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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가바드기타와 평화, 그 소소한 이야기

1. 바가바드기타와 평화, 그 소소한 이야기

  • 기자명 장주식 작가·인문사랑방 쑈 지기
  • 입력 2022.01.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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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 작가·인문사랑방 쑈 지기
장주식 작가·인문사랑방 쑈 지기

여주신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 해 여러분과 이 지면을 통해 만나려고 합니다. 오래전 인류가 남긴 위대한 고전 『바가바드기타』 의 노래구절을 함께 읽으며, 평화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바가바드기타』는 『우파니샤드』, 『베다』와 함께 인도의 3대 경전으로 불립니다. 셋 중에서 바가바드기타가 가장 널리 읽힙니다.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입니다. 길이도 짧아요.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인 『마하바라타』제6권, 그 중에서도 일부분이거든요. 적은 분량이지만 독립된 경전으로 만들어져 널리 사랑받아왔습니다.

저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마하바라타』를 성자 비아사가 지었다고 알려져 있어 바가바드기타도 비아사 저작으로 추정합니다. 경전의 성립 시기는 기원전 3-4세기로 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2000년이 훨씬 지났군요.

바가바드기타는 ‘거룩한 자의 노래’ 또는 ‘신의 노래’라고 합니다. 모두 18장 700구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신은 크리슈나입니다. 크리슈나는 세계를 지키고 유지하는 신 비슈누의 여덟 번째 화신입니다. 비슈누는 1000개가 넘는 화신 곧 ‘아바타라’를 가지는데, 그 중에서 일곱 번째 ‘라마’와 여덟 번째 ‘크리슈나’가 가장 유명하지요.

바가바드기타는 크리슈나가 자기의 제자인 아르주나와 나누는 대화로 구성됩니다. 크리슈나는 신이지만 아르주나의 수레를 모는 마부로 나옵니다. 아르주나는 판다바가의 셋째 왕자로 바가바드기타에서 덕과 선을 상징합니다. 아르주나의 다르마(법=임무)는 비폭력입니다. 그 상대편에 두료다나가 있습니다. 두료다나는 카우라바가의 맏이로 악덕과 악을 상징합니다. 두료다나의 다르마는 폭력인 셈이지요. 아르주나와 충돌한다고 하여 두료다나의 다르마를 ‘아다르마’라고 부릅니다.

바가바드기타는 아르주나와 두료다나의 전쟁이 배경입니다. 하지만 이 싸움은 실제로 벌어진 역사가 아닙니다. 아르주나는 우리 안에 있는 신적인 충동이며 두료다나는 우리 속에 있는 악마적 충동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입니다. 둘이 싸우는 장소는 당연히 우리의 몸입니다. 우리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 싸움은 실제 전쟁보다 훨씬 더 치열하지요. 승자도 패자도 명확하지 않으며 시시각각 승자와 패자의 위치가 뒤바뀝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혼 가운데 한 사람으로 마하트마 간디(1869-1948)를 꼽습니다. 간디는 바가바드기타에 매료되었노라 고백합니다. 스무 살에 처음 바가바드기타를 읽은 뒤 평생 그 가르침을 따르는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간디가 예순 한살이던 1929년, 한 해 동안 바가바드기타를 날마다 한 구절 또는 두 구절씩 사람들과 낭독하며 토론한 일은 유명합니다. 그때 토론한 내용을 누군가 적어 둔 것이 있어 책으로 남았지요.

간디는 바가바드기타의 전체 구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평화’라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구절로 꼽는 것이 아래와 같습니다.

 

모든 갈망을 벗어버리고 무심으로 행동하는 사람, ‘나’와 ‘나의 것’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난 사람, 그 사람이 평화를 얻는 도다. (2장 71절)

이 구절을 곱씹어 봅니다.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몹시 어려운 부분임을 알겠습니다. 인간이 어찌 갈망을 훌훌 벗어버리고, ‘내 것’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겠습니까. 의식주뿐 아니라 수천수만 가지 갈망과 소유욕에 휩싸여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바가바드기타에선 가능하다고 얘기합니다. 간디도 당연히 가능하다고 얘기합니다. 앞으로 하나하나 그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우리는 갈망을 벗어버리고 평화를 가져와야 할 절체절명의 문제를 안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후 위기입니다. 지구가 뜨거워져 시베리아에는 몇 달씩 산불이 이어집니다. 미국의 어떤 지역은 어제는 폭설이 내리다가 오늘은 폭염이 들끓기도 합니다. 남극과 북극은 물론 히말라야 빙하도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빙하가 녹으면 대홍수가 일어나고 곧이어 대 가뭄이 오겠지요. 해수면도 올라가 투발루 같은 남태평양의 섬나라는 이미 육지가 바다가 되고 있습니다.

기후학자들은 지구 생명체의 대멸종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곳곳에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도 합니다. 이미 멸종하는 식물과 동물이 급격하게 늘고 있고요. 대멸종이 일어나면 최상위 포식자가 살아남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현재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는 우리 인간입니다. 그렇다면 대멸종의 위기를 부른 원인은 무엇일까요?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주원인입니다. 물론 대규모 축산으로 엄청나게 늘어난 가축이 뿜어내는 메탄가스도 한몫을 합니다. 축산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죠.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 IPCC> 는 지구온난화의 원인 100%가 인간에게 있다고 확정했고, 유엔도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문제를 만든 인간이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상황이 심각합니다. 원인도 알고 해결책도 알았지만 실천이 되지를 않는 것이죠. 실천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바로 여기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게 됩니다. 과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하는 물음이죠. 존재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에 나설 수가 있습니다.

성찰은 인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정말 어렵습니다. 바가바드기타에서 비폭력과 선을 상징하는 아르주나도 악덕을 상징하는 두료다나에게 무릎을 꿇고 싶어 합니다. 달콤한 감각을 향한 갈망에 빠져드는 것이죠. 이때 우리는 크리슈나가 불러주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우리 내부의 성찰이라는 어려운 싸움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처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고통과 슬픔에 무너져 가는 몸을 일으켜 세우는 힘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소소하게나마 그런 이야기를 이 지면에서 해 보고 싶습니다. 크리슈나가 불러주는 노래를 같이 들으면서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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