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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세상은 긍정의 방향으로 흐른다.

기고-세상은 긍정의 방향으로 흐른다.

  • 기자명 진재필 여주이주민지원센터장
  • 입력 2022.01.04 13:29
  • 수정 2022.01.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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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필 /여주이주민지원센터장
진재필 /여주이주민지원센터장

여주 관내 사업장에서 전화가 왔다. 60여명의 직원 중 절반이 외국인 노동자인데 내‧외국인 노동자 간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또 갈등이 깊어진다고 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될 텐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을 해줄 수 있냐는 문의였다.

회사 측과 몇 번의 전화를 통해 갈등의 원인을 조사하고, 교육방식 등을 조율하며 일정을 잡았다. 일반적으로는 내‧외국인 노동자 간 갈등이 발생하면 내국인의 입장으로 갈등이 조정된다. 내국인 노동자가 업무의 중요도는 물론 직급도 높고 내국인 노동자를 상대하기보다는 외국인 노동자의 불만을 무시해서 마무리하는게 훨씬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업장에서는 다른 방식의 접근을 보여주었다. 무슬림 노동자에게는 할랄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특별대우가 아님을 내국인 노동자에게 이해시켜려 했고, 기존의 일상적 언어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설득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 직장문화를 강요하기 보다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동료애를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길 요청했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갈등의 주체가 한 사업장에 근무하고 직장동료로 긴 시간을 함께 해야 되는 관계다보니 예민한 문제였다. 또한 회사측에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교육을 요청하는 것도 흔치 않은 상황이라 강사 섭외부터 쉽지 않았다.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이주인권 전문가인 이기호 팀장을 모시고 강연을 진행했다.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이야기했고 내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는 함께 가는 동료임을 이야기했다. 지하철의 장애인 리프트 사고에 대한 투쟁으로 엘리베이터가 놓여졌고 이는 노인, 임산부, 유아등 이동 약자에게도 혜택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이었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은 결국 그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권 지수를 높이게 된다. 외국인 노동자가 존중받는 회사는 내국인 노동자도 존중받는다.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상승이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도 올리게 된다.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노동자로서 함께 가야 할 동료임을 인식하자는 내용이었다.

우리 사회도 이주민 250만 명 시대를 맞았다. 여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도 6천 명이 넘었다. 보통 이주민의 수가 5%가 되면 다문화사회라고 부른다. 다문화 다민족 사회는 이미 우리앞으로 다가와 있다. 이젠 우리 사회를 어떤 방식의 다문화, 다민족사회로 정착시킬지에 대한 답이 요구된다.

저임금 구조로 이주민을 채우다 보니 고비용의 내국인 노동자를 대신해 저임금 이주노동자 고용이 확대되고 결국엔 외국인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내국인 노동자까지 저 임금구조에 가두는 프랑스의 이주노동정책의 오류를 밟지 않아야 한다.

근 현대사회는 민족과 국가로 구분되고 갈등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21세기는 자본의 이동이 일상화되듯 사람 간 이동도 일반화되었고 갈등과 혐오 대신 협력과 상생의 관계를 요구받고 있다. 내‧외국인간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자는 회사측과 내‧외국인의 공존이라는 변화된 현실을 협력과 상생의 관계로 받아들인 노동자. 단위 사업장의 작은 파동이지만 이런 시도가 결국 우리 사회를 긍정의 방향으로 안내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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