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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의 ‘버팀목 야학’

수필- 나의 ‘버팀목 야학’

  • 기자명 이영숙 /여주 버팀목 야학 학습자
  • 입력 2021.01.15 08:15
  • 수정 2021.01.1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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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주 버팀목 야학의 이영숙입니다.

저는 돌 때부터 장애가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저를 고쳐주시려고 이것저것 안 해 본 것이 없었지만 소용이 없었답니다.

저는 초등학교를 9살에 입학했는데, 아이들이 많이 놀려댔고 어떤 때는  교문에도 못 들어가게 해서 울면서 집으로 돌아 간 적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우는 나를 아버지께서 달래 주시면서 자전거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시곤 하셨습니다.

그때는 나를 웃음거리로 삼고 조롱을 하는 친구들이 너무 미웠고, 그런 내가 너무 싫고 한심해 보여서 혼자 앉아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초등학교는 졸업했지만, 중학교는 가고 싶어도 못 갔습니다. 아이들의 놀림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집에 있다 공부하는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타지에 있다가  아버지가 아프셔서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6살에 중매로 지금의 애 아빠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시집을 와서 시어머니에게 혹독하게 시집살이를 해야 했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남편 때문에 생활이 궁핍해서 또 다시 눈물을 흘리며 지내야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살았는지 눈물이 나네요.

제가 가장이 되어 한 가정의 생계를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제가 만난 사람들은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때 알게 된 사장님은 저한테 친절하게 대해 주셨는데, 먹을 것과 음료를 주시곤 하셨고 아파서 병원을 가게 되자 병원비를 보태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법무사 사모님은 명절 때 마다 용돈을 주셨습니다. 

또, 제가 다니는 병원의 원장님은 지금까지도 보험이 되지 않는 약을 무상으로 그냥 주십니다. 이렇게 저는 여러 사람들에게 과분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다 넘어져 허리를 심하게 다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집에만 있다가 장애인문화사랑방에서 황석우 삼촌을 만나 독서토론 동아리에 참석하던 어느 날. 삼촌이 한글 공부를 한번 해보자고 했는데,  오랫동안 공부를 해보지 않았던 저는 처음에 많이 망설였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해보니 너무도 좋았습니다. 

저는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맞춤법을 잘 몰랐습니다. 삼촌이 잘 가르쳐 주어서 이제는 한글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카톡으로 대화도 할 수 있어 너무나도 좋습니다. 잊어버렸던 산수공부도 다시 하니 새록새록 재미가 납니다.

또한, 공부를 하러 오면서 친구도 생겨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살면서 여건이 되지 않았기에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여행은 한 번도 가보질 못했는데, 자립생활센터의 도움으로 제주도에 놀러 가게 되었습니다. 제주도는 내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저는 운이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단체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올해 저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버팀목야학에 검정고시반이 생겨 중학교 졸업장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고 하니, 중학교 졸업장을 가슴에 안는 그 날을 기대하며 열심히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 저 잘 할 수 있겠죠?”

열심히 공부해서 제가 받은 만큼 저도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좋은 소식 가지고 다시 올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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