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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의미 있는 진단, 허탈한 처방”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의미 있는 진단, 허탈한 처방”

  • 기자명 김수영 중앙동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장
  • 입력 2022.12.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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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김수영 여주시 중앙동 민원복지팀장
김수영 여주시 중앙동 민원복지팀장

책에 따르면, 인류는 “핵전쟁, 생태 붕괴, 기술적 파괴, 이 세 가지 문제”(190쪽)에 직면해 있습니다.

 

올해 북한은 핵무력 강화 움직임을 가속화하며, 동아시아 지역에 잔뜩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생태 붕괴로 인한 기후 위기도 심각합니다. WMO(세계기상기구,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예 따르면, 2022년 기후 4대 핵심 지표인 온실가스, 해수면 상승, 해수 온도, 해양 산성화가 역대 최악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 혁명은 비숙련 노동 시장을 거세게 파괴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수십억 인간을 고용 시장에서 몰아내고 막대한 새로운 무용(無用) 계급을 만들어낼지”(42쪽) 모릅니다.

핵전쟁, 생태 붕괴, 기술적 파괴는 개별적으로도 인류 문명의 미래를 위협하기에 충분하지만 셋이 합쳐지면 인류는 전례 없는 실존적 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인류의 절멸 말이죠.

 

유발 하라리는, 좋든 싫든 오늘날 모든 국경을 넘어 인류가 당면한 세 가지 공통된 도전은 “글로벌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179쪽)고 말합니다. “유일한 현실적 해법은 정치를 지구화하는 것”(195쪽)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정치를 지구화한다는 게 ‘세계 정부’를 수립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정치를 지구화한다는 것은 한 나라나 심지어 도시 단위의 정치가 작동하는 과정에서도 전 지구 차원 문제와 이익에 좀 더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첫 책『사피엔스』에서 인류가 지금과 같이 지구의 패자(霸者)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가상의 실재인 허구를 생산하고, 믿음으로써 여럿이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라리가 말하는‘가상의 실재’, ‘허구’, ‘이야기’는 민족주의, 종교, 이데올로기 등과 같은 것을 말합니다.

유발 하라리는『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인류를 승자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던 ‘이야기’가 지구적 차원의 위기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인류는 지금 단일 문명을 이뤄 살고 있으며, 핵전쟁과 생태 붕괴, 기술적 파괴의 문제는 지구촌 차원에서만 해결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민족주의와 종교는 여전히 우리 인류의 문명을 다양한 진영들로 사분오열시키고 있다.”(212쪽)

 

하라리는 이러한 ‘이야기’에 기대 안일한 확신을 갖지 않는 방법으로 ‘세속주의 과학’을 강조합니다. 이유는 세속주의 과학은 자신의 그늘을 두려워하지 않고, 원리상 기꺼이 자신의 실수와 맹점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아 하는 시기에 “당신의 종교, 이데올로기, 세계관이 저지를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이었나요? 무엇을 잘못 했지요?”에 대해 아무런 심각한 잘못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유발 하라리는 누구든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말합니다.(322쪽)

결국 우리가 세계를 위해 해야 할 일은 현재까지 인류가 신봉해 온 허구의 이야기를 새롭게 직조하는, “갱신된 이야기를 만드는 것”(40쪽)입니다. 이런 변화에 ‘(과학적) 세속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세속주의의 이상은 무엇일까요? 유발 하라리의 말에 따르면, 진실, 연민, 평등, 자유, 용기입니다. 진실은 “믿음이 아닌 관찰과 증거를 기반으로 한 진실을 말”합니다. “세속주의자들은 이 진실과 믿음을 혼동하지 않으려고 노력”(307쪽)합니다. 연민은 “이런저런 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깊이 헤아리는”(308쪽) 것입니다. 평등은“모든 선험적인 위계를 의심”하고, “고유함과 우월함을 혼동하지 않는 것”(310쪽)입니다. 자유는 “어떤 텍스트나 제도, 지도자에 최고 권위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언제라도 의심하고, 다시 검증하고, 다른 의견을 듣고, 다른 길을 시도”(311쪽)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끝으로 용기는 “우리에게 무엇이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우리의 무지를 인정하고 새로운 증거를 찾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미지의 사실에 대한 두려움이 그 어떤 폭군보다 더 우리를 마비시킬 수 있”(312쪽)습니다.

 

(과학적)세속주의와 가장 유사한 개념으로‘합리적 개인’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는 “합리적 개인을 과신하는 것은 실수”이며, “합리성뿐 아니라 개인성 또한 신화”로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고, “집단 속에서 사고한다.”(325쪽)고 단언합니다. 저자는 인간 개인이 세상에 관해 아는 것은 창피할 정도로 적다고 말합니다. 더욱이 역사가 진행돼가면서 개인이 아는 것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됐다고 말이죠.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헤아리는 경우가 드문 이유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로 가득한 반향실反響室과 자기 의견을 강화해주는 뉴스피드 안에만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믿음은 계속해서 공고해질 뿐 도전 받는 일이 거의 없다.”(327쪽)

 

읽으면서 의문이 드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입니다. 전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국가적인 협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지구 차원의 공동체 구성에 장애물은 민족주의, 종교, 이데올로기와 같은 허구적 이야기들이고, (과학적)세속주의를 통해 이전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과학적)세속주의, 합리적 개인마저 믿을 수 없다면 과연 위기를 어떤 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유발 하라리 또한 자신이 제시한 해법이 실현되기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들이 실제로 협력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하는 게 현명한 일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할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는 결코 인간의 어리석음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역사상 가장 강력 힘 가운데 하나였습니다.”(484쪽)

 

저자는 마지막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적 자아에 대한 주관적 관찰이라고 말합니다. “알고리즘이 우리를 위한다며 우리의 정신을 결정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우리 정신을 이해하는 것이 좋”(478쪽)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노력을 기울인다면 아직은 우리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탐사할 수 있다고 말이죠.

 

이 책은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할 아주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처방에는 고개가 갸웃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뭘 몰라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거겠습니다만.

 

[] 도서정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전병근 옮김
(김영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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