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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제조기, 작사가 장경수

히트 제조기, 작사가 장경수

  • 기자명 조용연 주필
  • 입력 2019.11.06 09:07
  • 수정 2019.11.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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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를 골라 ‘인생곡’을 주어 키우는 히트 제조기

조용필의 <상처>, 최진희의 <꼬마인형>, 박정식의 <천년바위>등 1000여곡이 넘는 노래를 만든 작사가 장경수는 너나 없이 배고팠던 시절을 지나온 대중음악인이다. 40년이 넘는 현역 작사가의 생활을 하면서 꾸준하게 신곡을 발표하고, 신예가수를 발굴해서 키우는 일도 열성적이다. 아이넷 TV에서 가요토크쇼 ‘셸부르 클럽’을 진행하고, 전국으로 가요제 심사를 다니느라 분주하다. 타고난 기억력과 입담으로 좌중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으면서도 가요계의 발전을 위하는 일이라면 쓴소리도 돌직구로 날리는 담대함도 있다.

<여주신문> 조용연 주필이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이때, 장경수 작사가의 자택으로 가는 가평 길목 대성리에서 만나 그의 가요 인생을 되돌아보고 오늘날 우울하게 전망되는 대중가요계의 현실과 나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편집자 

조용연 어떤 계기로 작사가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는가요?

장경수 참 우연이었어요. 1977년 이태원에 살 때인데 ‘신중현과 더맨’이라는 그룹에서 드러머로 활동하는 남철진씨를 만나면서 예비군 훈련장에서 가수 함중아를 만났지요. 함중아가 친형인 함정필 작곡가를 소개해주었어요. “학창시절부터 글을 좀 썼다”고 하니 작사를 해보라구 해서 함정필 작곡 윤수일이 노래하는 <꿈이었나 봐>라는 노래로 세 사람이 한꺼번에 데뷔했지요.

조용연 전체 몇 곡이나 작사했는지?

장경수 저작권 협회에 등록된 곡으로 1200여곡, 노래방에 실려있는 곡이 180여 곡 있고요. 다른 인기 작사가도 대부분 200곡 이내죠. 아이돌의 노래는 출반되면 모두 노래방에 등재되니까 비교할 수 없죠. 성인가요는 힛트한 노래만 노래방에 등재되거든요.

조용연 본인이 아끼는 대표곡이라고 한다면?

장경수 데뷔작인 윤수일의 <꿈이었나봐>와 가요이지만 철학적 의미가 담겨있는 <천년바위>를 좋아합니다. 청춘들에게 용기를 주는 <젊음의 노트>도 좋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최진희의 <꼬마인형>, 조용필의 <상처>, <카스바의 여인>, <잠자는 공주>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조용연 조용필의 <상처>가 원래 제목이 아니라고 하던데?

장경수 네, 원래 이 곡은 조용필 8집에 실린 노래인데 이게 좀 사연이 있어요. 뭐 악연이라면 악연이랄까. 같은 앨범에 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의 <바람이 전하는 말>이 들어 있어서 제 노래 원래 제목이 <바람속의 여자>였거든요. 바람이 겹치면 안 된다고 해서 조용필씨가 제목을 <상처>라고 바꿔서 취입을 했는데 저와 상의가 없어서 굉장히 기분 나빴지요. 그래서 제작진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했지요. 그래선지 조용필씨는 이 노래를  무대에서 수십 년 동안 부르지 않았어요. 하지만 중년 여성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는 노래가 되었지요.  그런데 몇 해 전 콘서트에서 조용필씨가 이 노래를 “뭐 하여간 사연이 있는 노래”라고 소개하면서 처음 불러서 반응이 뜨거웠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이래저래 제 인생처럼 생채기가 또 작품이 된 셈이네요.

조용연 작가님의 노랫말은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을 보이고 있어요. 스펙트럼이 넓다고 할 수 있는데....

장경수 가수는 노래를 평생 불러야 하니까 가사를 외워야 하지만 작사가는 음반이 나오고 나면 그 노래를 잊어야 해요. 그래야 새로운 노래가 나오는 것이거든요. 어떤 스타일, 누구누구 류 따위 굴레에 얽매이면 곤란하지요. 어찌 보면 럭비공같다고나 할까요?

조용연 특별히 시상을 가다듬고, 창작활동을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나요?

