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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시선- 여주시민들이 문화재단에 세금을 투입하는 이유

기자의시선- 여주시민들이 문화재단에 세금을 투입하는 이유

  • 기자명 박관우 기자
  • 입력 2022.10.0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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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우 편집국장
박관우 편집국장

90년대 말까지만해도 골목 상권은 살아있었다. 작은 구멍가게도 어느 정도 먹고 살만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작은 골목가게는 사라지고 프렌차이즈 상점이 장악했다. 빵집도 마찬가지고 다른 업종도 비슷하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작은 자본은 큰 자본에게 흡수되는 과정을 거쳤다. 대규모 자본가는 상점을 대형화하거나 프랜차이즈화하고 전국적 유통업체가 상품을 직접 제작·판매하는 PB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도 살아남아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 곳들이 있다. 성심당은 대전을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로 연매출 500억 원을 넘었고 군산 이성당, 서울 나폴레옹, 전주 풍년제과 등이 지역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로 살아남았다.

군산의 짬뽕집들과 강릉의 닭강정과 커피, 경주 황남빵, 울릉도 오징어먹물빵, 통영 꿀빵과 충무김밥 등도 마찬가지로 여행자들이 필수로 들러 상품을 소비한다.

프랜차이즈의 문제는 상품 자체가 대기업의 생산품으로 지역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앞서 기술한 지역을 대표하는 작은 가게들은 지역에서 생산한 상품을 전국에서 소비하는 구조로 지역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돈이 지역에서 돈다는 장점이 있다.

문화예술도 마찬가지다.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는 지역의 이익에 배반하는 행위다. 더구나 문화재단은 순수한 여주시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지역주민의 세금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1년에 몇 번 외부에서 유명 가수나 공연을, 축제나 음악회에 초청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화재단의 잘못된 방향설정으로 세금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잘못이다.

문화재단 설립 초기부터 지적된 것은 자체적인 브랜드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여주세종문화재단이 세종국악당 등의 시설에서 홍보하는 공연은 대부분 외부 작품이다. 여주를 대표하는 여주 작품이 없다. 만들지 못했다.

이것은 지역문화예술을 개발하고 브랜드화해서 돈이 새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세금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손으로 성공적으로 브랜드화하고 소비될 수 있도록 문화재단은 인큐베이팅을 해야 했다. 어려운 재정구조 속에서 아까운 세금이 헛되이 밖으로 새는 것을 막아야 했다. 이런 점에서 문화예술과에서 진행하는 뮤지컬‘1446’에 1년에 5억 원씩 들이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당장 폐지해야 한다.

명확하게 여주세종문화재단의 문제는 프랜차이즈 작품의 유통에 있다. 쌀, 고구마, 땅콩, 복숭아, 가지처럼 내 고장의 자랑인 상품을 문화예술에서도 만들어야 한다. 타 지역의 고구마가 여주에서 버젓이 소비되는 모습을 농민들이 본다면 그 마음이 어떻겠는가? 철원 오대미가 여주에서 잘 팔리는 모습을 보는 농심(農心)은 분노할 것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새로운 농작물 개발과 유통, 기술개발에 노력하듯이 문화재단이 해야 할 역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화재단은 설립된 이후 5년간 무엇을 했는가?

문화재단에 여주시민들이 세금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은 내 고장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예술인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외부로 진출해 내 고장을 드높이는 것이다.

어떤 이는 여주 예술인들의 수준을 문제 삼기도 한다. 문화예술계에서 30년을 활동해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헛소리다. 무엇을 해주고 하는 소리인가? 하다못해 공연장상주단체를 선정하는 노력이라도 보였나? ‘찾아가는 문화활동’이나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방방곡곡 사업’ 정도의 손 안대고 코 풀수 있는 손쉬운 면피성 사업만 하지 않았나?

재단 직원들의 힘듦도 이해한다. 공무원과 민간의 중간에서 목소리도 못 내고 뒷정리만 하는 사정도 알고 있다. 특히 도자기축제와 오곡나루 축제를 재단이 수행하면서 영수증 심부름이나 하는 모습을 보며 민간도 할 일이 아니고 직원들도 할 일이 아니었다. 덧붙이자면 축제는 민간에 축제 사무국을 운영하면서 독립시켜야 한다.

여주시는 애초에 지역문화재단의 폐해와 이에 대한 극복 방식을 이해 못하고 출발해 허송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산하기관의 특성상 정치권의 영향을 받는 곳이 다수이고 이 문제로 헤매는 문화재단이 많다. 새로운 이사장은 가장 방점에 두어야 할 것이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과 함께 돈이 외부로 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주를 대표하는 지역 문화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조직개편도 시설관리는 조직에서 분리하고 축제는 독립적인 사무국 체제로 바꿔야하며, 생색내기용 외부공연 유치보다는 가남 가지, 진상미, 여주고구마처럼 여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작품의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하는데 노력해야한다.

문화재단에 새로운 이사장이 선출됐다. 과거에 유명한 영화작품을 만드신 분이다. 그러나 잘 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되는 점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외부작품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이어질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도 아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아니다. 여주라는 지역에 자리 잡은 지역문화재단인 여주세종문화재단이다.

굳이 허장성세하지 말고, 내실을 다지고,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기를 강권하고 부탁드린다. 그 세월이 지나면 우리는 어느새 여주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작품들과 영국의 에딘버러처럼 문화예술의 고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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