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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강둑길6-강원 섬강③

한국의 강둑길6-강원 섬강③

  • 기자명 조용연 여행작가
  • 입력 2019.12.3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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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서의 골짜기를 흘러가는 두꺼비 같은 강

횡성 제일의 태기산 산 더덕이 녹아 흐른다는 섬강은 과장이 아니다. 
양두구미재의 구불거림만큼이나 휘감는 감입곡류는 골짜기마다 복주머니 하나씩을 물길 옆에 매달아 놓았다. 
복록을 기원하는 우리네 믿음 한 가운데를 느릿느릿 걸어가는 두꺼비 한 마리, 산협 계곡에 바위로 올라 앉아 물길을 지킨다. 
끊어지고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강둑길을 따라간다. 섬강교 버스 추락으로 숨진 부부교사 일가족은 소설보다 더 처절하다.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잊혀진 전설 그 현장 섬강교로 달려간다. ‘섬강에서 하늘까지’로

섬강교의 비극, 잊힌 버스추락사고

두꺼비 상을 양쪽에 거느린 정자가 맞아준다. 섬강오토캠핑장이다. 섬강교와 영동고속도로의 교각은 길고도 높아서 상판이 하늘에 매달린듯하다. 벼랑과 깊은 강은 기억조차 아스라한 어느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1990년 9월 1일 오후 2시 영동고속도로 섬강교에서 버스가 추락했다. 강릉을 출발하여 서울로 가던 길이었다. 28명의 승객 중 3명만 살고 25명의 목숨을 앗아가 우리나라 3대 버스사고에 기록되었다. 이 비극 속에 전해들은, 소설보다 더 처연한 사연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공주사범대학을 나온 캠퍼스 커플이었던 한 교사 부부, 강원도 홍천 내면고등학교 프랑스어 교사였던 아내 최영애(30세)는 서울덕수고등학교 영어교사였던 남편 장재인(31세)를 찾아 가던 길이었다. 이른바 주말부부였다. 30미터가 넘는 다리 아래로 추락한 버스에서 헤엄쳐 나온 아내는 아이가 보이지 않자 넋이 나가 다시 물에 들어간 채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뒤늦게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남편 또한 온전한 정신일 수 없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한꺼번에 잃은 충격 속에서 아들 장 호(5세)의 시신이 13일 만에 수 백리 떨어진 경기도 강화군 서도면(한강 하류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장례를 치르고 난 다음 날 남편은 여주 고려대부속병원(현 세종병원) 전봇대에 목을 매어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의 호주머니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없는 세상보다 그들이 간 저 세상으로 나도 가야겠다”는 유서가 발견되었다. 이 비극은 소설로, 영화로 만들어져 부부와 가족의 사랑을 다시 생각하며 눈물 흘리게 했다.(영화에는 남편이 아내와 자식이 죽은 그 강물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삶의 의미가 다 사라진 그의 이승은 이미 지옥이었다.

 부론, 옛 내륙 수운(水運)의 흔적 흥원창

섬강교에 이르면 남한강자전거길을 타거나 국토종주자전거길을 질주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들이 다리 아래로 달려가는 남쪽 아스라이 남한강 합수머리가 보인다. 옛 지명 흥원창이다. 남한강 수운의 요충이었던 자리다. 강둑이 가로막고 있으니 나루터의 흔적조차 제대로 찾기 어렵지만 집 한 채가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1km 떨어진 곳에 흥원창 옛터가 있다. 큰물이 질 때마다 범람하는 남한강 때문에 멀찌감치 물류창고를 지었을 것이다. 강릉, 평창, 영월의 내륙 조곡을 육운으로 모아 집하했다가 한양으로 실어 나른 원주 서창이 바로 흥원창이다.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다.

직벽이 아름답고 남한강에 직접 맞닿아 있는 여주 강천 쪽 산의 주인은 오래 전 국회의원 공천을 받기 위하여 당시 실력자에게 뒷돈으로 건네주었다는 얘기가 떠돌았지만 사실은 알 길이 없다. 정치도 사람도 세월 속에 흘러간 강물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충북 충주시 앙성면, 여주시 점동면이 접하는 언저리, 여기서 합해지는 남한강물을 여주 사람들은 여강(驪江)이라 부른다. 청미천과 섬강이 남한강에 물지게를 넘겨주는 삼합이야말로 중원에서 각축하던 삼국의 역사와 동행한 물길의 정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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