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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바가바드기타와 평화 14

장주식의 바가바드기타와 평화 14

  • 기자명 장주식 작가·인문사랑방 쑈 지기
  • 입력 2022.07.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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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본심과 공공의 평화

장주식 작가·인문사랑방 쑈 지기
장주식 작가·인문사랑방 쑈 지기

우리 현실에서는 사익 추구가 본심이면서 마치 공익을 추구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본심을 숨기는 까닭은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그것이 진짜로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고, 포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둘 다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 가지 장면을 볼까요? 올해 7월 초 기획재정부는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고등교육은 대학을 말하고 평생교육은 학교 밖 교육을 말합니다. 그 상대편에는 유·초·중등 교육이 있지요.

유·초·중등 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운영됩니다. 기획재정부는 바로 이 교부금 중에 교육세 전입금 3조 6000억원을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돌리겠다는 겁니다. 유·초·중등 교육에 들어갈 예산을 가져와 고등교육에 쓰겠다는 것인데 ‘동생들 돈을 빼앗아 형들에게 주려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비판에 대해 기재부는 ‘학령인구가 감소했으므로 예산을 줄이는 것이 맞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내면을 들여다보면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여전히 유·초·중등 교육에 필요한 예산은 부족한 형편이니까요.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예산이 더 필요하다면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괼 것이 아니라, 예산을 추가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유·초·중등 예산을 감소시키고 가져간 예산이 대학생에게 직접 투자될 것인지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대부분 사학입니다. 결국 전입금은 사학재단으로 들어갈 텐데, 그 공공성이 확실하게 담보될 제도를 우리는 아직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이 장면에서 바가바드기타의 노래 한 대목을 들어보지요.

 

요가를 아는 사람은 행위의 열매를 포기함으로써 영원히 계속되는 평화를 누리거니와 요가에 무지한 자는 이기욕으로 열매에 집착하여 그 사슬에 묶이는 도다. (5-12)

 

정책을 주관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은 분명 어떤 열매를 추구합니다. 또한 그 열매는 사익이 아니며 공익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에서 ‘숨겨진 본심’의 한 단면을 보게 됩니다. 공공성이 불확실한 곳에 예산을 투입하면서, 공익을 추구한다고 주장하면 과연 누가 믿을까요. 분명 인용한 노래에서처럼 ‘다른 열매에 집착하는 이기욕’이 있을 겁니다. 이기적인 욕망으로 권력을 행사할 때, 행위하는 주체도 위험하지만 그 행위의 대상도 곤경에 빠지게 됩니다.

 

또 한 장면을 보지요.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인하 방안을 발표합니다. 현재 25%인 세율을 22%로 인하하겠다는 것이죠. 법인세는 말 그대로 법인들이 내는 세금인데, 가장 큰 세수는 영리사단법인인 대기업에서 들어옵니다.

그렇다면 인하하여 덜 내는 세금은 어디에 축적이 될까요? 기업에는 ‘사내유보금’이란 것이 있습니다. 경제용어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내유보금은 대차대조표의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것이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배당 등을 하고 남은 것이고, 자본잉여금은 액면가 초과 주식 발행 등 자본거래에서 생긴 차익이다. 즉 사내유보금은 회계상 개념일 뿐, 기업이 ‘쌓아둔 현금’은 아니다. 상당 부분은 이미 투자 등 경영 활동에 사용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683조원이지만, 이 중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등 현금성자산은 118조원에 불과했다. 한국 비(非)금융 상장사의 2012년 총자산 대비 현금성자산 비중은 9.3%로 주요 8개국(G8)의 22.2%, 유럽연합(EU)의 14.8% 등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다. 한편 주주에 대한 배당금, 임원 상여금, 세금 등의 지불을 사외유출이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내유보 [retained earnings] (한경 경제용어사전)

정부에서는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의 투자가 늘어난다고 주장합니다. 기업의 돈에 여유가 있으면 당연히 투자가 늘어나고 투자가 늘어나면 고용이 확대될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습니다. 사내유보금은 ‘사외유출’로도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배당금을 올려주는데 더 큰 목적을 가지기도 하니까요.

여기서 바가바드기타의 노래를 한 번 더 들어보지요.

 

연잎이 물에 젖지 않듯이, 자신의 행위를 ‘브라만’에게 바치고 집착 없이 그 일을 하는 자는 죄로 더럽혀지지 않느니라. (5-10)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주체가 꼭 생각해 봐야 할 노래입니다. 과연 나는 어떤 집착에 빠지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행위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어떤 죄에 더럽혀져 있지 않은가? 자꾸만 자문해 봐야 할 것입니다.

기재부는 법인세 인하와 더불어 상속세 면세구간도 1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법인세 인하의 최대 수혜자는 세금을 많이 내는 대기업이며 상속세 면세 수혜자도 큰 부자들입니다. 반면 국가의 세수입은 줄어들겠지요. 국가 세수는 줄어도 기업의 투자가 있고 부자들이 돈을 풀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과 부자의 돈은 ‘공공자금’이 아닙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자금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이도록 법적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공공자금이 줄어들면 그만큼 공적인 부조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공공자금이 대기업이나 부자들의 세금에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소득이 있는 모든 부분에 매기는 소득세와 소비가 일어나는 곳에서 생기는 부가가치세를 올려야만 세수는 안정화될 수 있습니다.

나라의 곳간을 지키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속속 발표하는 정책들을 보면서, 과연 공공의 평화로 가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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