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두루미의 무리 짓기 습성

두루미의 무리 짓기 습성

  • 기자명 최새힘 작가
  • 입력 2021.04.05 16:01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새힘의 두루미 관찰기2

두루미는 항상 가족 단위로 생활한다.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가족과 가까이에 있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이런 이유에서 홀로 떨어진 흑두루미 새끼는 이집 저집을 기웃거리다 새끼 한 마리를 데리고 있는 재두루미 가족을 끝까지 쫓아다녔음에도 한 가족 같은 모습은 아니었고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둔 모습이었다. 떠날 때는 집단을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종종 따로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 밤을 지내기 위해서는 좁은 공간에 밀집해야 하지만 그 안에서도 다른 가족과는 조금씩 거리를 둔다.

사진 손승호
사진 손승호

 

전에 기고했던 글에서 여주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재두루미는 청년기라고 하였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었다. 이들은 북상하기 위해 다수의 가족이 모인 무리였다. 비록 하나의 집단이 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이지 않고 가족 중심의 질서를 고스란히 유지한다. 무리에 함께하는 자격조건도 우리와 같이 까다롭지 않아 구성하는 가족도 때마다 들쑥날쑥하다. 먹이를 먹을 때와 잠자리로 되돌아올 때의 무리를 이루는 수가 일정하지 않고 종종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즉 한 무리 안의 수가 먹을 때와 잘 때, 그리고 떠날 때까지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만약 자기 가족끼리만 먹이를 먹으러 다니는 것이 충분하면 떠나기 직전까지도 구태여 무리에 끼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리에 지도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덩치가 큰 한 마리가 앞서 날며 방향을 지시하는 듯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북쪽으로 떠날 때는 주로 가까운 곳에서 월동한 두루미들끼리 무리를 짓는다. 북상하면서 여주에 한동안 머무는 무리를 제외하고 보면 여주에서 겨울을 지내는 가족은 자기들의 먹이터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이들은 끝까지 있다가 북쪽으로 떠났는데 3월 12일 처음 무리 짓기를 관찰하였고 13일은 다시 가족별로 떨어져 있었으며, 14일과 15일은 10마리 정도만 무리를 이루다가 16일 아침에 떠났다. 전에 떠난 무리를 이룬 수와 떠나서 없어진 두루미의 숫자가 계산이 맞지 않는 것으로 보아 떠날 때조차도 무조건 무리를 짓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짐작이 든다. 2월 21일 17마리의 흑두루미가 왔을 때 가까운 위치에서 새끼흑두루미가 있었는데도 그들을 따라가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의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사진 최새힘
사진 최새힘

 

이번 겨울, 가족끼리 삶을 꾸려가는 재두루미의 모습도 나의 해석이 간섭하였을지 모르겠지만 만일 이런 모습이 사실이라면 사람이 사는 세상에 던지는 교훈도 크다. 기초적인 생활은 철저히 가족 단위로 이루어가고 협력이 필요한 경우 큰 무리를 이루지만 가족끼리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는 모습은 오히려 사람이 배울만하다. 사람이 만든 사회체제도 자연 속에서 다른 동물의 그것과 비교하면 아무런 간섭이 없을 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저작권자 © 여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