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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가족과 마지막 날이 되지 않기를...

오늘이 가족과 마지막 날이 되지 않기를...

  • 기자명 이장호 발행인/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 입력 2022.11.07 20:15
  • 수정 2022.11.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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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발행인/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 시인.수필가
이장호 발행인/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 시인.수필가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를 처음 접한 날 아침, 전날 늦게까지 드라마를 보기위해 소리를 줄여놓은 TV를 켰을 때, 졸린 눈으로 마주한 화면에 현장 영상과 함께 뜬 ‘이태원 핼로윈 행사 사상자 수’라는 자막은 현실감이 없었다.

아침부터 드라마를 방송하는 것으로 생각해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도 비슷한 내용이 방송되는 바람에 소리를 높이니,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기가 막혔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특별시 한 복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지 않았기에 상황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혹시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차라리 꿈이길 싶었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보도를 보면서 8년 전 세월호 참사가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지난 10여 일간 언론보도와 SNS를 통해 전해진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이런 일이...’의 참담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

당일 현장에 있던 일부 젊은이 무리의 행동이 원인이었다는 듯이 희생양 찾기에 몰두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와 책임을 회피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의 행태를 보면서 ‘이게 나라냐?’며 울분을 삼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국민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는데, 문제의 본질에 대한 반성보다는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야당이나 우선 수사를 지켜보자는 여당이나 오십보백보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은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나 핼로윈 풍습이 시작된 아일랜드 켈트족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8년 전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지 못한 것에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다짐으로 법률을 고치고 재난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리고 또 다시 주최자 없는 자발적 집단행사에 적용할 인파사고 예방안전 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을 고쳐야 한다고 재난 예방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난안전법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며, 국민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라의 ‘의무’라고 하고 있다. 또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통해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 그저 선언적이거나 정치적 꾸밈말이어서는 안된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가 법이 없어서 예방하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은 보장받지 못한다.

국민이 없는 나라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국가는 법률과 정책에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정치독재와 군부독재에 맞서 이뤄낸 민주 대한민국이 아이들의 목숨, 젊은이들의 목숨조차 지키지 못하는 나라로 전락한 것은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권한은 누리되 책임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2022년 대한민국에서는 밥벌이를 위해 나서는 오늘 출근길 인사가 가족과 마지막 만남이 되질 않기를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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