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많이 본 글씨다
한글의 맵시를 궁글린
붓글씨의 뒤꿈치가
치켜 들린 저 꼬리
핏빛 뱀 꼬리에 감겨
나는 또 트라우마로 아리다
나만 분단에 포위되었나
시침 뚝 따는 뒷골목 손짓
거기 선 붉은 립스틱의 여인처럼
다들 아무렇지도 않아
이 정도는 뭐 어때?
김치찌개가 더 맵짜단다
아하, 그렇지 강원도는 아직
반 토막이 북에 남에 있지.
* 양재동 뒷골목에서 만난 핏빛 간판은 어쩐지 거북하다. 낯익은 글씨체, 그렇다. 북한의 동포들이 새벽 별을 보며 일 나가던 깃발에서 펄럭이던 글씨, 삼지연의 순례를 다녀오는 학생들에게도 휘날리던 깃발 속 글씨다. 탈북민들이 말하는 북한의 속살, 사랑의 불시착 속 북한 군인의 인기, ‘반갑습니다’의 합창을 통해 남북을 한 걸음 더 이해했다 해도 붉은 글씨는 속이 따갑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무섭다. 김치찌개집은 광고에 성공했다. 일흔 돐 6. 25는 묻는다. “마음은 열어도 안보는 튼튼히”하고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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