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장주식의 바가바드기타와 평화 5

장주식의 바가바드기타와 평화 5

  • 기자명 장주식 작가·인문사랑방 쑈 지기
  • 입력 2022.03.14 13:51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의 결과를 포기할 줄 아는 무늬

장주식 작가·인문사랑방 쑈 지기
장주식 작가·인문사랑방 쑈 지기

로버트 머가와 이언 골딘이 함께 지은 책 『앞으로 100년』에는 인류 미래를 위한 100장의 지도가 실려 있습니다. 저자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있다는 진단에서 출발합니다. 인류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이 과연 앞으로 100년의 미래가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하여 100장의 지도로 대답을 해보는 것이죠.

지도를 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지역별로 켜켜이 몰려 있다는 겁니다. 사람살이에 좋은 것이라면 다른 게 아닙니다. 의식주가 편하고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고 자기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삶이지요. 요즘 같으면 덜 오염된 대기도 추가해야 합니다. 나쁜 것이라면 그 반대편에 있는 것들이고요.

좋은 것들은 대부분 북아메리카와 유럽에 치우쳐 있습니다. 오세아니아와 동아시아는 반반이지만 좋은 쪽이 약간 많습니다. 나쁜 것들은 아프리카 대륙과 중동에 몰려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는 나쁜 쪽이 약간 많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대기 오염도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지도에 나타납니다.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도 가장 많지요.

그런데 특이하게도 아프리카와 중동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인구의 70%가 30세 이하로 가장 젊은 대륙입니다. 계속 인구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죠. 오염도 심하고 식량도 부족한 대륙에서 인구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무얼 뜻하는 것일까요? 곧 심각한 갈등이 빚어질 거라는 거죠. 갈등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겁니다.

지도의 결론은 그렇습니다. 현재 지구상 인류는 매우 위험한 불평등 구조 속에 있다는 것이죠. 이 불평등 구조가 빠르게 해소되지 않으면 인류는 자멸하는 길로 걸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이 심각해지면 전쟁과 전염병은 필수로 따라옵니다.

저자들이 보여주는 지도는 철저하게 ‘과학적’입니다. 사실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종합하여 그린 지도이니까요. 하지만 저자들은 걱정스러워합니다. 지도가 보여주는 사실이 분명한데도 정치가들이 쉽사리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리하여 저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언제나 인류 최대의 적은 음모론을 생성하고 과학을 부인하는 정치가와 비평가이다.”

끔찍합니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있는 지금, 각 나라 정치지도자의 역할은 정말 중요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지도자가 자기와 자기 패거리의 이익을 위해 과학을 부인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도 대통령 선거가 막 끝났습니다. 한국은 현재 지구의 미래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결정권을 쥐고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한국의 대통령은 막중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음모론이나 생성하고 과학을 부인하는 정치가여선 안 될 것입니다. 물론 그런 집단을 대표해서도 안 됩니다.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여당과 야당의 후보들은 서로 자신이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고 규정하고 공격했습니다. 지지자들도 결코 상대 후보가 당선되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요. 과연 그럴까요? 여기서 바가바드기타의 노래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오, 다난자야여. 행위는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행위보다 훨씬 열등한 것이니, 초연한 태도에 들어 안도할지어다. 결과를 바라고 행동하는 자야말로 한심한 자들이니라. (2-50)

이 노래에서 ‘결과를 바라고 행동하는 자야말로 한심한 자’라는 구절이 가슴에 쑥 들어옵니다. 우리 집단이 선이고 우리 후보자만이 대통령감이라고 주장하고 행동하는 자들이야말로 ‘한심한 자들’이라는 것이죠. 한심한 자들은 반드시 우리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런 행위는 열등한 행동이라는 겁니다.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행위하는 것보다 말이죠. 그렇다면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행위’란 무엇일까요? 그건 아마도 내 집단 내 후보에 집착하지 않는 행위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간디도 언젠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착에서 벗어나려면 선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선도 집착하면 언제든 불선으로 바뀔 수 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선이 악으로 바뀌는 광경을 자주 목격합니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던 애인에게 집착하여 폭력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던 그때에는 분명 선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집착을 벗어나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여기 이 세상에서, 초연한 태도를 선물로 받은 자는 선한 행실과 악한 행실의 인과응보를 벗어나는 도다. 그런즉, 그대 자신을 요가에 비끄러맬지어다. 요가는 움직임 속의 고요함이니라. (2-51)

노래에서 알려주듯이 바로 ‘초연한 태도’가 해답입니다. 초연한 태도는 일의 성공과 실패에 마음이 매이지 않아야 가능합니다.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는 ‘새옹지마’ 이야기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성공 속에 실패가 들어 있고 실패 속에 성공의 씨앗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대통령 선거의 결과에 초연한 태도를 지닐 수 있을까요? 어렵겠지만 그래야 할 것입니다. 그게 바로 ‘일의 결과를 포기할 줄 아는 무늬’이고, 훌륭한 인간이 그리는 아름다움이니까요. 그 무늬는 집착에서 벗어나 결과는 포기하지만 움직임을 멈추지는 않을 겁니다. 실패 속에 성공의 씨앗이 들어 있는 것을 잘 아니까요. 노랫말처럼 ‘움직임 속의 고요한’ 그런 태도입니다.

『앞으로 100년』의 100장의 지도가 보여주는 우리 미래는 결코 밝지 않습니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데이터를 집적하여 그려낸 지도들은, 인류가 피해 갈 수 없는 현상을 드러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당장 변화를 위한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말입니다. 행동 또한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더더욱 어려운 조건이긴 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살아 있습니다.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에게 우리가 요구해야 할 방향이기도 합니다. (계속)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