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logy = Edit+ology – ‘편집하다’는 의미를 지닌 ‘Edit’와 학문을 뜻하는 ‘ology’가 결합한 에디톨로지라는 학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네이버에서 ‘editology’를 ‘편집학’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이 직접 등록한 단어로 일부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라는 는 문구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마도 ‘나무위키’나 ‘위키백과’와 같은 웹상에서 누구나 편집할 수 있는 사전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책 제목인 ‘에디톨로지’는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27쪽)는 책의 주제를 담은 일종의 조작적 정의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지금은 정보 생산자에서 편집자에게로 권력이 이동한다고 말하며, 세상의 지식 권력은 정보를 엮어내는 편집자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이제 실력은 “(좋은 정보를)잘 찾아내는 것 know-where”(83쪽)에 있고. 그것을 편집해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저자는 이제야말로 ‘모더니즘modernism’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객관성, 합리성, 표준, 통일성 등으로 대표되는 서구 현대 사상체계의 조락(凋落)을 말하는 듯 합니다. 물론 1990년대 이미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이 유행했던 것을 생각하면, 좀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이론이 아닌 '실재'는 어쩌면 지금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말에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사회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이 혼재돼 있고, 근대화에서 탈근대화의 이행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자 결재가 일반화되어 있지만, 중요한 사안일 경우에는 통상 대면 보고를 하듯이 말입니다.

좋은 정보를 찾아내 편집하려면, 당연히 좋은 정보가 존재해야 합니다. 사실 이전보다 편집자의 역할과 권력이 커졌습니다만, 생산자로부터 편집자에게로 권력 자체가 ‘완전히’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맑시즘이 유령처럼 전 세계 이곳저곳에 출몰해 사람들을 홀렸던 시절을 (편집을 불가능케 하는)단선론적인 시기라고 비판하면서도 어떤 역사적 사실이나 사상을 하나의 관점으로 '편집'해 버리는 것도 이 책의 아쉬운 점입니다. 가령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독일인의 공간 박탈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식의 설명 말이죠. 재미있게 풀이하고 있지만, 그렇게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세상의 권력이 정보를 엮어내는 편집자에게 있다고 말하지만, 편집의 권력 작동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요즘 미디어에서 종종 문제가 되는 ‘악마의 편집’ 또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편집이 새로운 정보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반면, 1차 생산물을 왜곡하고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편집’이라는 개념 자체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편집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 같습니다.

편집의 작동방식은 중요합니다. 유투브를 포함 SNS를 통해 유포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가짜 뉴스’는 편집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같은 사실을 가지고도 편집자의 당파성에 따라 사실이 왜곡되는 것을 우리는 최근 두 번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가 정보 생산자에서 편집자로 권력의 이동․확대를 말하면서 편집의 작동방식을 말하지 않은 것은 안타깝습니다.

사실, 이 책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나이-기억력’에 대한 저자의 언급입니다.

“그러나 기억력이 감퇴한다고 사유 능력까지 퇴보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 ‘노인학 gerontology’의 주장이다. 전체 맥락을 읽어내는 추상적 사유 능력과 개념적 사유 능력은 오히려 커진다는 것이 최근 노인학의 연구 결과다. 이를 ‘지혜’라고 한다.”(330쪽)

이 문장은 기억력이 사라져 간다는 걸 느끼는 요즘 제게 위로가 되는 한편. 40대 후반의 나이에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하게 합니다.

■ 도서정보

에디톨로지
지은이: 김정운
출판사: 21세기북스
출판일: 2018.08.06.
ISBN...: 9788950976446  / 3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