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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 기자명 김수영 여주시 중앙동 민원복지팀장
  • 입력 2022.09.2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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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차이는 부동산에서 비롯된 차이일 뿐”

김수영  /여주시청 전략정책관 정책2팀장
김수영  /여주시청 전략정책관 정책2팀장

생리․생태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제레미 다이아몬드는 뉴기니(現 파푸아뉴기니)에서 연구를 진행하다 얄리라는 뉴기니인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15쪽). 여기서 ‘화물’은 쇠도끼, 성냥, 의약품, 의복, 청량음료, 우산 등 뉴기니인도 금방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문명’을 말합니다.

‘문명에는 우열이 있으나 문화에는 우열이 없다’ ― 이러한 문화인류학의 기본 명제는 일견 타당해 보이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문명의 우열이 생긴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유라시아(유럽, 아시아), 남․북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 각 대륙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지적 능력을 포함한 생물학적 차이 때문일까요?

저자는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32쪽)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각 민족과 인종의 지적 능력과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문명 발달의 격차가 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거주했던 지역의 지리와 생태적 우연으로 생긴 “부동산의 차이에서 비롯되었”(616쪽)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책 들머리에서 인류가 출연한 700만년 전부터 빙하기가 최종 종료되던 1만 3천년 전까지 간단히 정리합니다. 그리고 이후의 각 대륙의 생태적 기존 환경과 변화를 생태지리학, 생태학, 유전학, 병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등을 동원해 종합적으로 탐구합니다. 이를 통해 각 대륙에 당초 주어졌던 환경이 이후 경제, 기술, 정치조직, 전쟁 기술 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우선 유라시아와 다른 대륙과의 큰 차이는 야생 동식물의 가축화와 작물화 즉, 식량 생산 정도였습니다. 식량 생산이 시작된 시기와 양상이 차이가 나는 가운데 유라시아가 선두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환경적 조건이 유라시아가 가장 유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식량 생산은 곧 정주형 생활을 가능하게 했고 인구의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문자, 기술, 중앙집권적 정치조직 등 문명 발전의 직접적 요인들이 생겨나게 됐습니다.

“식량 생산은 간접적으로 총기, 병원균, 쇠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선행 조건”(119쪽)이었는데, 특히 동물의 가축화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병원균’이었습니다.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발진티푸스, 선페스트(흑사병)를 비롯해 가축화된 동물에게서 얻은 유럽 고유의 전염병들은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태평양의 여러 섬 등지의 원주민들을 정복할 때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127쪽)습니다.

가축 동물은 유라시아에만 있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유라시아의 경우 소, 양, 염소, 돼지, 말 등 가축화된 포유류의 조상들이 많이 서식했습니다. 반면, 다른 대륙의 경우 기후와 남획 등으로 인해 ‘대형 동물’들이 멸종돼 가축화가 될 만한 샘플(samaple) 동물이 거의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유라시아 경우는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에 비해 동물, 식물, 아이디어, 기술, 문자 등을 상호 교통하는데 유리했습니다. 아프리카아 남․북 에메리카 대륙의 구조가 남북 축인 것과 달리 “유라시아 주요 축은 동서 방향이므로 위도 변화와 그에 따른 환경 변화를 겪지 않고도 각종 문물이 확산될 수 있었”(567쪽)습니다. 유사한 위도를 갖는 유라시아 동․서축 사이에는 지리적 장애물도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이 축들을 중심으로 회전”(293쪽)했습니다. 유라시아 농업은 동서 축에 따라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들의 농업에 비해 빨리 유라시아 내 타 지역으로 전달됐고, 문자, 금속을 다루는 방법, 기술 등도 함께 전파됐습니다. 반면 아프리카와 남북 아메리카는 위도를 달리하는 남북 축과 여러 생태와 지리적 장애물 때문에, 그나마 소수에 불과한 농작물과 가축의 확산마저 늦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초에 각 대륙의 크기도 달랐고, 동물과 식물의 가축화와 작물화에 따라 인구의 규모, 밀집도 등에도 차이가 났습니다. 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다는 것은 “(혁신을 선도할) 발명가의 수도 많고, 서로 경쟁하는 사회의 수도 많고, 도입할 수 있는 혁신의 수도 많다는 뜻”입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사회가 여럿일수록 “늘 혁신적인 문물을 도입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그만큼 커지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회는 대개 라이벌 사회에 의해 제거되기 때문”(이상 620쪽)입니다.

가장 큰 땅덩어리인 유라시아는 생태 환경상 가축화와 작물화할 수 있는 (대형)동물과 식물 종류가 타 대륙보다 훨씬 많았고, 동서 축을 중심으로 농업, 목축업은 물론 다양한 문명을 교류하며 서로 자극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유럽인들이 남북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진출해 그곳 원주민을 몰살하거나 대륙의 변방으로 내몰 수 있었던 것은 환경적 요인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백인 인종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럽인이 타 대륙을 식민지로 삼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럽인과 비유럽인의 지적능력과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유럽인들이 침탈에 사용한 총, 균, 쇠는 유럽인들이 타 대륙인(원주민)보다 우수해서 발생, 발명된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시간과 장소를 잘 타고(603쪽)”났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유라시아 내 대표적인 식량 생산 지역이었던‘비옥한 초승달’지대와 같이 독립적으로 가축화․식물화를 통해 정주 생활을 일찌감치 시작한 중국은 유럽보다 문명 발달이 왜 한발 뒤늦었을까요? 저자는 재미있게도 중국이 정치적․기술적 우위를 유럽에 빼앗긴 원인을,“중국의 만성적 통일과 유럽의 만성적 분열”(630쪽)에서 찾습니다.

오랜 기간 통일 국가로 이어온 중국의 경우 왕을 비롯한 위정자의 잘못된 결정이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습니다. 가령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처럼 말이죠. 이에 반해 여러 국가로 분열된 유럽의 경우 한 나라의 반동적 정책이 다른 국가에 주는 충격이 적은데다 기본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어 혁신에 민감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인간의 창의성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다만 어떤 환경은 다른 환경에 비해 더 많은 재료를 구비하고 있으며 발명품을 이용할 수 있는 제반 여건도 한결 유리하다는 점”(621쪽)을 강조했을 뿐입니다.

어쩌면 1만 3천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축적된 환경에서 개인의 의지와 창의성 또한 발휘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 따르면 굳이 타 인종과 국적을 가진 사람을 우러러 볼 필요도 멸시할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도서정보: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제레미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 2013년 개정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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