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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전쟁 대행 주식회사 Corporate Warriors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전쟁 대행 주식회사 Corporate Warriors

  • 기자명 김수영 중앙동 민원팀장
  • 입력 2022.07.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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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객쩍은 상상

김수영  /여주시청 전략정책관 정책2팀장
김수영  /여주시청 전략정책관 정책2팀장

2022년 2월 24일 새벽 4시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해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 130일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전황상, 러시아가 압도적인 전력으로 단시간에 수도 키이우를 함락시킬 것이라는 당초 전망은 잘못된 것으로 보입니다.

6월 19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독일 「빌트」지(紙)와 인터뷰에서 "이것(우크라이나 전쟁)이 몇 년 걸릴 수 있다는 사실에 대비해야 한다.”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올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6월 30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모든 동맹은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우크라이나가)러시아에 패배하지 않도록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며칠 내로 8억 달러(약1조 3000억 원) 규모의 방공, 해안 방어, 대(對)전차, 드론 같은 신무기를 개발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전 초반 군사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것은 무엇보다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군인들의 결사항전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더해 전쟁 발발 초기 중고 방탄 헬멧 정도만 제공 가능하다던 미국, EU 등 서방이 태도를 바꿔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군수 지원을 지속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여기서 제가 의문이 드는 것은, 서방이 군수 지원을 한다고 우크라이나(군)에서 무기를 바로 사용할 수 있을까, 입니다. 몇 발 양보해서 재래식 무기야 바로 사용할 수 있다지만, 각종 첨단 전투 장비를 지원만 한다고 바로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저는 이 전쟁에 ‘민간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ㆍPMC/ 이하 ’PMC‘)‘이 개입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객쩍은 상상을 해 봅니다.

「전쟁 대행 주식회사, Corporate Warriors」를 쓴 피터 W. 싱어는 “군사 기업을 용병과 구분하는 특징은 군사 용역 제공의 법인화coporatization”(91쪽)라며, PMC와 용병은 다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PMC는 전투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국가 군대의 영역이었던 용역(전투활동, 전략 계획, 군사 훈련, 첩보, 병참, 정보전)을 제공”(137p)하는 군사 기업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PMC는 군사공급기업 Military Provider Firms, 군사컨설턴트기업 Military Consultant Firm, 군사지원기업 Military Support Firm 등으로 분류됩니다. 간단히 말해, 군사공급 기업은 전투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용병’의 성격이 짙습니다. 군사 컨설턴트기업은 전쟁 전략․계획, 군사 훈련(무기 사용법)을 위한 교관 제공 등의 일을 합니다. 군사지원기업은 전쟁과 군대 운용에 필요한 병참 건설, 정보 수집 등의 용역을 수행합니다. 한 기업이 이 세가지 서비스를 다 제공할 수도 있고, 한 분야에 특화된 기업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국민군제(制)에서 살아온 한국인의 통념으로는 전쟁과 군사 분야를 민간 사업자가 대행한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쟁 대행 주식회사, Corporate Warriors」라는 책이 2005년에 한국에 소개됐다는 걸 생각하면, 2022년 현재 국제 군사․전쟁 시장(?)에서 PMC의 활동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 러시아의 대표적 PMC인 와그너(Wagner)는 2014년 2~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당시 군사력을 공급하며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어진 동부 돈바스 전쟁에서도 와그너 용병들은 러시아군,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친러 반군인 ‘노보로시안 연합군’에 편입돼 싸웠습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PMC 활동이 왕성한 나라입니다. 2018. 4월 우크라이나 정치인 예브게니 다이데이는 이미 존재하는 PMC를 차라리 합법화하자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이 법안 작성에 서방의 전문 PMC가 도움을 줬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PMC의 강점은, 필요하면 어느 분쟁 지역에든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이름을 달리한 지사는 우크라이나 회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을 통하면 서방은 자국의 군대를 우크라이나 전장(戰場)에 보내지 않고, PMC를 통해 실질적인 군사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제 상상이 잘못된 것이기를 바랍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결국 양쪽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국경을 넘어 세계 경제를 위태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자력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국가가 PMC를 고용할 비용을 자국의 천연자원 채굴권을 담보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나서 우크라이나는 서방으로부터 그동안 지원한 비용과 무기에 대한 채무상환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서 빨리 끝나기를 기원합니다.

■ 도서정보 - 전쟁 대행 주식회사

지은이: 피터 W. 싱어

출판사: 지식의 풍경

출판일: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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