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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리 먹기 위해 무리를 짓는 두루미

배불리 먹기 위해 무리를 짓는 두루미

  • 기자명 최새힘
  • 입력 2021.03.29 12:10
  • 수정 2021.03.2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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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새힘의 두루미 관찰기2

두루미가 모두 떠났다. 다른 곳에서는 한낮에 생기는 상승기류를 타고 빙빙 돌며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여주의 재두루미들은 그런 인사도 없이 7일과 11일, 그리고 16일 세 무리를 이뤄 안개 짙은 새벽하늘을 날아 고향으로 떠났다. 이제 그들의 모습은 한동안 사진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겨울 두루미 구경은 새끼들이 함께 와서 특히 관심을 쏟아부었다. 새끼가 겨울을 성공적으로 보내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가 궁금하여 관찰을 시작하였으나 나중에는 그 숫자가 크게 늘어서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덕택에 두루미들의 생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고 알게 된 것만큼 알고 싶은 것이 늘어났다.

먹이터로 가기 전 두루미 가족(사진= 손승호)
먹이터로 가기 전 두루미 가족(사진= 손승호)

 

두루미는 비단 사람이나 천적만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끼리도 가능한 사회적 거리를 두는 큰 몸집의 새다. 가능한 가족을 중심으로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먹이활동을 하고 자기의 먹이터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해가 질 때 위험을 잘 살피기 위해 물가에 함께 모일 뿐이다. 아마도 물이 있으면 발소리를 금방 알 수 있기에 쉽게 알아채고 도망을 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잠자리에 날아와 앉으면 물을 마신다.

자기의 영역으로 하는 논에만 들어가 떨어진 낱알을 찾아 먹으며 겨울을 나는 것을 볼 때 겨우내 먹는 양이 그리 많지 않음이 확실하다. 하지만 북쪽으로 날아가기 전에는 충분한 먹이를 먹어야 하는데 이때 집단을 이룬다. 무리를 지으면 주변을 경계할 수 있는 눈이 많아 통행량이 많은 큰 길가에도 과감하게 들어가 정신없이 땅을 뒤져 먹을거리를 찾아 먹는다. 이렇게 무리를 지어 먹어야 할 때는 아주 민감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과감하기도 하다. 평소의 먹이터가 아닌 먼 곳까지 날아가 먹이를 먹고 해가 질 때면 잠자리로 되돌아온다. 멀리까지 날아가는 경우 어디로 가는지는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이동 방향을 미루어 짐작할 때 적어도 5㎞에서 10㎞ 이상은 가야 한적하게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넓은 논이 있다. 또 60마리가 넘는 가장 많은 재두루미들이 머물 때는 너무나 민감해서 잠자리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궁금하여 국내에서 발표한 두루미에 관한 논문을 찾아보았더니 다섯 마리 이상이 무리를 이룬 경우에는 길에서 더 멀리 떨어진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여주에서는 그 반대의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두루미를 관찰하고 기록으로 정확하게 남기는 수준의 연구도 매우 부족한 정도인 듯하다.

해질녘 잠자리로 들어오는 두루미 무리(사진=최새힘)
해질녘 잠자리로 들어오는 두루미 무리(사진=최새힘)

 

올해는 예상치 못하게 많은 흑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능서면에서 머물렀다. 그래서인지 재두루미들이 떠나기 전에 자신들의 먹이터에서 멀리까지 나가는 것을 볼 때 능서면의 논에서 충분한 먹이를 얻지 못하는 것이 확실하다. 먹이가 부족한 이유는 추수를 끝내고 땅이 얼기 전에 논을 갈아엎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혹 논을 갈지 않은 곳이 바로 두루미의 먹이터다. 논의 주인이 이런 사실을 알고 일부러 갈지 않는 것이라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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