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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만드는 여주 어르신들을 만나다

그림책 만드는 여주 어르신들을 만나다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21.11.01 10:07
  • 수정 2021.11.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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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여강, 어르신들의 이야기 그림으로 풀어내는 문화활동 펼쳐

 

“50년 전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내 책상을 가졌었는데, 이제 다시 아이들이 책상을 마련해 줘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지난 10월 25일 여주시 오학동 구세군교회 작은도서관에서 만난 이춘옥(69) 어르신의 자랑은 계속 이어졌다.

“아이들이 보내 준 책상과 책장을 들여놓고 나만의 공간인 ‘내 방’이 생겼어요. 이젠 내 방에서 친구들과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떠는 곳이 생겼어요”

이춘옥 어르신이 내 방 자랑이 한창 이어지자 맞은편에 앉은 배정숙(63세) 어르신도 한몫 거든다. “나 만의 공간이 참 좋죠. 저도 내 장이 있어 참 편해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던 정병두(79) 어르신과 최영섭(77) 어르신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꽃이 이어지면서 어르신들은 어느 새 시간을 거슬러 노년에서 장년으로 다시 청년으로 그리고 어린 아이의 시절로 돌아간다.

조금은 나이 차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은 구세군교회 작은도서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어르신 문화예술 마당’으로 여주세종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어르신 문화예술지원사업마당’의 한 프로그램이다.

어르신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과 이야기로 풀어낸 것을 그림책으로 묶어 내는 이 프로그램은 인문학공부모임 책배여강(대표 박혜진)이 지난 2015년 경기문화재단에 응모해 선정된 지역특성화사업으로 시작돼 지난 2019년부터는 여주세종문화재단이 지원하는 것으로 어르신들의 문화활동을 통한 건강하고 밝은 노년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배정숙(63세) 어르신의 작품
배정숙(63세) 어르신의 작품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로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음에도 어르신들과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이날 마지막 수업을 하는 어르신들의 창작활동을 돕는 임양, 임진숙 작가는 “어르신들의 그림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며, “그림 지도를 한다고 했지만 정작 어르신들께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말한다.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 낸 최영섭 어르신은 “지금도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어르신의 할아버지가 입었던 옷이며, 모자까지 세세하게 그림에 담아냈다.

첫 수업부터 지도작가들을 놀라게 했다는 정병두 어르신의 그림은 미술에 문외한인 기자가 보기에도 공간을 가른 선의 색이 예사롭지 않다.

손녀와의 추억을 현재 진행형으로 담아낸 배정숙 어르신의 그림을 본 지도작가들은 “손녀가 할머니를 닮았다”며, 그림 속의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정서적으로 척박하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에 풀어내는 어르신들의 모습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어르신들의 이야기와 그림은 지난 10월 15일 여주시 연양동 썬밸리호텔에서 열린 여주세종문화재단의 ‘2021년 여주 문화 자원 그림책 체험 10월 <북콘서트>’에서도 소개되는 등 여주 어르신들의 문화활동에 대한 열기를 높여가고 있다.

책배여강 박혜진 대표는 “처음엔 어르신들이 뭐하는 거냐며 부정적이었지만 이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어르신들이 다른 어르신들을 소개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가남읍 희년교회와 오학동 구세군교회 작은 도서관에서 소규모지만 대면 수업으로 마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책배여강은 여주도서관 강사들의 친목 모임에서 출발해 현재는 인문학 공부모임을 통해 회원들의 공부뿐 아니라 지역사회 인문학 확산 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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