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하얀전쟁”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하얀전쟁”

  • 기자명 김수영 여주시청 전략정책관 정책2팀장
  • 입력 2022.05.31 08:57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남 김상사 생각”

김수영  /여주시청 전략정책관 정책2팀장
김수영  /여주시청 전략정책관 정책2팀장

가수 김추자 씨는 1969년, 1970년에 발표한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님은 먼 곳에’라는 노래가 잇따라 히트하며, 일약 당대 빅스타가 됐습니다.

‘님은 먼 곳에’는 1995년 조관우가 리메이크해 다시 주목을 받았고, 2008년에는 이준익 감독이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제목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님은 먼 곳에’라는 노래는 20․30세대에게도 낯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베트남 전쟁에 파병 갔다가 무사히 돌아온 김 상사를 온 동네가 환영한다는 내용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는 아무래도 MZ세대에게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신인이던 김추자 씨가 처음 낸 앨범 <늦기 전에>에 수록된 이 곡은, 김추자 씨가 데뷔하자마자 크게 유행하면서 김추자 씨를 유명 가수로 만든 노래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 가사처럼 전쟁터에서 “웃으며 돌아”온 ‘김상사’들은 이후에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아니,“의젓하게 훈장 달고 돌아온”김상사는 타국의 전쟁터에서 씩씩하게 베트공들을 물리쳤을까요?

안정효의 소설 「하얀전쟁」은 ‘김상사’로 대변되는, 베트남 참전 군인들이 겪었던 전쟁의 실상과 고국으로 돌아 온 이후 이들의 일그러진 삶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주인공 한기주 병장이 과거 베트남 전쟁 현장에서 겪었던 일과 한국에 돌아와 십수 년이 지난 지금의 출판사 편집부장 한기주를 교차해 서술하며 작품을 끌고 나갑니다.

대학생인 한기주는 여타 참전 군인들과 달리“전쟁과 죽음 앞에서 인간이 과연 어느 만큼이나 심각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18쪽)으로 베트남행을 택합니다. 그는“전쟁을 구경하러 갔지 싸우러 간 것이 아니었”(24쪽)습니다.

한기주는, 베트남의 정글과 광기 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통해 “죽음은 전혀 신비하지도 않고, 장엄하지도 않고, 비극적이지조차 못하다.”(173쪽)고 느낍니다. 전쟁터에서 한기주가 본 것은 베트콩과 민간인이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인을 죽이거나 베트콩으로 잘못 알고 아군에게 총을 쏘거나 칼로 찌르며 벌어지는, 인간성이 모욕 당한 죽음들이었습니다.

한기주는 “나 자신과, 가족과, 친구들과 국가를 구하는 그런 전쟁에서 회의를 느끼지 않으며 싸우고 싶”(315쪽)어 하지만 그 앞에 놓인 것은 앞이 보이지 않는 정글과 더러운 죽음과 희미한 생존뿐이었습니다.

현실의 한기주가 과거 베트남 전쟁으로 돌아가는 것은, ‘죽음의 계곡’에서 살아남은 변진수 일병으로부터 전화가 계기가 됐습니다. 그렇지만 꼭 변진수 일병 탓이라고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훈장을 2개나 타고 월남에서 돌아와 버젓한 직장을 다니고 있던 한기주였지만, 자신 영혼에 묻은 피와 죽음의 얼룩은 흐릿하지만, 분명히 남아 있는 상태였으니까요.

한기주는 변진수와 숨바꼭질하듯 만나고 연락하며 이런 자신을 알게 됩니다. 자신과 아내가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은 것도, 사무적인 부부생활과 직장에서 무기력함도, 결국 한 번 짐승이 됐던 자가 다시 온전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신착란을 앓고 있는 변진수 일병은 한기주가 인식하지 못하는 자신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인간화(人間化)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 마지막에 한기주의 선택은 한기주 또한 변진수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한진수는“우리들은 월남 사람들이 오라고 해서 그곳 전쟁에 간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참전 명분을 살려주기 위해, 미국 돈을 받으며 월남 땅에서 미국을 위해 싸웠다.”고 말합니다. 이어 “우리들로서는 이유도 없고, 명분도 없는 전쟁을 하느라고 죽음의 계곡에서 나의 전우들은 죽어갔고, 이제 변진수는 영혼의 가사상태에서 살아간다.”(이상 330쪽)고 울분을 토로합니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간 총32만 여명의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고 56만 3,387건의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공식 전사(戰史)에 따르면,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 전사자 및 사망자(순직자, 변사자, 자살자 및 행방불명자 포함)는 5,099명입니다. 이중 전사자가 4,663명이며 사망자 외에 1만여 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현재 베트남 전쟁에 대한 가장 중립적인 평가는‘냉전 체제의 대리전으로 빚어진 비극'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전쟁으로 수많은 남북 베트남 국민, 미군, 한국군을 포함한 동맹군이 사망했습니다.

베트남 전쟁 참전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명에 따라 낯선 타국에 전쟁을 하기 위해 떠났고, 죽었고, 장애를 갖게 됐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마음 한편에 이분들의 아픔도 함께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도서정보 – 하얀전쟁

지은이: 안정효

출판사: 세경북스

출판일: 2009년 11월 02일

책크기: 445쪽 | 561g | 152*210*30mm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