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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과 함께하는 물고기 ‘꾸구리’

여강과 함께하는 물고기 ‘꾸구리’

  • 기자명 성무성 담수어류연구자
  • 입력 2021.04.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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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무성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 생명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 /담수어류연구자
성무성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 생명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 /담수어류연구자

필자는 어릴 적부터 민물고기의 매력에 빠져 초등학교 5학년부터 15년 째 물고기를 찾아다니는 물고기 덕후입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물고기를 찾으러 다니면서도 기쁨보다 인간의 이기심에 물고기들의 집인 강과 하천이 콘크리트에 묻히는 모습을 목격해야 하는 슬픔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물고기는 경사가 급한 산맥 아래에서 빠르게 흐르다 잠시 쉬었다가는 물길이 여울과 소로 발달하면서 다양한 환경에 따라 독특한 생활사를 가진 수많은 고유종으로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2009년 5월 5일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친구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관심사였던 우리나라 민물고기였습니다. 

한 번은 이포대교 밑의 여울에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족대질 몇 번 만에 의외의 물고기를 만났는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어종 꾸구리였습니다. 보통 시골어른들은 동사리나 얼룩동사리를 구구리, 구구락지라고 부르다 보니 혼동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물고기인 꾸구리는 잉어목 모래무지아과 꾸구리 속에 속한 물고기로 우리나라 한강, 임진강, 금강 수계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입니다. 

주된 서식지는 돌과 잔자갈이 깔린 여울로 낮에는 돌 밑에 쉬다가 밤에 나와 하루살이 같은 수서곤충을 먹고 사는데 밤에 만난 꾸구리는 낮에 봤던 고양이 눈이 아닌 보름달처럼 눈이 커집니다. 빛에 양에 따라 눈동자의 크기를 조절하는 독특한 물고기입니다. 

이렇게 귀한 물고기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안 저는 매우 반가웠고 자주 볼 거라는 희망 속에 족대에 걸린 꾸구리를 다시 여울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4대강 사업전 이포 부근
4대강 사업전 이포 부근

 

그리고 10월에 다시 찾는 이포대교에서 꾸구리와 비슷한 물고기인 멸종위기 2급 어종 돌상어까지 만날 수 있었지만 그로부터 3주 뒤 당시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꾸구리와 돌상어가 살고 있는 여울은 삽질과 이포보 건설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만난 지 겨우 6개월 만에 마주하는 생이별은 저로써 혼자 감당하기에 힘들었고 이런 모습을 봤던 어떤 사람은 저를 빨갱이로 몰기도 했습니다. 슬픔에 빠져 있을 여유가 없던 저는 남한강의 4대강 보가 완공되기 전까지 남한강 꾸구리 여울의 마지막을 보기위해 공사장 인부들의 쇠파이프를 피해가며 꾸구리의 마지막을 기록했고 마지막으로 만났던 여강의 꾸구리 서식지들은 대부분 보 완공이후 여강에서 섬강 하류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여주에서 유일한 섬강 하류의 꾸구리, 돌상어 서식지는 발견당시 무릉도원처럼 아름다웠지만 최근 자갈밭의 차박과 꾸구리가 살고 있는 여울에서 오프로드를 일삼는 일들이 많았고 심지어 로드킬로 죽어가는 꾸구리의 주검을 여울에서 수습한 적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원주지방환경청에서 서식지 주변에 차량통제를 하게 되었지만 꾸구리 보전에 대한 고민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여강 일대의 3개보(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처리 문제입니다.

 4대강 보가 막고 있는 여강은 남한강의 꾸구리를 비롯한 수많은 물 속 생물들의 소리 없는 희생이 수몰된 곳입니다. 보 개방은 여주 주민들의 농업용수, 지하수, 어민에게 절대적인 피해가 간다고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되고 아직 보 처리 방안에 대해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3개보의 전면 개방이 힘들면 보 하나 만이라도 부분개방으로 여울이 다시 흐를 수 있다면 여강에 여울고양이 꾸구리를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살기 위해 개발이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결여된 것 같아 너무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하루속히 4대강 이후 보처리 문제가 해결되어 여강에 여울이 흘러 꾸구리를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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