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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식의 노자와 평화 59. 잘 따르는 사람
장주식 작가

시 한 구절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한용운, <복종> 부분)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자유보다도 달콤하고 나의 행복이기도 하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복종이 굴욕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만해 한용운은 엄혹한 일제강점기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분입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흔들림 없이 단단한 행동을 했지요. 목숨을 위협받아도 굴하지 않으며 높은 지위와 큰 부를 주겠다는 달콤한 유혹도 다 뿌리치고 말이죠. 그런 굳건한 독립투사가 ‘복종을 좋아한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시인의 복종은 복종이라는 낱말이 가지고 있는 굴욕이나 치욕 같은 의미가 전혀 아닐 것입니다.

 

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복종을 잘하는 건 거듭하여 무겁게 덕을 쌓는 일이다.”

 

복종을 잘하는 일이 참 좋다는 뜻입니다. 이때 복종의 대상은 ‘사람과 하늘’입니다. 사람은 나와 관계하는 모든 타자를 말하고 하늘은 모든 자연을 뜻합니다.

 

노자는 복종을 봐가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빨리하라고 ‘일찍 조(早)’를 앞에 붙여서 조복(早服)이라고 했습니다. 조금도 고집을 부리지 말고 재빨리 복종하라는 것입니다. 눈치를 봐가면서 복종하거나 누구에게는 하고 누구에게는 하지 않는 선택적인 복종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나’라는 주체는 없는 것일까요? 무조건 재빨리 다른 사람이나 자연에 따르기만 하면 ‘나’라는 존재는 아예 없는 것이 아닐까요? 노자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덕이 두텁게 쌓여지는 결과가 온다고 합니다. 복종을 할 때마다 쌓이는 건 덕이라는 것이죠.

 

어째서 그럴까요? 이 질문에 대답해 보기 위해 요즘 한창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전염병 얘기를 해 보죠.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했습니다. 폐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갑니다. 

 

많은 나라들이 중국 정부의 대처를 비판합니다. 일찌감치 정보를 공개하고 함께 감염을 막기 위해 노력했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은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의 강력한 조치는 중국 인민의 건강에 대한 책무일 뿐 아니라 세계 공공 안전에도 거대한 공헌을 하는 것이다.”

 

수만 명이 감염되고 수백 명이 죽어가는 나라의 책임자가 한 말이라고 보기엔 안타까운 부분이 많습니다. 세계 각국은 물론 중국 내부에서도 ‘언론 통제 때문에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보는 비판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시진핑은 오히려 언론 통제를 강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런 시진핑주석의 언행은 노자가 말하는 ‘재빠른 복종’과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노자의 복종은 일단 내 고집을 내려놓고 타자가 내 안에 들어올 자리를 마련해 주라는 것입니다. 내 고집이 내 안에 가득 차 있으면 타자가 들어 올 공간은 없습니다. 당연히 덕이 쌓이지 않으니 얼마나 얄팍하겠습니까. 뿌리는 얕고 바닥은 물렁하니 어떤 나무인들 풀인들 든든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노자는 말합니다.
“뿌리가 깊고 바닥의 단단함이 길게 살고 오래 볼 수 있는 길이다.”

 

뿌리가 깊고 바닥이 단단하려면 거듭 덕을 쌓아야 하고, 거듭 덕을 쌓으려면 재빨리 남과 자연에 복종해야 한다고 노자는 말합니다. 그 반대가 되면 어떤 결과가 올지는 불을 보듯 환합니다.

 

<노자 도덕경 59장 : 治人事天(치인사천)에 莫若嗇(막약색)하니 夫唯嗇(부유색)은 是以早服(시이조복)이라하니 早服(조복)은 謂之重積德(위지중적덕)이라. 重積德則無不克(중적덕즉무불극)하고 無不克則莫知其極(무불극즉막지기극)하나니 莫知其極(막지기극)이면 可以有國(가이유국)이니라. 有國之母(유국지모)하면 可以長久(가이장구)하리니 是謂深根固柢(시위심근고저)하여 長生久視之道(장생구시지도)라 하니라.>

 

사람을 돌보고 하늘(자연)을 섬기는 일은 ‘아낌’만한 것이 없으니 아낌이란 일찌감치 따르는(복종) 것을 말하며, 빠르게 따름은 거듭 덕을 쌓는 일이라 한다. 무겁게 덕을 쌓으면 이겨내지 못할 게 없으며, 극복하지 못할 게 없으면 가진 능력이 끝을 모를 정도가 되고, 끝 모를 능력을 지니게 되면 한 나라를 이끌어도 된다. (타인과 자연에 잘 복종하는 사람이) 나라를 이끄는 어미가 되면 그 나라는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니, 이를 뿌리가 깊고 바닥이 단단하여 길게 살고 오래 볼 수 있는 도라고 한다.

장주식 작가  yeoju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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