장경수 저는 굉장히 즉흥적인 스타일이지요. 언제 어디서든 생각이 스쳐 가면 메모를 하는데 요즘은 휴대폰 메모 기능이 아주 유용하지요. 초안을 잡았다가 마땅한 가수나, 작곡가가 나타나면 가다듬어서 작품을 만들어 내지요.

조용연 기성 가수보다는 신예를 키운다고 소문이 나 있는데 이유는?

장경수 저는 가급적이면 기성가수에게는 1곡 이상을 주지 않는 원칙같은 게 있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작사가로서 어느 가수의 대표곡을 만들고 싶은 것이지요. 예를 들어 조용필의 <상처>를 제가 작사했지만 조용필의 대표곡은 <돌아와요 부산항>이거나<창밖의 여자>이지 <상처>는 아니거든요. 송대관의 <정 때문에>를 제가 작사했어도 <해뜰날>이 그의 대표곡이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유미리의 대표곡은 <젊음의 노트>이고, 박정식의 <천년바위>는 누가 뭐래도 그의 대표곡이지요. 유명가수에게 제 노래는 ‘많은 곡 중의 하나’일 뿐이고, 신인에게는 일생 동안 한 사람의 가수생활 내내 소중하게 간직할 ‘인생의 노래’가 되는 셈이니까요. 제가 그의 가수 인생 전체의 기초설계를 해 주었다는 보람같은 것이 있지요.

조용연 지금 성인가요계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장경수 지금 가요계가 너무 경박해져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작품의 수준, 가수의 수준등이 솔직히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야말로 한 곡의 노래가 너무 쉽게 탄생한다는 것이지요. 원래 노래 한 곡이 나오려면 가수를 지도하는 선생인 작곡자가 있어야 하고, 작사가도 거들고, 음반을 위한 기획자도 필요하고, 편곡자 등 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요즘 성인가요의 상당수는 작사, 작곡, 노래를 혼자 다 해요. 그것도 이제 막 신인으로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 그래요. 저작권 때문이죠. 욕심은 내는데 작품은 낯부끄러운 수준 미달이 많지요.

조용연 ‘저작권 문제’라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인가요?

장경수 저작권료 수입이라는 것이 노래가 힛트해서 불려지는 횟수에 따라 액수가 결정되는데, 혼자 작사,작곡, 노래를 다하니 그야말로 북 치고 장구 치는 셈인데 선생이 없지요. 신인 때부터 그러니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어 가는지를 본인이 모르는 것이지요. 그러니 수준이하의 작품이 힛트할 리도 없고, 작품은 묻혀버리니 수입도 별 볼이 없어지지요. 솔직히 어떤 가수는 제가 세어보니 한 곡에 ‘당신’이라는 말이 16번, ‘사랑’이라는 말이 열두어 번 나오는 거예요. 무슨 스토리나 감흥이 담길 여지가 없지요. 결국 대중이 외면하고, 가수가 설 무대가 자꾸 없어져 가는 거예요.

조용연 미스트롯 ‘송가인 열풍’이 대단한데 어떤 느낌인지?

장경수 송가인 열풍이 부는 것은 사실이예요. 그런데 송가인의 출연료가 올라가니까 모든 가수의 행사비가 최근 100%이상 급등했어요. 송가인이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맞지만 그 가수가 힛트곡이 있나요? 모두 남의 곡 부르는 거 아녜요?

조용연 그래도 종합채널의 ‘미스트롯’이 대중들에게 성인가요를 가깝게 느끼도록 공헌한 게 사실 아닌가요?

장경수 관심을 끌게 한 것은 맞지만 그 바람에 다른 가수들이 설 무대가 자꾸 사라진다는 점이 문제지요.

조용연 공중파에서 설 무대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장경수 7080무대도 없어지고, MBC에도 가요 프로그램이 없어졌지요. 전국에 가수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공식적으로 7만 명 정도가 있지요. 가요무대도 전부 남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니, 그저 신인이 제 노래 부를 수 있는 곳은 ‘전국노래자랑’에서 2~3명 나오는 정도지요. 가요전문 채널에서 몇 개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그런 곳은 조건만 맞으면 가수로 데뷔시키는 수준이라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사람은 지역 노래자랑 우승자 수준만도 못한 경우도 있어요.

조용연 성인가요를 만드는 제작풍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으시겠네요.

