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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바가바드기타와 평화 8

장주식의 바가바드기타와 평화 8

  • 기자명 장주식 작가
  • 입력 2022.04.26 12:06
  • 수정 2022.04.2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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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무늬

장주식 작가·인문사랑방 쑈 지기
장주식 작가·인문사랑방 쑈 지기

봄입니다.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땅 위의 초록 잎들이 기지개를 켭니다. 땅속에 들었던 개구리도 몸을 드러내 연못 속으로 풍덩 뛰어듭니다.

흰 꽃 핀 벚나무엔 딱새 둘이 가지를 옮겨가며 날고, 전깃줄엔 멧비둘기 둘이 다가섰다 멀어졌다 합니다. 앞마당에는 길고양이 둘이 장난을 칩니다. 앞집 맞배지붕 위에선 참새 둘이 끌어안고 재자재자 소리치며 굴러내립니다.

강둑이나 묵정밭에는 개망초 연한 잎과 쑥을 뜯는 할머니가 앉았습니다. 마치 땅과 하나가 된 듯 고요한 풍경입니다. 그리하여 봄은 짝을 이루어 샘솟는 사랑입니다. 이 충만한 사랑이 대지와 대기를 감싸는 봄은 따뜻합니다.

바가바드기타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갈망을 품어 기르는 자가 아니라, 강물로 채워지면서도 결코 흘러넘치지 않는 대양에 모든 강물이 스며들어 없어지듯이, 자기 안에서 모든 갈망이 없어진 사람, 그 사람이 평화를 발견하느니라. (2-70)

이 노랫말처럼 쑥을 뜯는 할머니는 쑥에 대한 갈망도 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등을 덥혀주는 햇살을 받으며 아무 급할 것 없이 쑥잎을 하나하나 헤아려보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그저 무심하게 땅에 앉아 있습니다. 먼 옛날부터 그랬듯이.

쑥이라고 하는 갈망을 가슴에 품지 않은 것이죠. 만약 누군가 쑥 바구니를 빼앗아 간다면 할머니는 두 손바닥을 펴고 가져가라고 할 겁니다. 노래에 나오는 큰 바다처럼 말입니다.    땅위와 땅속을 흐르는 모든 물이 바다로 들어 오지만 바다는 흘러넘치지 않습니다. 수많은 강은 흘러들어와 그냥 바다가 됩니다. 내가 가장 긴 강이야, 내가 가장 물이 많은 강이야, 이렇게 잘난 체하던 갈망을 다 버리고 그저 바닷물이 되는 것이죠. 그리하여 갈망을 가슴에 품지 않고 바다를 가슴에 품은 사람은 평화를 발견합니다.

그런데 바다를 가슴에 품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잘 압니다. 바다는 가장 낮은 자리에 모든 쓰레기를 받아 안아야 하니까요. 나와 나의 것에 대한 생각이 내 안에 꽉 차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내 품에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현재 우리는 나의 것에 대한 집착이 가득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공존에 대한 의식도 잊어버린 채 ‘내 소유’를 주장합니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힘이 센 인간이 바로 이 주장을 펴는 존재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위험한 물질 때문에 멸종에 이르는 동식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2월 말까지 한반도 남쪽에서는 77억 마리 꿀벌이 사라졌습니다. 어떤 농가는 500통 벌통 중에 495통의 벌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한반도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꿀벌은 식물의 수분을 돕는 가장 효율적인 생물입니다.

인류가 먹는 주요 과일과 곡물의 72%도 꿀벌이 수분을 도와줍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과수원을 하는 농부는 붓 한 자루를 들고 꽃마다 다니며 수분을 도와줘야 합니다.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옮겨붙이는 그 정교한 일을 말이죠. 그러니까 꿀벌이 사라진다는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꿀벌이 사라지고 있을까요? 다양한 진단이 나왔습니다. 많은 비와 냉해, 추워야 할 때 따뜻하여 벌들을 착각하게 만든 이상기후, 이상기후 탓에 꿀벌에 기생하는 해충 응애의 급격한 증식, 그 응애를 죽이기 위하여 과도하게 사용한 인공적인 약, 꿀벌의 천적인 말벌의 이상 증식 등 많은 진단이 나왔어도 결정적인 원인을 특정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생물들이 사라지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류가 만들어내는 멸종 위기종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바가바드기타의 노래를 들어봅시다.

모든 갈망을 벗어버리고 무심으로 행동하는 사람, ‘나’와 ‘나의 것’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난 사람, 그 사람이 평화를 얻는 도다. (2-71)

이 노래에서 주목하고 싶은 건 ‘나’와 ‘나의 것’에 대한 생각입니다. 인간이 동식물 멸종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건 이제 정설입니다. UN도, 국가 간 기후 변화 대응 협의체 같은 기구도 다 인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어떤 면이 이런 위기를 가져왔을까요? 바로 ‘나의 것’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이 불러온 재해라고 봅니다.

수억 년 지구가 만들어 온 바위와 강물이 절경을 이루는 길을 가로막은 한 남자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이 다니던 길인데요. 그 길을 막고 떡하니 자기 혼자 즐기겠다고 별장을 지었습니다.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힘이 뭘까요? 단 한 가지입니다. 그 길이 있는 땅이 자기 소유라는 것입니다. 땅문서가 있다는 것이지요. 수억 년 지구가 만들어온 바위와 흙과 강물과 산기슭에서 나고 죽어간 나무들이 어찌 다 그 남자 한 사람의 소유일 수 있을까요?

이렇게 인간은 ‘나의 것’이라는 욕망에 찌들어 살아갑니다. 그리고 공생해야 할 주변의 모든 것들을 절멸시키고 있습니다. 이 지옥도에서 벗어나 평화롭기 위해선 ‘나의 것’이 ‘너의 것’이기도 하다는 사고의 전환이 꼭 필요한 시대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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