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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대구는 아직 멀다

여강여담- 대구는 아직 멀다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20.05.1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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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에서 대구행 버스, ‘운행중지’나 ‘몰아 태우기’ 위험해

코로나19 강타한 대구,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기지개 켜지만

조용연 주필

미뤄왔던 대구행에 나섰다. ‘대중가요’에 대한 취재를 위해 나선 길이다. 자가용이면 여주에서 두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거리지만 버스를 타 보기로 했다. 우선 문경시로 가서 자동차를 세워두고, 1시간 반 간격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고 새벽밥을 먹고 점촌(문경)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06시 40분, 계획했던 07시 30분 출발 버스는 ‘결행’, 다음 버스는 08시 50분이다. 그제야 전광판 시각표에 ‘운행중지’를 알리는 빨간 문자가 가득 떠 있다. 그렇게 가서는 대구에서 당일 취재가 어려워 일단 이내 출발하는 구미행 버스에 올랐다. 상주에서 두어 사람이 타긴 했지만 혼자 완전히 전세를 낸 듯해 운전기사에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구미에서 대구는 한 30분이면 갈 수 있겠지 하는 계산이었다. 구미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대구북부정류장행 버스는 아예 전체 ‘운행중지’다. 동대구행도 1시간 반 뒤에나 있다니 택시를 타고 구미역에 도착한다. 잠시 기다렸다 탄 itx 새마을 열차는 25분 만에 대구역에 내려 주었다. 광장으로 나오니 10시다. 철도는 경부선을 비롯해 모두 정상운행되어 있어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대구로 가는 길은 어떤 불편도 느낄 수가 없다. 문제는 근처의 소도시에서 대구로 진입하는 길이 멀다는 것이다.

기지개 켜는 대구, 아직은 조심스러운 개점휴업

대구역앞은 한산했다.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의 64%가 발생하고 1일 최대확진자 741명을 점 찍었던 대구에 대한 두려운 이미지는 여전히 씻겨나가지 않고 있다.

근대문화의 거리를 관광자원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여느 도시 못지않게 활발하였다. 북성로 공구골목,과 약령시는 셔터를 내리고 있거나 문을 그저 빼꼼히 열고 있다. 견디다 못한 노인들이 지나가는 사람이나 구경하는 한가한 경상감영, 대구 근대의 시발이라고 할 ‘청라언덕’도 근대화역사관을 비롯한 박물관도 모조리 ‘코로나 종료시’까지의 무기한 휴업 중이다.

동성로에나 젊은이들이 이제 몰려나오기 시작했지 서문시장은 여전히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다. 방천시장 둑 아래에 있는 ‘김광석 거리’도 코로나 동면을 깨어나지 못해 몽롱한 상태다.

그나마 ‘국 따로 밥 따로’ 대구‘따로국밥’거리에 있는 노포들은 꾸준히 손님들이 이어진다. 어릴 적 부모님 손에 이끌려 와서 먹던 그 입맛에서 위로받으려는 사람들이 포만감으로 일어서는 것이 살아 있다는 징표라고나 할까.

6.25 전란의 시대상을 표현한 <굳세어라 금순아> 같은 노래를 만들어낸 ‘오리엔트 레코드’사가 있던 자리, 그 시대 그 노래의 흔적을 찾는 일도 가라앉은 대구 분위기로 도무지 흥이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루의 취재를 서둘러 마감하고 다시 귀로에 오르려고 북부시외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대구 3호선 경전철이 청라언덕을 지나면서 재개발이 한창인 원대지역을 공중에서 보여준다. 차내 방송 멘트가 “하루에 발생하는 코로나 환자 발병 확진 환자 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힘을 모아 극복하자”고 권유하는 것으로 봐도 대구는 여전히 세기의 역병에 경계를 풀고 있지 않다.

막차에 몰아넣는 승객, 2시간의 만석 운행은 고문

6시 점촌행 버스를 타려고 서둘러 도착하고 보니 ‘결행’, 하는 수 없이 7시 20분 막차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웬걸 귀로(歸路)는 손님이 가득하다. 아침과 저녁이 천당과 지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맞은 첫 주말이지만 ‘1m 거리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무색하다. 창가 자리배정, 띄워 앉기 “그런 건 아예 없다.” 옆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니 서로가 찜찜하다. 기차라면 내리고 타는 사람이라도 있으련만 폐쇄된 공간에 어색한 침묵이 마스크 안팎에 웅크리고 있다. 누군가 마스크 속에서 재채기라도 하면 불편한 신경이 곤두선다. 고문이 따로 없다. 손님이 없어 차를 세워두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중간중간의 버스를 없애버려 한 차에 몰아서 싣고가는 것이야말로 방역의 기본 궤도를 이탈한 것 아닌가. 운수회사도 사업이니 최소한 손실을 줄여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말 많은 코로나 지원금의 일부라도 잘라 버스운행경비 결손을 보전하도록 해주는 게 ‘실질적 방역’이다.

주말고속도로 이용률이 지난해의 90% 수준을 회복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지만 아직 “대구로 가는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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