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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학교 급식실이 위험하다!

현장칼럼- 학교 급식실이 위험하다!

  • 기자명 김진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사무국장
  • 입력 2023.03.0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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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사무국장
김진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사무국장

학교는 방학이라는 긴 잠에서 깨어나 곧 3월 학기를 준비하는 2월 말, 경기도의회에서는 중요한 정책연구보고회가 있었다. 주제는 바로 ‘경기도 학교 급식종사자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였다.

누구에게는 글 한 줄로 확인하는 기사였을지 모르나, 필자는 교육공무직원들이 모여있는 노동조합의 전임 상근활동을 하고 있는 현직 교육공무직원으로서 큰 관심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여태까지 학교급식을 논할 때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질 좋은 급식 제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늘 언론에는 식중독 사고, 아니면 급식실 파업으로 인한 학교급식 차질 등이 차지했다. 이런 기사로 상처받다가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 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거나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학교급식이 최고라는 말을 들으면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 또한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로서 학교급식만큼은 믿음이 간다. 하지만 그 믿음은 급식실 공간에서 상상하기 힘든 노동으로 쌓아 올린 믿음과 최고라는 평가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믿음은 그 의미가 좀 남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정책연구는 경기도 학교 급식종사자 첫 전수조사(경기지역 학교 조리종사자 17,138명)를 실시해서 나온 결과여서 더욱 그 의미가 크다. 1981년 「학교급식법」이 제정된 이후 2003년부터 초‧중‧고에 전면 급식이 실시되면서 학교급식 시설이 양적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양적으로 확대된 만큼 학교급식실의 업무와 노동환경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한 적이 별로 없다.

그간 노동조합에서는 국회를 통해, 아니면 자체적으로도 연구용역을 통해 경기도교육청에 학교 급식실의 실상을 얘기해왔고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근골격계질환, 미끄럼과 넘어짐, 화상 등은 일상적인 산업재해로 발생하고 있고 이젠 폐암으로 사망하는 조리종사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고용노동부는 급식종사자 임시건강검진(폐 CT)을 명한 바가 있고 2023년 2월까지 마무리됐다. 결과를 확인하기가 두렵다. 타시도 중간결과만 봐도 일반여성 폐암 발병률의 35배에 달한다는 것을 이미 들었기 때문이다.

폐암의심이나 폐 결절이란 결과를 전달받은 당사자들은 학교를 그만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고, 2월 말엔 퇴직금 상담이 하루 종일 이어질 정도로 급식실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지고 있다. 2023년 1학기 경기도 교육공무직원 신규채용자는 814명 중 급식종사자는 667명에 달한다. 이것은 그만큼 정년퇴직과 중도 퇴사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나 경기도교육청은 교육공무직원의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정책방침을 가지고 있다.

급식실, 특수, 돌봄 등 학생과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직종만 어쩔 수 없이 채용하고 있는 지경인데도 말이다. 경기도 일부지역에서는 일년 내내 채용공고를 내고 있고 교육지원청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이런 결과가 왜 나오는지 경기도교육청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이 그냥 임금 좀 올려달라고 떼쓰는 것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젠 학교 급식실이 위험하다.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맛난 급식으로 좋은 평가를 받길 원한다면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생각하고, 몇 년째 싸우고 있는 급식실 배치기준을 해결해야 한다. 타 공공기관의 배치기준에 2배에 달하는 조리종사자 1인당 130명분을 책임지라고 떠밀어서는 안된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교육청은 1년 내내 현수막이 아니라 사람을 찾아다녀야 하는 공무원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제는 쥐어짜서 일하는 시대가 아니다. 일과 삶의 균형은 언감생심 생각도 못 하지만, 일하다 병은 안 걸렸으면 하는 게 이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내가 병에 걸려 죽을 수 있다는 직장에 누가 일하러 오겠는가!

급식노동자들은 내 새끼 입에 밥 한술 더 맛있게 먹이는 것과 똑같은 마음으로 밥을 짓는다. 그들의 노동은 어떤 노동보다 숭고하고 위대하다.

이들을 한낱 밥 짓는 아줌마로 전락시키는 것은 바로 경기도교육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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