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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담- 이제, 경찰의 숙제가 남았다

여강여담- 이제, 경찰의 숙제가 남았다

  • 기자명 조용연 여주신문 주필
  • 입력 2020.01.2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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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경찰을 미덥지 않게 보는 국민 적지 않다는 것 명심해야

조용연 여주신문 주필

수사권조정법안 국회 통과, 경찰 65년 숙원 첫 발을 떼다

지난주 수사권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형사소송법 제 195조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관하여 서로 협력해야 한다”로 개정되었다. 경찰이 검찰의 지휘에 복종하는 체계로부터 상호협력하는 관계로 바뀌는 첫발을 떼 놓았다. 경찰의 공룡화, 비대화를 우려하는 조정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이 통과된 데는 패스트 트랙이라는 뒷바람도 작용했겠지만 “찬성한다 57.9%, 잘 모르겠다 26.2%”의 국민 여론이 밀어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경찰의 수사권이 ‘고삐가 풀렸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언론이나 검찰의 주장도 들여다보면 부풀린 구석이 많다. △강제수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장청구권이 여전히 검찰이 헌법위에 독점하고 있다. 인신구속, 압수수색, 통신감청 등 과정에서 검찰은 경찰의 수사를 직·간접으로 관여할 수 있다. △이제 ‘경찰에서 숨겨버리는 사건은 검찰도 손을 쓰지 못한다’는 주장도 부풀리긴 마찬가지다. 경찰이 종결한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면 수사는 검찰의 손으로 넘어간다. 범죄 혐의가 없는 사건이라도 종결한 서류까지 90일간 검사에게 넘어간다. 숙제 검사하듯 들여다볼 수 있다. 검찰이 경찰 수사에 ‘문제 있다’고 판단되면 ‘보완수사 요구권’, ‘시정조치 요구권’, ‘재수사 요청권’이 있다. 경찰이 말을 듣지 않으면 ‘징계요구권’까지 있다. 12만 경찰이 흡사 경찰공화국을 만들 것처럼 주장하지만 경찰에서 수사부서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2만 명 남짓이다. 검사 2300명, 검찰수사관 6000명에 비해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숫자도 아니다.

그럼 국민은 수사권 조정으로 어떤 혜택이 돌아가나? 우선 ‘이중 조사’의 고통에서 풀려난다. 뻔한 사건, 잘못을 인정하는 사건도 다시 검찰에서 똑같은 질문과 답변을 해야는 정신적, 시간적, 경제적 고통에서 해방된다. 억울하다면 얼마든지 검찰에 호소할 수 있는 제도적 보장도 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현재 검찰로 ‘불기소 의견’ 송치되는 건은 전체 사건의 40%에 이른다. 고소·고발이 일본에 비해 60여 배에 이르는 현실에서 ‘아니면 말고’식 사법의존을 경찰에서 제대로 걸러주어야 한다. △검찰청이 월말이 되면 ‘사건 쳐내기’에 바빠 수사서류 더미에 묻혀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일도 이제 사라질 것이다. △검찰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산범죄, 경찰관 범죄, 대형 참사에 주력하도록 제도가 바뀐다. 최고의 엘리트 검찰이 우리 사회의 소위 굵직한 사건에 집중하므로서 진가를 보여줄 여유가 생겼다. △검찰이 기소와 공소 유지 등 기본에 충실하고, 장기적으로는 절대 인력이 부족한 형집행, 보호관찰, 출입국관리, 교정 분야 등에 검찰수사관 등 인력재배치도 가능할 것이다.

이제 검경의 수사권조정이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진정한 책임 수사서비스의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국민에게 혜택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알기 쉽게, 목욕탕이 1개 밖에 없는 동네에서는 탕에 때가 둥둥 뜨건, 수건이 지저분하건 그 목욕탕을 이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목욕탕이 1개 더 늘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깨끗하고, 친절한 곳으로 사람이 몰리는 건 상식이다.

이제 경찰 앞에 놓인 숙제가 만만치 않다. 아마도 이 법률이 시행되면 초기에는 경찰이 종결한 사건의 상당수는 이의를 제기해 검찰로 갈 것이다. 이러한 검증 과정을 거쳐 “가 봐야 별 게 없다.”는 인식의 과정을 거쳐 이 제도는 안정화 될 것이다. 새로 공사한 도로의 임시노반이 시간이 지나야 가라앉는 것처럼 △언론과 검찰은 경찰이 ‘헛발질을 하는지’ 여부를 훨씬 더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 볼 것이다. △ 문제는 경찰 스스로의 반성도 수반되어야 한다. 오랜 검찰 지휘와 명령 복종의 관계에 익숙해져 타성적으로 사건처리를 한 것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듣기 싫겠지만 복잡·애매한 사건은 소위 ‘둘둘 말아서’ 검찰로 송치하던 관행은 없는지 말이다. △한 사람의 수사관이 결기와 자존을 갖는 것은 필요하지만 “내 칼이면 뭐든 벨 수 있다”는 식의 ‘탈탈털기식 별건 수사’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눈앞에 다가온 ‘자치경찰제’를 통해서 진짜 민생을 위한 경찰의 권한과 영역에 대한 ‘내려놓음’에도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 사법 전반에 일고 있는 ‘회복적 정의’ 즉 사건당사자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가기 전에 경찰 단계에서 ‘화해주선’을 통해 경찰의 존재 이유를 보여줄 때 수사권조정의 진정한 의미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경찰관이 된 초심으로 돌아가 중앙경찰학교 정문에 서 있는 비석의 문구를 상기해 보기 바란다.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 만들기”가 답이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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