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폴리스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폴리스

  • 기자명 김수영 여주시 중앙동 민원복지팀장
  • 입력 2022.09.07 14:01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해력과 확증편향”

김수영  /여주시청 전략정책관 정책2팀장
김수영  /여주시청 전략정책관 정책2팀장

최근 ‘문해력’ 관련 논란이 있었습니다.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오류로 주최측이 SNS에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린다.”고 쓴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甚深)한’이라는 표현을 20~30대 누리꾼 일부가‘지루하다’는 뜻으로 오해하면서 MZ세대의 ‘문해력’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유네스코는 1956년부터 문해력을 ‘최소 문해력’과 ‘기능적 문해력’으로 나눕니다.

‘최소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쓰는 기초 능력을 말합니다. ‘기능적 문해력’은 ‘글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단순히 문자를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의 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한 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하는 것입니다. 언론에서 언급한‘문해력’은 유네스코 기준 ‘기능적 문해력’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MZ세대의 문해력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2021년 9월 교육 당국이 조사한 제3차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 문해 능력은 100점 만점으로 측정했을 때 95.3%로 최상위 문해력을 가졌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40대부터 80세 이상까지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OECD의 가장 최근 국제성인역량조사(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 결과도 이와 유사합니다. 한국의 ‘문해력’은 273점으로 OECD평균인 266점보다 높았습니다. 그런데 청년층(16~24세)에서는 OECD 국가 중 4위이지만, 25세를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해, 35∼44세에는 평균 아래, 45세 이후에는 하위권, 55∼65세에는 최하위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연령과 문해력의 고하(高下)가 반비례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저는 ‘심심한 사과’ 논란을 젊은 세대의 ‘문해력 부족’ 탓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의 주장처럼 한자 교육과 독서량 부족이 중요한 원인이라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80% 이상이 대학을 진학․졸업한 20․30대가 왜 충분한 문해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성 언어를 못 알아듣는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화제를 전환해 노르웨의 작가, 요 네스뵈의 『폴리스』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폴리스』는 오슬로 경창청 형사 해리 홀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해리 홀레 시리즈’ 중 10번째 작품으로 해리 홀레 시리즈는 2019년 출간된 『칼』까지 12권이 나왔습니다.

해리 홀레 시리즈는 장르 소설이고, 장르는 ‘크라임 스릴러(Crime Thriller)’입니다. 범죄가 벌어지고,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같은 영화가 이 장르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폴리스』 초반, 전․현직 경찰 두 명이 연쇄적으로 미제(未濟) 살인사건 현장에서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피살된 사람 둘 다 해당 미제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입니다. 언론은 열에 들 뜨고, 노르웨이 여론은 어수선해지고, 경창철은 발칵 뒤집힙니다.

젊고 유능한 신임 경찰청장은 사건 해결을 서두르지만, 이 ‘경찰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단서도 없고, 용의자도 없고, 살해 동기를 짐작할 만한 실마리도 없습니다. 다수의 경찰들이 수사에 나섰지만, 손에 이렇다하게 쥔 것 없이 시간은 한 달, 두 달, 흘러만 가는 사이 다른 미제 사건 관련 경찰들이 잇따라 살해됩니다.

작가는, 경찰을 대상으로 한 이 연쇄 살인 사건을 전개하는 한편, 독자가 이 ‘경찰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할 만한 인물(들)의 행동을 보여줍니다. 독자들은 이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 나갑니다. 저같이 이 장르에 익숙한 사람은 이렇게 드러난 용의자는 진범일 확률이 적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혹시, 하는 심정으로 문장을 따라갑니다.

일명 ‘보일러실’이라고 불리는 비공식 특수수사팀은 뒤늦게 합류한 해리 홀레와 범인을 쫓지만, 애써 세운 가설이 보기 좋게 뭉개지면서 다음과 같은 해리 홀레의 말을 되새깁니다. “뭔가를 찾으려 하지 말고 그냥 탐색하라. 뭔가를 찾으려고 하면 다른 것들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모든 것이 말하게 놔둬라.”(557쪽)

‘문해력 논란’으로 돌아가 이와 관련 MBC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상진 씨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언어는 변화하기 마련이다. 한 단어가 가진 의미는 시대에 따라 천차만별의 의미를 가진다. 모든 사람이 이걸 다 알 수는 없다. 그리고 그래야만 할 이유도 없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이걸 가지고 싸울 이유가 없다. … 문제는 지나친 자기 확신과 뭘 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오만이 부딪혔을 때 발생한다.”- <오상진, 소신 발언 “‘심심한 사과’ 논란, 싸울 이유 없어”> 「YTN STAR」(2022. 8.24.)

앞서 “뭔가를 찾으려 하지 말고 그냥 탐색하라”는 해리 홀레의 말은, 편견이나 확신을 바탕으로 단서․정보를 대하지 말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 즉,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을 경계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문해력 논란’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문해력’이 아니라 디지털 정보의 소비 패턴이라는 생각합니다. 유투브, SNS, 인터넷(포털 사이트)를 통해 접속해 정보를 찾고, 콘텐츠를 보다 보면, 어느새 내가 관심을 갖는 정보와 콘텐츠만이 추천 목록에 뜹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같은 유형의 정보와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그러다 보니 세대 내 쓰는 단어들, 심지어 시각까지 어떤 편향성을 갖게 되고, 다른 세대 내 보편적인 어휘는 물론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딪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세대간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범죄 스릴러 소설에서 독자가 확증 편향을 가지면 범인을 못 찾는 데서 끝납니다만, 삶에서 젊은 세대든, 기성세대든 확증편향에 기울다보면, 갈등과 반목만 더욱 가파르게 될 뿐입니다.

 

도서정보: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폴리스』(김영사, 2019)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