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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인간은 신이 될 수 있을까?”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인간은 신이 될 수 있을까?”

  • 기자명 김수영 중앙동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장
  • 입력 2022.12.1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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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김수영 여주시 중앙동 민원복지팀장
김수영 여주시 중앙동 민원복지팀장

『사피엔스』에 이어,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출판사 ‘김영사’는 하라리의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인류 3부작 밀리언셀러 스페셜 에디션판’으로 묶어 냈습니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유발 하라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호모 데우스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Homo)와 그리스어로 신(神)이라는 뜻의 데우스(Theos)의 합성어입니다. 저자가 만든 용어로, 하라리는 인류가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자신을 건져올린 사피엔스가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40쪽)이라고 말합니다.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오늘날 인류가 지구 행성을 지배하게 된 것은 인간 개인이 침팬지나 늑대보다 훨씬 영리하고 손놀림이 민첩해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가상의 실재인 허구를 생산하고, 믿음으로써 여럿이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가 진보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호모 데우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과학혁명으로 근대가 시작되자 미신, 영성, 초자연적 힘에 대한 믿음, 특히 신에 대한 믿음은 소멸됐다고 봅니다. 하라리는 “종교를 창조한 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고, 종교를 규정하는 것은 신이 있고 없고의 여부가 아니라 사회적 기능”(252쪽)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에서 규정하는 종교는 신앙이 아닌, 세상의 작동원리 일반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하라리에 따르면, 근대의 구조는 놀랍도록 간단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인간은 과학을 통해 힘을 가지는 대가로 지금까지의 신 중심의 종교가 지녔던 의미를 포기한다는 게 근대의 골자입니다. 근대는 인류에게 신의 섭리, 장대한 우주적 계획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우리는, 신의 장대한 뜻에 따라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게 한 게 아니라 어떠한 목적이나 의미 없이 생물학적 진화(번식)에 따라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겁니다. 불행히도 “우주는 계획도 목적도 없는 과정”으로 “아무 의미 없은 소음과 광기로 가득한” 세상에서 인류는 “우주 속의 작은 점에 불과한 어느 행성에 아주 잠깐 머물다”(278쪽) 갈 뿐입니다.

하라리는 말합니다. “실질적인 견지에서 보면, 근대 이후의 삶은 의미가 사라져버린 우주 안에서 끊임없이 힘을 추구하는 과정”(280쪽)이라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인류는 의미 없는 삶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근대는 신앙과 진리 추구가 사라진 자리를 인본주의로 메웠습니다. 인본주의는 “인류를 숭배하고,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에서 신이 맡았던 역할, 불교와 도교에서 자연법이 맡던 역할을 인류에 요구”(307쪽)합니다.

과거에는 장대한 우주적, 신의 계획이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면, 인본주의는 역할을 뒤집어 인간의 경험이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합니다. 이전까지 인류는 신의 계시와 율법에 따랐다면, 근대 사피엔스의 계명은‘네 감정(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입니다. 이렇듯 근대 이후의 인류는 인본주의라는 새로운 종교를 믿고, 인본주의 교의(敎義)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과학을 이용합니다.

20세기 과학과 인본주의의 거대한 프로젝트는 “기아, 역병, 전쟁을 극복하는 것,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풍요, 건강, 평화의 보편적 표준을 보장하는 것”(479쪽)입니다. 하라리는 인류는 지난 몇십 년 동안 기아, 역병, 전쟁을 통제하는 데 그럭저럭 성공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들은 이제 자연의 불가해한 사고도 통제 불가능한 폭력이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문제가 되었다고 말이죠.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기아, 역병, 전쟁 발생과 발발을 신의 징벌이나 계획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21세기에 우리를 구해달라고 신이나 성자에게 기도하는 사람은 일부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아, 역병, 전쟁을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고, 대개는 잘 막아냅니다.

이 책은, 기아, 역병, 전쟁을 어느 정도 극복한 인류가 21세기에는 불멸, 행복, 신성(神性)을 추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인본주의가 인간의 생명, 감정, 욕망을 신성시한 지 오래되었음을 고려하면 인본주의 문명이 인간의 수명, 행복, 힘을 극대화하려 할 거라는 점은 불 보듯 훤하다”(382쪽)고 말합니다.

그런데, 하라리는 인본주의에서 가장 중시했던 ‘자아’, ‘자유의지’ 역시 “생화학적 알고리즘 집합이 지어낸 허구적 이야기에 불과”(418쪽)하다고 말합니다. 하라리는 몇 가지 과학적 입증 사례를 제시하며 21세기 기술을 통해 “나보다 나를 훨씬 더 잘 아는 외부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451쪽)다고 합니다. 저자는 생명공학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해 인본주의를 대체하는 기술 인본주의와 데이터교(敎)가 도래하고 있다고 전망합니다.

기술 인본주의는 인간 자체(신체, 지능 등)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입니다.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입니다.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인조인간 만들기), 그리고 비非유기체 합성”(69쪽)입니다. 말하자면 인간에게 생물학적 기술을 사용해 원래 타고난 인간의 신체적 조건, 정신적 능력의 힘을 신의 영역까지 확장하는 것입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데이터교’입니다. 데이터교는 인간을, 내면의 목소리를 지닌 유의미한 존재가 아닌 생화학적 (정보)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유기체라고 여깁니다. 인본주의 계명이 “네 감정에 귀 기울여라”였다면, 데이터교의 계명은 “알고리즘에 귀 기울여라”가 될 것입니다. 하라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로크, 흄, 볼테르 시대에 인본주의자들은 ‘신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데이터교가 인본주의자들에게 그들이 한 대로 똑같이 돌려줄 차례이다. ‘신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인간 상상력은 생화학적 알고리즘의 산물이다.’ 18세기 인본주의는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신을 밀어냈다. 21세기 데이터교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데이터 중심의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인간을 밀어낼 것이다.”(534쪽)

인간은 신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이 책에서 조망하는 인류 미래는, 어둡습니다. 무언가가 신이 된다면, 그건 현재의 인류가 아닌 전혀 다른 종(種) 될 것 같습니다. 인류 전체, 개개인의 생화학적 정보 데이터․알고리즘을 관장하는 만물인터넷이 신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먼 훗날 되돌아본다면, 인류는 그저 우주적 규모의 데이터 흐름 속 잔물결이었음을 알게 될”(542쪽)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하게도 하라리의 이런 전망은 예언이 아닌 하나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가능성 가운데 끔찍한 상황이 실현되지 않도록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결국 우리, 사피엔스의 몫입니다.

 

[] 도서정보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호모 데우스』

김영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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