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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남김없이 그러나 영원히

특별기고- 남김없이 그러나 영원히

  • 기자명 김정화 정의당 여주양평위원장
  • 입력 2021.03.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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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정의당 여주양평지역위원장
김정화 정의당 여주양평지역위원장

지난 일요일 백기완 선생의 삼우제를 다녀왔다. 며칠간 지속된 한파는 거짓말처럼 사그라들고 선생의 뜨거웠던 삶을 기리러 모란공원에 모인 사람들에게 따뜻한 봄 기운을 선사했다. 가슴에는 저마다 ‘남김없이’라고 쓰여진 추모리본을 달았다. 살아 생전 눈물로 장례를 치르고 피로 비문을 써준 동지들 곁에 묻히신 선생의 삼우제는 평생의 동지이자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의 노래로 마무리 되었다.  .

선생이 불쌈꾼(혁명가)으로 살며 평생 노동의 현장에서 수없이 들었을 민중가요 대신 가시는 길에 불러드린 섬집 아기는 유가족과 조문객에게 잔잔한 감동과 함께 깊은 슬픔을 주었다.  13살에 헤어진 북한에 계신 어머니를 평생 잊지 못했던 선생의 마음이 그 동요에 녹아있는 것 같았다. 반드시 절단된 나라의 허리를 잇겠다던 선생의 소원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남은 자들의 몫이리라.

아직 봉분이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묘지 앞에 놓인 선생의 영정사진은 백골단의 구타로 숨진 고 강경대 열사의 추모 1주기에서 연설하던 30년 전의 모습이다. 사진 속의 선생의 머리는 선생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상징 중 하나였다. 선생은 한번도 빗으로 머리를 빗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대륙을 가로 질러 해방싸움을 하러 가는 자가 빗을 잡고 거울을 보면 되겠냐며 역사가 자기 거울이다라 하셨던 선생이다.

존엄이 부당하게 짓밟히는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 농민들의 집회, 겨울 한파가 매섭던 촛불 집회에서 늘 맨 앞줄을 지키고 계셨던 선생,  참여가 가장 중요한 행동이고 생각과 행동의 일치를 강조하셨고 실제로도 그렇게 사셨던 선생. 생명의 끝을 죽음이라고들 하지만 진짜 죽음은 뜻을 저버렸을 때고, 뜻을 저버린 자들은 겉으로는 살아있지만 죽은 시체들이라고 광화문 광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던 선생의 연설을 이제 더는 들을 수가 없다. 누군가 눈물 흘리는거 보면 같이 울고 누군가 화를 내면 같이 화를 내는게 진정한 공부라고 했던 선생님의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백기완 선생은 여주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선생이 스물두 살이던 1954년, 휴전 이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자진학생녹화’를 결성해 강원도 양양과 지리산 일대, 경기도 여주 등지에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때 선생이 심은 나무는 지금도 여주의 어느 거리에서 무성히 자라 땀 흘린 자들의 수고로움에 안식이 되어 주고 있을 수도 있겠다.

선생은 우리에게 큰 산이었고 큰 기둥이었다. 이제는 가시고 없지만 여전히 우리 가슴에 남아 약자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실 것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평생을 통일과 노동운동에 헌신하며 살아온 선생의 숭고한 뜻은 우리들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남아있는 자들이여! 노나메기 세상을 향하여 아리아리!

 

노나메기 :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모두 올바르게 잘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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