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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견- 능서면의 세종대왕면 명칭변경에 대해

독자의견- 능서면의 세종대왕면 명칭변경에 대해

  • 기자명 김춘석 전.여주시장
  • 입력 2021.08.1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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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변경의 구체적인 장단점 자세하게 검토하고 지역 내외 여러 의견 청취해야

김춘석 전.여주시장
김춘석 전.여주시장

2015년에 능서면의 명칭을 세종대왕면으로 변경을 추진하다가 보류한 적이 있는데 요즈음 이를 재추진한다고 한다.

세종은 우리나라 역사상 업적이 가장 뛰어난 왕으로 훈민정음 창제, 사회취약 계층(죄수,노비등)의 복지개선 등 애민정신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세종을 지칭할 때는 위대함을 나타내는“세종대왕”이란 존칭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역대 왕들 중에서 ‘대왕’이란 존칭을 쓰는 왕은 삼국통일을 한 문무왕과 영토를 크게 확장한 광개토왕 정도가 있다. 그래도 일상생활에서 국민들이 문무대왕 이나 광개토대왕이란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매년 한글날 관련 행사, 세종대왕 기념사업 등에서 자주 언급된다.

능서면을 세종대왕면으로 변경하면 세종대왕이란 고유명사가 능서와 같은 일반명사로 바뀌어 존칭의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주민들이 지역 명칭으로 세종대왕을 사용하며 비하하거나 욕설이 뒤따를 수 있다. 여주시 읍,면,동 대항 각종 시합을 하며 “세종대왕(능서) 깨버리자”, “세종대왕(능서) *들, 이번에 혼내주자”, “세종대왕(능서) **들, 반칙을 수 없이 하네” 와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난무할 것이다.

또한 지역 명칭을 그 지역 상호로 사용하는 관례에 따라 세종대왕면 소재지에 세종대왕 해장국, 세종대왕 노래방, 세종대왕 안마시술소 등의 간판이 줄지어 달릴 수 있다.

시외버스표를 구입하면서도 “여주 세종대왕 한 장 주세요”와 같이 말하게 된다.

그리고 능서면의 명칭변경을 하는 명분으로 “일제 잔재 청산”을 제시하는데 이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명칭변경추진위원회에서는 능서면 명칭이 일제강점기에 단순 방위적의미 (능의 서쪽)로 비하하여 정한 것이기에 일제 잔재를 없애기 위해 명칭을 개정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 명칭을 방위적 의미로 정하는 것은 현재 서울에서도 한강을 중심으로 방위에 따라 강동구, 강남구, 강서구 등으로 정하여 사용하고 있고 한양 도성의 방위에 따라 성동구, 성북구 등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에는 그 지역을 비하하는 뜻이 없다.

1914년 전국적인 행정구역 개편으로 여주군은 16개 면에서 10개 면으로 통폐합되었는데 5개 면은 통폐합되는 면 명칭의 한 글자 씩을 따서 새로운 면의 명칭을 정하였다.

(예: 가서면,소개면+근남면-->가남면, 대송면+등신면-->대신면)

그러나 수계면과 길천면(7개리)을 합치며 ‘수천면’이나 ‘수길면으로 정하지 않고 세종대왕의 능침인 영릉의 ’릉‘자를 써서 ’능서면‘으로 정한 것은 오히려 우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에 정한 명칭이라 변경한다면 이는 능서면만이 아닌 여주 6개 면과 전국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읍면의 명칭을 변경하는 사례가 여럿 있다. 광주시 남한산성면, 충주시 수안보면, 고령군 대가야읍, 영월군 김삿갓면, 경주시 문무대왕면 등이 그 예이다. 이는 지역 명소를 홍보하여 관광객이 더 많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소망을 반영한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세종대왕 유적(영릉)은 이미 많이 알려져 2019년에 41만 명, 코로나-19의 첫해인 작년에도 22만 명이나 찾아오는 곳이다. (자료: 통계로 보는 문화유산 2020, 문화재청)

능서면을 세종대왕면으로 명칭을 변경하더라도 관광객이 증가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세종대왕은 서울특별시(출생지, 생전 거주지), 여주시, 능서면 등에만 관련된 인물이라기보다 전국 국민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성군이다. 2015년 9월 능서면 명칭변경 공청회에서 발언자 네 명 중 두 명이 세종대왕면으로 변경할 경우 여주시의 한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로 세종대왕을 격하시켜 지역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명칭은 한 번 바꾸면 또 다시 바꾸기 어렵기에 명칭변경 전에 변경에 따른 구체적인 장단점을 자세하게 검토하고 지역 내외의 여러 의견을 청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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