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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 능서면의 명칭변경은 정체성의 회복이다

여주시 능서면의 명칭변경은 정체성의 회복이다

  • 기자명 박시선 여주시의회 의장
  • 입력 2021.08.2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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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선 여주시의회 의장
박시선 여주시의회 의장

여주시 능서면의 명칭변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능서면을 세종대왕면으로 바꾸자는 주장에 이견이 적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논란이 되는 것이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사람들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이해가기 힘든 일이라 난감하다. 능서면을 세종대왕면으로 바꾸려는 시민들의 노력이 일어난 것에 대해 잠시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능서면이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에 지어졌다. 수계면과 길천면을 합치면서 능의 서쪽에 있으니 능서면으로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능서면의 이름이 만들어진 1914년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한 후, 식민통치를 효율화하기 위해 1914년 대대적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할 때 다. 2020년 1월 20일 경기도 발표에 따르면  일제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명목으로 두 지명에서 한 자씩 선택해 합친 소위 ‘합성지명’을 가장 많이 만들었다. 경기도 398개 읍면동 가운데 160곳이 일제강점기에 고유한 땅이름 대신 새로운 땅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하니 가히 창씨개명에 못지않은 창지개명인 것이다. 

여주시의 읍면도 대부분 1914년 ‘합성지명’ 방식으로 땅이름이 바꾸었다.

자료에 의하면 현재 가남읍인 당시 가남면은 가서면, 소개면, 근남면 3개 면을 합쳐 만들어졌고, 대송면과 등신면을 합쳐 대신면, 근동면과 점량면을 합쳐 점동면, 흥곡면과 길천면을 병합해 흥천면이 되었다. 여기에 북내면은 현재 여흥동과 중앙동 지역의 이름인 당시 주내면의 북쪽에 있으니 북면에서 북내면으로 바꾼 것이다. 전문가들은 1914년 일제가 실행한 행정구역 개편은 우리를 위해 이름 바꾼 것이 아니라 수탈과 통제의 편리함을 도모하고자 했다고 보고 있다.

일제의 주도로 만들어진 명칭이니 일제 잔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모든 행정구역 이름을 일률적으로 다 바꾸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고유의 옛 지명을 되찾을 수 있고, 현대에 맞는 이름을 새로 지을 수도 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지역주민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지역명칭은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문제에 대해 주민의 의지와 선택을 하기 위한 것이 지방자치다. 

실제로 지방자치가 본격화되면서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담양군 남면은 가사문학면으로, 군위군 고로면은 삼국유사면으로, 울진군 서면은 금강송면으로 바꿨고, 영월군의 김삿갓면, 경주시의 문무대왕면 등과 같이 위인이름을 딴 곳도 있다. 

행정구역 명칭은 꼭 일제잔재의 청산이 아니어도 여러 가지 필요에 의해서 변경될 수 있다. 여주시에서도 산북면 하품 1, 2리가 각각 명품리, 주어리로 바꾸면서  주민들이 만족하고 있다. 

능서면의 명칭을 세종대왕면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7월말에서 8월 20일까지 실태조사를 한 결과 능서면 주민의 85%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대부분이 세종대왕면을 원하고 있는데 굳이 세종면, 이도면, 영릉면, 대왕면 등의 절충안을 제시하는 논리는 어처구니가 없어 보인다. 

지역의 모든 것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다.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고 지역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지역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지역의 이름도 마찬기자로 능서면을 세종대왕면으로 바꾼다면 많은 실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세종대왕과 여주를 확실하게 연결지을 수 있고, 세종대왕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으며, 능서면을 세종대왕 문화특구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능서면을 세종대왕면으로 바꾸는 것은 일제의 식민사관을 극복하는 길이며, 차별화된 명칭 사용으로 여주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부각시키는 길이다.

능서면 주민들의 선택이고 여주의 르네상스를 가져올 수 있는 명칭변경을 반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더구나 능서면을 세종대왕면으로 바꾸는 것에 능서면 주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음에도 외부에서 일부가 적극적인 반대에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쩌면 잔재 청산을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무조건 반대의 저의가 의심될 뿐이다. 능서면을 세종대왕면으로 바꾸는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요구하기 전에 오히려 여주시가 먼저 나서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여주시민들 모두가 성원하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여주시 공무원들도 전향적인 사고를 해 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 능서면 명칭변경에 대한 주민의 염원과 의지를 존중하고, 여주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추동해 낸다는 관점에서 바라봐 주시기를 당부한다. 아울러 변화와 발전을 위해 몸부림치는 능서면 주민의 용기와 의지를 존중하며, 이 기운이 여주시민 모두에게 전달되어 좋은 결과로 나타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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