장경수 솔직히 일본은 부럽습니다. 작품을 의뢰하기 전에 작사, 작곡자에게 여행비를 먼저 건낸다 는 군요. 얼마동안 여행을 충분히 다녀오면서 구상을 해서 작품을 써달라는 주문인 거죠 .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급하니 몇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고는 작품료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저작권료가 나올텐데 또 뭘 별도로 챙기냐”는 그런 분위기니 말 다했지요.

조용연 몇 개의 가요전문 채널이 있는데 프로그램 제작의 나갈 방향은?

장경수 좀 스토리가 있게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를 가미한 가요쇼 진행이 필요하지요. 사회자가 무대에서 곡목 소개하고, 가수가 나와서 노래만 부르는 천편일률적 방식은 좀 지루하잖아요. 예를 들어 로드쇼같은 것이 좋겠지요. 이엔지 카메라가 거리에 나가서 인터뷰를 하면서 희망곡을 받고, 그에 얽힌 사연, 작사가나 작곡가 등이 그 노래를 만들 때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다양하게 들려주면 좋겠지요. 물론 제작비, 인력, 시간의 한계 때문에 어려운 점은 이해합니다만...

조용연 본인이 출연하거나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장경수 아이넷 TV의 ‘가요학당’은 그만뒀습니다만 매주 월요일 밤 9시에 하는 ‘셸부르클럽’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MBC-net의 ‘아파트에 산다’와 농민TV의 ‘농민노래자랑’ 심사를 맡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는 실버TV에서 가수 김상희씨와 진행한 뮤직토크쇼 ‘가인’을 4년간 진행했는데 많은 작사, 작곡자를 초청해서 대담을 나눴지요. 아마도 나중에 가요사를 정리하는 데 귀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조용연 올해는 특히 ‘아프리카돼지 열병’으로 지방 축제들도 많이 취소되었다고 들었는데 가요계도 타격이 있겠지요?

장경수 경기도는 축제가 거의 취소되었고, 지방도 6~70%가 취소되었습니다. 가수들이나 가요인들이 ‘가을 축제에 벌어 긴 겨울은 나는데’ 말입니다. 저도 12군데나 행사가 취소되어 심사료 수입 손해가 이만저만 아닙니다.(웃음) 가수들이 허탈해하지요‘

조용연 지방축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듯 한데요.

장경수 전국에 노래 무대가 있는 큰 축제는 1,000여 곳 정도인데 사실 가수 10명이 초대되면 3 명정도만 앞뒤 가운데 서고, 나머지는 무명이거나 신인들이 서게 되니 부지런히 뛴다고 해도 무명가수들은 생활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지역축제는 이벤트 회사들이 자기 고장 출신들을 쓰게 되니까 상황은 더 어려워지지요.

조용연 가요와 관련이 없는 ‘약초 TV’에도 고정출연하신다고 들었는데 언제부터 그렇게 약초에 대해서도 조예가 있으신지?

장경수 사실 제가 12년 전에 ‘간경화’로 힘들어서 지리산에 반년 이상 토굴 생활을 하며 요양을 한 적이 있어요. 경남 하동 악양 청심사에서 한 스님을 만났고, 산 사람들과도 어울렸지요. 어쨌든 몸이 낫고, 약초 TV에 고정 출연까지 하게 되었는데 어떤 사람들이 제가 대단한 전문가인줄 알고 산삼에 대해 묻는 사람들까지 있다니까요. 하여간 겨울 한 철에는 쉬었다가 내년 눈 녹으면 다시 해야지요.

조용연 끝으로 많은 힛트 곡을 가지게 된 비법과 또 앞으로 작사가로서 꿈이 있다면 말씀해주시면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장경수 사실 대중가요는 대중들의 지금의 관심사가 기준이 되어야 해요. 너무 앞서 나가도 안되고, 너무 뒤처져도 안 되지요.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봅니다.. 꿈이 있다면 역시 좋은 작품이지요. 예를 들어 1960년대 <동백아가씨>가 있다면 70년대에는 <돌아요부산항>에 90년대의 <난 알아요>, 2000년대의 <강남스타일> 같은 대작을 쓰고 싶다는 꿈이지요. 지금 가사는 완성되어서 작곡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대중가요 팬들의 기대에 미칠지 저도 궁금합니다.

/대담=조용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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