관리법으로 규정한 정부의 기본 책무이다. 이번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추진된 이유는 정부가 시장 격리 요건을 법에 명시해 놓고도 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격리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을 “격리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바꾸어 “정부가 다시는 법을 어길 수 없게 하자”, “다시는 쌀값이 폭락하는 일이 없게 하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왜 풍년 농사를 위해 묵묵히 피땀 흘리는 농민들을 우롱하는가?

더 이상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을 당리당략에 이용하지 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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