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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짜 소통해야 한다

기자수첩- 진짜 소통해야 한다

  • 기자명 이장호 기자
  • 입력 2020.06.0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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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여주신문 대기자

재난수당이 지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 매체에서는 동네 가게의 물가가 급등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취재기자는 그 원인을 사용처가 제한된 재난수당이나 재난지원금의 허점을 노린 일부 비양심적 상인들 탓으로 돌렸다.

기사를 읽고는 무슨 까닭이 있어 올렸을텐데 하필이면 시기가 겹친 것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며칠 전 내가 자주 가던 우리 동네가게에 막대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가 냉장고에 쓰인 ‘1개 400원, 10개 사면 +1’이라는 문구를 보고는 기분이 언짢았다. 그 이틀 전에 ‘3개에 1000원’이던 막대 아이스크림 이틀만에 20%이상 가격이 오른 것이다. 4000원이면 12개를 살 수 있었던 것이, 서비스를 포함해 11개로 줄었으니, 1000~2000원어치씩 사던 입장에선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수십 년을 이웃한 사이에 뭐라고 말을 하기도 어려웠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기사에 난 지역은 아무래도 내가 사는 동네의 일이 아니니 조금은 너그럽게 이해하면서, 우리 동네에 대해선 다른 마음을 가지는 내가 우습기도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그 집 물건 값이 많이 올랐다고 불평 하기에 자세히 살펴보니, 일부 계절상품의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오르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그 가게의 물건 값이 모두 오른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게 일어난 일과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이렇게 다르다는 생각과 함께 최근 가남읍에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일어난 불만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에 여주시 가남읍을 지나는 3번 국도 경충대로에서는 교통사고로 5명이 사망했다. 그러자 경찰과 시청은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한속도를 70km/h에서 60km/h로 낮췄다. 여주에서 제한속도가 낮아진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오학동 강변북로 일부 구간도 60km/h에서 50km/h로 낮췄고, 여주시청에서 세종여주병원까지 연결되는 청심로는 30km/h로 낮췄다.

그런데 가남읍의 일부 주민은 “가남 사람들이 생활권이 이천이라 이천을 많이 가는 바람에 낮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거기에는 동남아파트교차로의 잘 보이지 않는 과속단속 카메라도 한 몫을 했다.

말을 들어보니 요즘 자동차에는 네비게이션이라고 하는 길안내 장치를 달고 다니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변화된 내용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아마도 그냥 다니던 사람이 네비게이션이 70km/h라는 바람에 그냥 지나다 과속으로 범칙금 처분을 받은 것이 원인으로 보였다.

물론 네비게이션만 믿지 말고 표지판도 잘 보고 운전해야 한다지만, 주민의 교통생활과 밀접한 문제에 변화를 줄 때 행정당국의 홍보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공무원들은 현수막도 걸고 충분히 홍보했다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공무원에게 충분한 홍보’와 ‘주민에게 충분한 홍보’는 분명 다르다.

우리 동네 가게 주인이 계절상품은 성수기에 가격이 좀 올라간다는 것은 굳이 알리지 않아도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공무원들도 우리가 이만큼 홍보했으니 주민들이 다 알고 이해할 것 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경찰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자의 상당수가 어르신이라고 한다. 일이 생기면 내거는 현수막도 중요하지만, 여주시와 여주 경찰은 어르신과 어린이 등 교통약자는 물론이고 지역주민들에 대한 교통안전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게 진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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