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지 한 참된 주유소
한때 황금알을 숨 가삐 낳던 닭은
이미 숨도 잊은 지 오랩니다
이유야 짐작 그대로 겠지요
경쟁대열에서 튕겨 나왔는데
유가 급락까지 옥죄어 들 줄이야
처마가 석양에 잠시 빛납니다
한 시절 영화처럼 황금빛이 되살아납니다
SK의 전신인 ‘선경(鮮京)’이 보입니다
SK의 조상인 ‘유공(油公)’도 보입니다
현대사의 한 부분이 빠진 이처럼
덧칠 사이로 삐죽이 보입니다.
문득 한 ‘재산분할청구소송’까지 떠오릅니다
모두 역사를 되짚어 셈을 하고 있을 테지요.
*점동에서 고개를 넘으면 마주치는 단암 삼거리, 일부러 잠시 섰다 갑니다.
주유소의 폐점이 ‘사라진 노병’처럼 느껴집니다. 녹슨 주유스탠드 비 가림 시설에 눈이 갑니다. 선경, 유공 모두 한때 익숙한 상표였지요. 한때는 거리의 독점까지 있던 시절도 있었지요. 무한경쟁에서 내몰린 업소들의 퇴장, 세상이 그런 거라고 말하기에는 눈에 보이는, 저 붉은 녹이 너무 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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