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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 기자명 여주신문
  • 입력 2019.07.29 09:12
  • 수정 2019.07.2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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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정 숲마루농원 작은농부

어릴 적 집 뒷산 초입에서 진달래 꽃 따 먹으려 올랐던 것이 전부였던 나의 20대 초반 첫 산행은 12월의 눈 덮인 지리산행 이었다. 산행 정보를 수집하고 가방 한가득 짐을 챙기고 산을 올랐다. 앞서가던 어느 등산객이 불편한 신발을 신고 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고는 산행엔 그리 어울리지 않아 보였고 좀 의아했지만 멀리 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나의 등산화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주인 잃은 신발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어제 앞서가던 이의 신발이었다. 정상에 오르고 내려오기까지 몸도 마음도 많은 고생이 있었다. 그 이후 산을 오를 때 대형비닐 봉투를 항상 준비해서 머리맡에 신발을 두고 자는 습관이 생겼다.

남편 따라 농사를 시작하면서 처음 시작한 것이 딸기재배였다. 딸기 재배 특성도 모르고 판매 정보와 계획도 없이 무작정 심었다. 조금 앞서 시작한 농민들의 조언을 듣고 딸기재배 주산지에 찾아가 보고 듣고 배운 간접경험이 전부였다. 그나마 벼 재배와 밭작물 재배로 인한 경험이 있었기에 작물 재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몇 해 전 지어 사용 중이던 하우스가 있었기에 비용 면에서도 큰 부담은 없었다. 수확시기가 돌아오자 판로에 대한 걱정이 생겼고 딸기의 특성상 수확 당일에 소비자의 손에 내보내야하는 심리적 부담이 커져만 갔다. 판로가 없으면 농산물 도매 시장에 보내면 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상품의 모양과 포장상태, 크기에 따라 포장을 달리해야하고 그 사이 딸기에 닿는 손의 횟수도 늘어나고 과정에서 품질도 떨어진다. 도매시장에서 초짜라 불리는 첫 출하자는 속된 말로 밥이다.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 최저 가격이 매겨지기가 다반수이고 들어가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수확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에 이를 수 도 있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국의 농촌지역 지자체는 노령화와 인구감소에 대한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귀농.귀촌인 유치에 각종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지원책을 쫒아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 귀농.귀촌은 다양한 모습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7년 당해연도 50만명을 넘었다고한다. 동반 가구원 중에서 40세 미만 젊은 충도 50%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영화나 TV드라마 다큐 등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만을 보고 귀농을 시도하거나 정착지원금 및 시설 보조사업 등에 의존하여 귀농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 귀농을 계획하는 이들은 대규모 농지를 이용하여 농사짓는 것 보다 자본을 우선시하는 시설농업, 과수농업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간접경험에만 의존하고 직접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론과 상상에 의존하여 재배교육을 받고 정착지원금으로 귀농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귀농인에게 주어지는 귀농정착지원금은 최대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귀농.귀촌자에게 이사비, 집수리, 주택설계비, 농기계구입 지원비등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정착지원금은 그냥 주는 돈이 아니다. 저리의 금리이지만 매년 이자를 갚아야하고 5년 이후 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균일하게 갚아 나가야한다.

5년이란 기간안에 농산물의 안정적 재배와 출하로 경제적 안정을 이루어야한다. 통계에 따르면 2016년기준 소규모 농가 평균소득이 800만원 이다. 소농들의 농업경제 현실이다. 지인인 한 청년 농업인은 당장 내년부터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야 한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착지원대출금으로 토지를 구입하고 시설을 짓고 특정 작물을 재배하고 가공까지 시도하고 체험과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생활비 유지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물론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문제발생에 따라 원활히 해결되어 사업으로 자리 잡은 귀농인들도 있다. 또 한 지인은 아이의 교육으로 시골로 이사를 오고 남편은 서울로 출퇴근 하는 가정이다. 이 가정은 아이들의 건강을 이유로 유기농과 자연농법에 관심이 많았고 시골살이의 절반 이상을 텃밭 농사에 시간을 쓰다가 얼마 전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농지를 임대하여 조금 더 넓은 농사에 도전하게 되었다. 차츰 차츰 농업으로 방향을 전환할 예정이라 한다. 귀농은 취미가 아니다. 농사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새로운 문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자녀가 있다면 교육문제도 해결해야한다. 새로운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을 담아 농촌으로 농업으로 방향을 잡은 이들은 상상을 하고, 자금을 마련하고 당차게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라는 큰 벽에 부딪힌다. 계산한대로 되었으면 이세상의 농부들은 모두 넉넉하게 살아가고 있어야 마땅하다.

귀농하는 이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우리 농업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상상의 나래는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농업현실에서는 절망으로 길이 나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귀농인 들이 설계하는 상상의 삶 속에 농민들에 대한 무시와 멸시가 자리잡고 있지 않은지 깊이 새겨볼 일이다. 그것은 농민이 아닌귀농인 스스로에게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귀농을 꿈꾸는 그대들 여행과 등산에서 계획했던 상황과 달리 계획 속에 없던 일들이 등장하기 마련인 것처럼 직접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무기가 되어 몸과 마음 경제력까지 상실하는 결과로 다가올 수 있다.

직접경험이 부족한 것을 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농사이웃을 잘 만나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좋은 땅, 좋은 집을 고르기 위해 애써야 좋은 곳을 얻는 만큼 좋은 농사이웃을 만나는 것은 귀농의 성공 지름길 이기도하다.

귀농인 중에서도 혼자만의 방식으로 독불장군이 되려는 사람이 있다. 마을 사람들 속에 흡수되어 녹아 들어가길 바란다. 모든 귀농.귀촌인 들이 마을공동체를 존중하고 농업과 농민에 대한 경외심이 마음에 자리하는 것이 정착지원금보다 빠른 귀농의 성공으로 갈 수 있다. 성공적인 귀농.귀촌인 이 되어 따뜻한 시골 햇살처럼 넉넉한 시골살이에 깊이 뿌리내리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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